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W.F.헤겔, <법철학> / 김준수(철학) 교수

 

현실존재와 개념 그리고 육체와 영혼이 통일된 것이 곧 이념이다. 이때 이념은 조화로움으로 그칠 뿐만 아니라 완전히 상호침투되어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념이 아닌 것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법의 이념은 자유이며, 이것이 참으로 파악되기 위해서는 그의 개념과 이 개념의 현실존재 속에서 인식되지 않으면 안 된다. -헤겔 <법철학> 中에서

서양 철학의 대표적 고전 중 하나로 꼽히는 <법철학>은 독일의 철학자 헤겔의 저서이다. 김준수(철학) 교수는 <법철학>을 “헤겔의 여러 저서 중 가장 영향력이 큰 저서”라며 “역사적 의의뿐만 아니라 현재의 담론 속에서도 많은 논의가 될 정도로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법철학>의 핵심적인 내용은 ‘인륜성’의 이념이다. 헤겔은 법이라는 규범의 기초가 자유에 있다고 주장했다. 법은 자유가 실제로 구현된 것으로, 법이 올바르고 타당해지려면 자유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자유는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연대 속에서 존립·실현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김 교수는 “구체적인 내용도 중요하지만 법에 관한 철학적 고찰을 중시해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법철학>이 저술될 당시 헤겔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사람들은 그의 정치적 성향을 근거로 격렬히 비판했다. 특히 시민사회의 모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은 있으나 그 해결책으로 강력한 국가를 제시했다는 점이 비판받았다. 이에 대해 김준수 교수는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특정구절, 부분만을 강조해 생긴 오해”라며 “헤겔이 말하는 국가는 시민사회에 종속된 국가를 뜻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헤겔의 철학이 가진 엄밀한 체계성은 이런 오해를 빈번히 일어나게 한다. 특정 부분만 골라 읽거나 발췌할 경우 그가 의도했던 바가 왜곡돼 오해를 일으키는 것이다. 때문에 헤겔의 철학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도서를 참고하는 것이 가장 좋다.

강의를 위해 교재로 만들어진 <법철학>은 핵심적인 내용만 집약적으로 담겨있어 이해하기 힘들다. <법철학 강요>은 실제 헤겔의 제자들이 작성한 강의노트를 엮어놓은 책으로 <법철학>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김준수 교수는 “집약·요약된 개념을 해석하고 예시가 함께 있어 이해하기 쉽다”고 전했다. 마르쿠제의 <이성과 혁명>또한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성과 혁명>은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마르쿠제가 헤겔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팽배했던 미국에서 오해를 바로 잡으려는 목적으로 저술한 책이다. 나치즘의 선구자로 부각됐던 헤겔에 대한 오해를 풀기에는 적격이다.

현대사회에서 헤겔의 <법철학>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김준수 교수는 현대사회를 ‘개인의 이기적 이해관계가 공공성보다 우선시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헤겔의 ‘인륜성’이 부각될 수 있다. 김 교수는 “현대라는 연약한 지반 위에 전통사회에서 가능했던 인륜성을 어떻게 재수립할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라며 “헤겔이 제시하는 것이 꼭 올바른 것은 아니지만, 우리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치밀하게 고민했다는 점은 큰 의의를 지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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