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성장 업고 '체재유지' 나섰지만
-혹독한 경제 제재에 러시아는 고립 중
-"러 계획대로 이뤄질 가능성 無"

세계대전은 유럽에서 시작한다(World Wars start in Europe)” 월드스트리트저널(WSJ) 의  'Opinion'에 출연한 마이클 앨렌(Michael Allen) 국가 전 안보국(NCS) 이사가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동유럽에 위치한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된 전쟁은 전 세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가 폭격을 받았다.. (출처 : Unian 오픈 아카이브)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가 폭격을 받았다.. (출처 : Unian 오픈 아카이브)

오늘까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22일째. (현지시각 기준, 17) 2022224일 새벽,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러시아군은 최신식 무기로 무장하고 육지, 바다, 하늘 모든 곳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러시아군은 군사시설 뿐 아니라 민간 지역까지 무차별 공격을 감행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체결된 1949년의 제네바 협약 중 전시에서의 민간인의 보호에 관한 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다.

UN의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 사무소(OHCHR)가 현지시각 기준 315일 자정에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에서만 1,900명의 사상자가 났다. 726명이 사망했고, 그 중 52명이 어린이들이었다.

기록된 민간인 사상자의 대부분은 다연장 로켓포 포격, 미사일 및 공습을 포함하여 충격 범위가 넓은 폭발성 무기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했다. 하지만 UN은 실질적인 수치는 이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정부가 통제하는 지역에서 최근에 극심한 전투가 이루어지는 와중에 일부 지역에서는 정보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 예로, Izium(Kharkiv 지역)MariupolVolnovakha(Donetsk 지역)에서는 수백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위 수치에는 정확한 정보가 없어 포함되지 못했다.

이는 러시아의 공격 수위가 훨씬 더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더욱 잔인한 전쟁으로 흘렀음을 보여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지난 316(현지 시각)에 잠정적 평화 협정초안을 만들기로 합의하고, 그 세부 내용과 실행 방안을 놓고 추가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폭격은 현재 진행형이며 민간인 피해자들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c) 유다원 디자이너
(c) 유다원 디자이너

러시아가 원하는 건 체제 유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의 핵심에는 결국 러시아의 체재 유지에 대한 의지가 있다. 주변의 다른 국가들이 러시아가 아닌 서방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어가는 것에 대한 일종의 견제인 셈이다.

전홍찬(정치외교학) 교수는 현 상황에 대해 나토(NATO)는 표면적인 이유이다. 과거 소련을 구성하던 국가들 가운데 서방과 가까워지면서 민주주의가 정치 체제를 확립하고 점차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특히 벨라루스, 우크라이나는 오랫동안 러시아의 일부였기 때문에 이 국가들이 발전한다면 러시아의 체제 정당성 문제가 발생하는 건 명백해지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민족은 달라도 오랫동안 같은 역사와 문화를 공유해 온 국가이다. 이들은 지난 882년부터 1240년까지 키이브(Kyiv) 루스(혹은 루스국)라 불린 오늘날 동유럽 지역의 키이우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러시아, 벨라루스 일대에 존재했던 루스인들의 국가에서 출발했다.

소련의 해체에 영향을 끼친 1991우크라이나 독립당시만 해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와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세 국가는 독립국가연합(CIS)를 만들며 우호관계를 다져왔다. 하지만 2008년 이후로 상황이 변했다. CIS에 속했던 국가들이 점차 친서방 성향을 띠며 정치 체제가 변화했다. 반면, 소련 해체 이후로도 러시아는 근본적인 정치 체제에 큰 변화 없이 유지해왔다. 결정적으로 러시아가 계속되는 조지아의 친서방 정책에 조지아에 침공을 감행하자 그 연합이 깨졌다.

역사·문화적으로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는 두 국가 사이에 경제적 격차가 생기면 결국, 유일하게 다른 부분인 정치 체제가 주목받게 된다. 더욱이 다른 나라도 아닌 우크라이나가 서방에 의존하며 경제적 발전을 이룬다는 것이 러시아에게는 상당한 위협으로 다가와 침공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우크라이나가 점점 서방 세계로 편입되어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경제도 나아지게 되면 독재체제와 경제 침체에 갇힌 러시아 입장에서는 푸틴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이에 대한 우려가 전쟁 발발에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성장률 업고 군사력 정비

21세기에 들어서며 석유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21세기 들어서면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더니 바이유 기준으로, 1998년에는 연평균 배럴 당 12.21달러였으나 2000년에는 26.27달러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세계 경제가 석유 생산에 큰 부분을 차지했던 중동의 정치 변화에 따라 큰 영향을 받았다. 러시아도 여기에 합류했다. 석유 및 천연가스 등 상당부분의 자원을 확보하고 있던 러시아가 푸틴의 집권과 맞물려 경제 성장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이에 대해 전 교수는 “2000년부터 세계 석유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그 덕분에 러시아의 경제 회복이 됐다며 침체기를 지나던 러시아가 자원 덕분에 군사력을 재정비하고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의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자신감도 이러한 경제 성장 배경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전 교수는 “2000년에 집권을 했을 당시에 러시아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었고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이 취약하던 상황에서 푸틴이 집권을 했는데 그때부터 인기가 급속도로 상승했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경제를 끌어올린 덕분에 러시아 내부에서는 업적으로 인식되고 푸틴에게 합리적인 정치적 충고를 할 수 없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2022년 3월 1일 우크라이나 지토미르에서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기 위해 화염병을 던지는 민간인 훈련을 하고 있다. (출처 : 로이터통신/Viacheslav Ratynskyi)
2022년 3월 1일 우크라이나 지토미르에서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기 위해 화염병을 던지는 민간인 훈련을 하고 있다. (출처 : 로이터통신/Viacheslav Ratynskyi)

러시아에 닥친 혹독한 경제제재

하지만 러시아는 이번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경제적 고립에 빠졌다. 러시아의 침공에 반대하며 전 세계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정한대로 지난 313일 러시아 국책은행인 VTB 등 은행 7곳과 그 자회사들을 결제망에서 퇴출됐다. 스위프트는 세계 200여 개국 11천 개 은행을 연결하는 국제 통신망이다. 여기서 배제되면 국제 시장에서는 금융 거래가 어렵게 된다.

러시아를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던 석유 및 천연가스와 같은 자원에 대한 수출에도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8일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 차원에서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 수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함께 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말까지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천연가스 물량의 3분의 2를 줄이고 2030년까지는 러시아산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에서 독립하겠다는 계획이다.

잇따른 제재에 러시아 경제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통화인 루블화는 17일 기준 1달러 당 105루블로, 침공 전과 비교했을 때 루블화 가치가 30% 이상 폭락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의 1월에는 보통 달러당 70~80루블이었다.

2000년대 이후 러시아의 석유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출처 : https://www.eia.gov/)
2000년대 이후 러시아의 석유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출처 : https://www.eia.gov/)

그렇다면 러시아는 이런 경제제재를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침공에 감행했을까.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단기간에 전쟁을 끝내고 우크라이나 정권을 교체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는 분석이다. 경제제재를 받을 만큼 장기화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오판 아닌 오판의 배경은 러시아의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다. 러시아가 현대에 이르러 침공을 감수한 건 이번만의 일이 아니다. 2008년 남오셰티야 전쟁과 2014년 크림반도 합병을 거치며 러시아는 침공에 대해 상당한 확신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전 교수는 이전의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분쟁과 같이 러시아 개입하면 대부분 러시아의 뜻대로 이루어졌다이번에도 러시아는 과거와 같이 의도한 대로 우크라이나의 정권을 교체할 수 있을거라는 착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형국이 펼쳐지든 러시아가 의도한대로의 상황은 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제재와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 교수는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하락하고 러시아는 내외부적으로 굉장히 고립될 것이라며 러시아가 앞으로 어떻게 입장을 바꾸든, 정권을 교체되든 간에 러시아의 원래 계획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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