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학기 107~214끼 의무 구매
-3년간 약 50% 결식률 보여
-공정위도 이미 '위법행위'라 판단
-우리 학교 측 "자유식으론 식당 운영 불가" 난색

우리 대학 대학생활원 ‘자유관’에 거주하고 있는 A(사회학, 20) 씨는 오전과 오후에는 수업을, 저녁에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근무가 끝나고 식사를 해야 하지만 대학생활원 식당은 이미 문을 닫은 뒤다. 굶지 않으려면 배달이나 외식이라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생활원비에는 식비가 포함됐지만 한 끼도 먹지 못한 것이다. A 씨는 “기숙사 밥을 먹지 못할 땐 한 끼에 3,500원 정도를 더 내고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이중으로 지출되는 돈이 아깝다”라고 말했다.

BTL 기숙사 웅비관 전경 [출처: 부산대]
BTL 기숙사 웅비관 전경 [출처: 부산대]

우리 대학 대학생활원 입사 시 내는 생활원비에 반드시 식비를 함께 내도록 하고 있어 학생들의 불만이 거세다. 자유관과 웅비관은 일주일에 최소 14끼, 진리관과 효원재는 7끼만큼의 금액을 내야한다. 한 학기 기준(2022년도 2학기) 최소 214끼(BTL), 107끼(재정)의 구매가 강제되고 있다.

대학생활원 거주 학생들은 의무식으로 인한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대학생활원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웅비관과 자유관, 진리관 모두 3년 동안 약 50%에 가까운 결식률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B(한문학, 22) 씨는 “체질상 먹지 못하는 음식이 많은데, 못 먹는 음식이 나오는 날에는 결식할 수 밖에 없다"며 "해당 식수 기회가 식권이었다면 매번 3,000원의 손해가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C(기계공학, 18) 씨는 “현재 식사 시스템은 ‘선택한 끼니에 맞춰오지 않으면 식사하지 못한다’라고 생각한다”며 “식권제 채택 시 유동적으로 끼니를 조정해서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기숙사 의무식'은 이미 지난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학생 선택권을 침해하는 거래강제행위라는 이유로 위법행위라고 판단됐다. 그러나 지난 2018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교육부에 제출받은 ‘전국 국립대학교 임대형 민자사업(BTL) 기숙사 식당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립대 BTL 기숙사 61개 중 37개가 여전히 의무식으로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기숙사 의무식이 ‘끼워팔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경북대는 이미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14년 ‘경북대 거래강제행위에 대한 의결서’에 따르면, ‘기숙사 시설’과 ‘식사’가 별개의 상품성이 인정되는지, 입사라는 주된 상품을 사기 위해서 식비를 내야 하는 강제성이 존재하는지가 '끼워팔기' 인정 여부의 주요한 쟁점이었다. D(사회학, 22) 씨는 “의무식은 일종의 강제라고 생각한다"라며 "원생의 권리 자체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학생활원은 재정기숙사(∆진리관 ∆효원재)의 의무식 개선은 가능하지만, BTL 기숙사(∆웅비관 ∆자유관)는 어렵다는 견해다. 재정기숙사는 원생들의 관리비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해 식당을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 대학생활원은 오히려 기숙사 위치상 원생 불편을 고려해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자유관과 웅비관은 조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식당 운영을 조건으로 학교와 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대학생활원 원생팀 관계자는 "원래 일주일 내내 세끼 모두 먹는 7일 3식만을 기업 측에서 제시했다"라며 "학생들의 편의를 고려해 생활원의 요구로 주말을 제외한 5일 3식, 7일 2식의 식수 방법이 추가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식권제를 채택하지 않은 이유 역시 운영 때문이다. BTL 기숙사는 협약 자체를 다시 맺어야 하는 사항이라 변경이 불가능하다. 관계자는 "재정기숙사를 식권제로 변경한다면 줄어들 식수 인원에 식당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다"며 "식권제 채택시 식대 상승으로 저렴하게 이용했던 원생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BTL 기숙사에 7일 1식을 추가할 수 있는지 문의했으나 "식당 운영에 타격이 생겨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2012년 성균관대의 공정위 시정명령으로 서울권 주요 대학들은 이미 ‘자유식’을 시행하고 있다. 부경대 행복기숙사 또한 식권을 구매해 매월 본인 식수 내에서 자유롭게 소모하는 방법을 채택 중이다. 월말이 되면 남는 식권만큼의 간식으로 돌려주는 제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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