-우리 대학 2개 학부, 행사로 전공 대체
-이유 없이 불참 시 '출석 점수 감점'
-무리한 일정과 강제성에 학생들 불만
-"좋은 전통 이어갈 방안 마련해야"

 

“행사 빠지면 전공수업 결석입니다.” 이번 학기부터 대면 수업 및 각종 행사가 활성화한 가운데 학생들 사이에선 불참 시 불이익을 주는 학과 단체 행사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불이익을 내세워 학생들이 원치 않는 활동이나 무리한 일정을 강요한다는 의견이다.

테크 위크가 진행 중인 제6공학관의 모습. [김민성 기자]
테크 위크가 진행 중인 제6공학관의 모습. [김민성 기자]

채널PNU 취재 결과, 이번 학기 우리 대학 2개 학부(△기계공학부 △정보컴퓨터공학부)가 단체 행사를 열며 불참한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줬다. 기계공학부는 지난 10월 27일 ‘교학체육대회(이하 체육대회)’('채널PNU' 지난 10월 25일 자 보도), 정보컴퓨터공학부는 지난 10월 26일부터 10월 28일까지 여러 학술 및 교류 프로그램들로 구성된 ‘테크 위크(Tech Week)’를 열었다. 정보컴퓨터공학부는 지난 9월 26일 테크 위크 학생 설명회를 열고 사전 프로그램 기간 한 가지 이상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학생들에게 요구했다. 테크 위크는 올해 처음 시행됐다.

두 행사는 특별한 사유 없이 불참한 학생들에게 행사로 대체된 전공 수업의 출석을 인정하지 않았다. 행사 내용이 학생들에게 공감을 사지 못하거나 무리한 일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A(기계공학, 17) 씨는 “솔직히 강제로 참여시키지 않으면 갈 사람이 없을 텐데 안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B(정보컴퓨터공학, 22) 씨는 “중간고사가 다가올 때에야 각종 행사 내용이 공지되다 보니, 일정상 급박해서 불만이 많았다”며 “행사 사전 프로그램 기간이 시험 기간과 상당수 겹쳐 무리한 일정을 강요받는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공감’ 없는 행사, 추진 때마다 ‘반발’

불이익을 미끼로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학과 단체 행사는 꾸준히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1학기 화공생명공학부는 ‘신입생 환영등반대회’를 토요일 오전으로 계획하고 출석 여부를 전공필수 과목 출석 점수에 반영한다고 밝혔다가, 각종 언론에 보도되는 등 논란이 확산하자 취소한 바 있다.  지난 2019년 11월 6일 지역 신문사인 부산일보와 국제신문도 체육대회 불참 시 불이익과 관련한 기계공학부 학생들의 불만을 보도한 바 있다.

기계공학부와 정보컴퓨터공학부는 행사 참여율을 높이고 교육 목표를 달성하려면 불이익이라는 수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9월 30일 정보컴퓨터공학부는 테크 위크 홈페이지에서 ‘테크 위크 행사는 수업에 대응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며 ‘결석 처리는 이유 없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한 견제 장치로 도입됐다’고 밝혔다. 기계공학부 사무실 관계자는 “기계공학부에는 한 학년에 여덟 분반이 있는데 분반들이 서로 모여서 교류하고 지도교수님과 면담하는 기회”라며 “엔지니어가 어떤 문제를 단독으로 해결하지 않는 만큼 학부 수업을 대체할 만한 중요한 행사”라고 말했다.

■좋은 전통 되려면

학생들은 학과 단체 행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고 말한다. 학과 구성원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행사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B 씨는 “테크 위크 때문에 보강 수업을 하는 교수님도 있다”며 “테크 위크가 과연 학과 수업보다 중요한지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C(기계공학, 22) 씨는 “익명 투표 같은 수단으로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 행사의 방향을 결정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적 행사 참여를 보장하라는 목소리도 컸다. D(기계공학, 18) 씨는 “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하면 이해가 가지만, 굳이 안 하고 싶은 사람들한테 성적을 갖고 협박하는 것으로 느껴져 더욱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정보컴퓨터공학부 학생 E 씨는 “행사 취지는 알지만 학생들의 우선순위는 다를 수 있다”며 “교양 및 다른 과 강의의 출석 인정을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행사와 강의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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