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PNU, 우리 대학 설문조사
-찬성 58.7% VS 반대 41.3%
-"시민 모두 공감할 수 있어야"

부산시가 영어상용도시 조성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우리 대학 학생의 찬반 의견은 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0명 중 8명은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정책 홍보가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채널PNU는 한글날을 앞두고 영어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부산시의 영어상용도시 정책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9월 6일부터 9월 12일까지 7일 동안 우리 대학 학생들 15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부산시 영어상용도시 추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선택형 객관식·주관식으로 구성된 11가지 항목에 150명(남 59명·여 91명)이 응답했다.

부산시가 지난 8월 9일 발표한 영어상용도시 정책은 △영어교육환경 △영어 소통환경 구축을 목표로 한다. 외국인들의 공적 업무 수행 시에 영어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부산에서 일상생활이나 관광·거주에 불편함이 없는 영어 친화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이 취지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정책이 한국어 사용 환경을 어지럽히고 공공기관의 영어 남용을 부채질할 위험을 안고 있다며 우려한다.

[(c)한지윤 디자이너]
(c)한지윤 디자이너

■“자연스럽게 영어 사용할 수 있어”

설문조사에 참여한 우리 대학 학생 중 58.7%(88명)가 영어상용도시 추진에 찬성했다. 찬성 이유로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할 수 있다’(58.9%)가 가장 많았다. ‘공공서비스에서 영어가 상용화되어 부산의 접근성과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44.4%), ‘외국인과 외국 기업이 활동하는 데 편리하다’(37.8%), ‘2030부산세계박람회를 계기로 토대가 만들어질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의 첫걸음이다’(33.3%), ‘부산형 영어 공교육 혁신을 할 수 있다’(25.6%)가  뒤를 이었다. 

박서현(경제학, 21) 씨는 “관광과 비즈니스 모두 세계적으로 발전하려면 세계공용어인 영어는 필수적”이라며 “영어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는 점이 외국인의 선택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예임(철학, 20) 씨도 “부산이 세계적으로 홍보되려면 영어가 상용화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영어상용도시가 된다면) 외국인이 오더라도 불편하지 않은 도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어 사용에 소홀해질 것”

부산시 영어상용도시 추진에 반대하는 입장도 41.3%로 팽팽히 대립했다. 우리 대학 학생들은 ‘영어 남용이 늘어나 한국어에 소홀해질 수 있다’(55.6%)를 가장 큰 반대 이유로 꼽았다. ‘예산 낭비다’(29.2%), ‘공공 생활에서 쉽고 정확한 소통을 방해한다’(27.8%), ‘인공지능 기반의 통·번역 기술이 발전하는 와중, 영어상용도시는 과거의 낡은 방식이며 시대착오적이다’(20.8%)가 그 뒤를 이었다. 기타로는 ‘한국 고유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 혹은 ‘왜 외국인의 편의를 위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영어를 배우는 수고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승한(기계공학, 18) 씨는 “불필요한 영어 사용으로 인한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이 우려된다”라며 “아파트 경로당도 실버타운이라던지 한국어로도 표기할 수 있는 것들도 영어로 표현해 불편함을 초래하는데, 영어상용도시는 이보다 더할 듯하다”라고 말했다. 천다올(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20) 씨는 “국가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우리는 영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안 그래도 한국어 소외가 심한데 그 현상이 더 심각해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에 대해서 “외국인은 한국어로 가득 찬 부산의 거리, 즉 한국의 전통에 더 매력을 느낄 것이다”라며 “불편함이 때로는 신선함이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글학회 시민단체(이하 한글학회)는 지난 9월 1일 성명서를 발표하며 우려를 표했다. 한글학회 성기지 연구편찬실장은 채널PNU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부산시의 영어상용도시 추진은 부산의 문화적 정체성을 어지럽히고 시민들에게 영어 공부를 강요할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과 복지, 권리와 의무를 다루는 공공언어에서 영어를 남용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외국어 약자의 자존감을 짓밟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산과 울산을 아우르는 경남 지역은 일제강점기 때 수난을 겪은 조선어학회 선연을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이라며 “부산의 지성을 대표하는 청년들이 앞장서서 우리의 정체성, 교육의 건강성, 부산 시민의 언어 인권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충분한 공론화 선행돼야

부산시가 영어상용도시 조성에 본격 착수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구체적 계획 수립 과정에서 활발한 홍보와 의견 수렴이 필요한 상황이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한 학생도 “영어상용도시를 실현한다면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가 분명하게 있지만 그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취약 계층의 소외 문제에 대해 인식할 필요가 있다”라며 “문제를 해결하거나 방지하기 위한 방책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담당하는 부산시청 창조교육과 관계자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설명회 및 토론회를 거치고 여러 시민단체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며 “교육청과 협업을 통해 신중한 검토를 거쳐 정책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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