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회관서 5월 15일까지 전시
-한국인 최초 퓰리처상 수상작 포함돼 눈길

세계 근현대사를 눈과 가슴으로 담아 볼 수 있는 ‘2022 퓰리처상 사진전이 오는 515일까지 부산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열린다. 8년 만에 부산에서 열리는 이번 사진전에는 1942년부터 2021년까지의 수상작 140여 점이 전시된다. 작품과 더불어 사진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소개해 풍성한 전시를 선보인다.

1917년 창설된 퓰리처상은 조지프 퓰리처가 컬럼비아 대학교에 2백만 달러를 기부하며 제정됐다. 매해 4월 경, 언론 분야 15개 부문을 포함해 총 20여 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한국에서는 1998년을 시작으로 4차례 전시가 열렸다. 이후 서울에서만 60만 관객을 동원하는 대기록을 세우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사진전으로 자리 잡았다.

전시는 퓰리처상의 창설자를 소개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94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년도별로 작품이 전시돼 수상작들이 담은 세계 근·현대사의 순간을 함께 여행할 수 있다. 사진의 원제와 더불어 '결코 잊을 수 없는 사진', '어린 시절의 순수한 순간을 담았다' 등 인상 깊은 타이틀이 부여되어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특히 한국 전쟁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전 AP통신 사진기자 맥스 데스포의 인터뷰 영상은 국가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말한다. "한국인들은 전쟁의 시작만을 기억합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인 최초 수상작 눈길

2019 수상작, 김경훈 '장벽에 막히다'. (부산문화회관 제공)
2019 수상작, 김경훈 '장벽에 막히다'. 부산문화회관 제공

이번 전시전이 특별한 또다른 이유는 한국인 최초 퓰리처상 사진 부문 수상작인 '장벽에 막히다'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 속의 엄마 마리아 메자는 거대한 국경 장벽 사이에서 기저귀 차림의 두 딸을 다급하게 끌어안고 있다. 미국 이주를 꿈꿨던 중남미 캐러밴들이 국경 수비대가 발포한 최루탄에 몸을 피하는 모습이다. 이 사진은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금 금지 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올 때마다 쓰이기도 했다.

수상자인 로이터 통신 김경훈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했던 캐러밴들에 대한 이미지와 다른 실상을 보여 준 것을 반향의 이유로 꼽았다. 김 기자는 지난 20194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캐러밴을 거친 갱단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사진 속에는 아이들에게 보다 밝은 미래를 주기 위해 먼 길을 떠나온 여성과 어린아이들이 담겨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부산 전시 홍보 포스터의 주인공인 생명을 불어넣다도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다. 화염에 휩싸인 아파트에서 아기를 안고 뛰어나온 소방관이 인공호흡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생애 두 번째 생일이었던 그날, 아기는 마지막 숨을 거뒀다. 이 일은 화재 예방 프로그램이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수상자인 론 올슈웽거는 "화재 현장에서 도울 일이 없어 사진을 찍었다"고 했지만 그의 사진은 더 큰 제도적 개선을 이루어 냈다.

1989 수상작, 론 올슈웽거 '생명을 불어넣다'. (부산문화회관 제공)
1989 수상작, 론 올슈웽거 '생명을 불어넣다'. (부산문화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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