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녹색당 더하기’ 이유진 공동정책위원장

 

▲94학번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전공
▲KDI 국제정책대학원 공공정책학 석사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 과정 수료
▲현) 에너지기후연구소 연구위원 
▲녹색당 더하기 공동정책위원장
▲<태양과 바람을 경작하다>, <기후변화의 유혹>
<동네 에너지가 희망이다> 등의 저자

이유진 씨는 녹색당 창당 멤버이다. 지난 총선 때 녹색당비례대표후보1번으로 출마했다. 총선에서 녹색당은 0.48%의 득표율을 얻었지만 국회로 진출하지는 못했다. 학부 시절에는 <경북대신문> 취재부장으로 활동했다. 취재부장을 하던 와중에 ‘한겨레’와 ‘녹색연합’이 공동주최한 아시아지역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녹색연합에서 14년간 일했다. 녹색연합에서 일하던 중 미군의 ‘포름알데히드 무단투기’를 밝혀내기도 했다. 이 일이 알려지자 봉준호 감독이 이유진 씨를 찾아왔다. 이유진 씨는 포름알데히드 용액과 미군기지 내부사진을 보여줬고, 이것이 영화 <괴물>의 모티프가 됐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바라보며, 시민단체 활동에 한계를 느끼게 된다. 이후 그는 정치인으로 변신을 시작한다. 그는 여전히 ‘정치인으로 전환하고 있는 중’이다.이유진 씨를 만나러 갔을 때, 그는 ‘녹색당 더하기’(이하 녹색당) 신입당원 모임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만 이유진 씨의 큰 키는 그를 눈에 띠게 만들었다. 짧은 머리와 훤칠한 키만 보고 그의 성별을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남성들이 많은 정치계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오늘당원들이 몇 명이나 올지 모르겠네요”라고 말하는 얼굴에는 걱정과 설렘이 가득했다.

‘태양과 바람의 정당’. 이는 녹색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잘 드러내 주는 이름이다. 녹색당은 ‘탈핵’을 주요기치로 내걸고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노동, 에너지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2012년 3월 창당한 뒤, 한달 만에 4.11 총선을 치렀다. 정당법상 선거에서 2% 미만의 표를 얻으면 정당 등록이 취소된다. 녹색당은 0.48%의 득표율을 얻었기 때문에 정당등록이 취소됐다. 이후 ‘녹색당 더하기’라는 이름으로 재창당해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녹색당은 대의원을 100%추첨제로 뽑는다. 또한 대표는 남녀 동수로 뽑는다. 이는 여성 당원의 비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여기에 힘입어 여성 당원이 52%에 달한다. 이유진 공동정책위원장을 만나 한국 녹색당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환경운동가로 진로를 결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환경운동가의 길을 택하게 된 것은 ‘한겨레’와 ‘녹색연합’이 주최하는 필리핀 수빅만과 인도네시아 핵발전소 밀집 지역을 탐방한 뒤부터였다. 필리핀 수빅만은 미군기지가주둔하고 있는 곳이었다. 미군은 철수하면서 오염물질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떠났다. 이후 그곳에 사는 주민들은 오염수를 마시고 기형아를 낳게 됐다. 그 마을에 사는 아이들 중 장애를 가지지 않은 아이를 찾기가 더 힘들 정도였다. 그 아이들의 운명은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결정된 것이다. 그것을 보면서 환경이 얼마나중요한지 깨닫게 됐다. 그때의 일이 녹색연합과 인연을 맺어줬다.

△학보사 활동이 현재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

-사회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것 같다. 또 학보사를 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났던 것 이 큰 도움이 된다.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웬만한 수업을 하나 듣는 것보다 낫다. 지금도 나는 사람들을 만나러 여러 곳을 다닌다. 나는 엥겔지수가 높은 게 아니라 교통비 지수가 높다(웃음). 수입의 상당 부분을 교통비에 쓴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관계를 경험할 수 있다. 신문에 활자화가 안 될 뿐이지 매일 의견을 묻고 답하는 과정이 신문사에서 배운 취재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 옛날 생각도 나고 재밌다. 특히 오늘같이 학보사 기자가 오면 더욱더 반갑다.

△녹색연합에서 일할 때 미군의 독극물 무단방류를 밝혀냈다고 들었다

-녹색연합에서 제일처음한일이 군기지 환경문제를 조사하는 일이었다. 미군이나 한국군이 발생시키는 오염물질이 생태계나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감시하는 일이었다. 주요 일과는 미군 담벼락을 따라 돌면서 기름이 새는 곳은 없는지, 무단투기를 하지 않는지 감시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용산 미군기지에서 시체 처리할 때 쓰는 포름알데히드 용액을 무단 방류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포름알데히드 용액은 독극물이기 때문에 오키나와에 있는 특수폐기시설에서 폐기해야 하지만 그것을 어긴 셈이다.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 미군 기지에 갔다. 그때는 간이 컸는지 영안실에 들어가 내부 사진도 찍고, 용액을 가방 속에 몰래 넣어왔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간이 줄어드는 건지, 지금은 새가슴이라 상상도 못 할 일이다.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던 것을 접고 정치인으로 변신하게 된다.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충격 그 자체였다. 시민단체에서의 활동 뿐 아니라 정책적으로 해결해야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우리가 처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위해서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녹색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 시기가 아니면 한국에서 녹색당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더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녹색당을 만드는 데 참여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비례대표로 출마하게 됐다. 그 과정이 한 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인이라고 불리는 내 모습이 아직도 얼떨떨하다.

△당신은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나

-처음 사람들이 나를 정치인으로 불렀을 때 왠지 모를 반감이 들었다. 그것은 내 뇌리에 박혀있는 정치인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 때문일 것이다. 나는 텔레비전 속에 나오는 여의도정치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여의도에서 하는 정치만이 정치의 전부는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에게 와 닿을 수 있는 정치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아직 나는 환경운동가에서 정치인으로 전환 중이다. 또한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 중이다. 정치를 통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으로서 내가해야 될 일은 무엇인지, 앞으로 녹색당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계속 고민 중이다.

△녹색당하면 환경정당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녹색당은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 관심이 많지만, 노동과 인권 문제도 꾸준히 다루고 있다. 가령 정책포럼을 열면 가장 먼저 논의하는 것은 노동에 관한 의제다. 독일과 프랑스의 녹색당도 초기에는 반핵이나 환경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지만, 현재는 다양한 이슈로 넓혀가고 있다. 우리도 지금은 탈핵과 에너지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점점 더 넓혀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녹색당과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녹색당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기존의 정당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은 분야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녹색당원들도 탈핵에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정당들이 들어주지 않았던 주제를 포괄해 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또, 녹색당과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지만 당원은 아닌 사람들을 만나면 ‘왜 녹색당에 가입하지 않았는지’를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녹색당이 보완해나가야 할 지점을 찾게 되는 것 같다.

△탈핵을 넘어선 사회, 대한민국도 가능할까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2011년 서울시 노원구에서 아스팔트방사능유출 사건이 있었다. 이 방사능 유출 사건은 간이 방사능 계측기를 들고 다니던 시민이 발견했다. 노원구청에서는아스팔트를걷어냈지만 이를 처리하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방사능 폐기물 처리 비용은 80억 원이었다. 이비용을 부담할 주체를 두고, 노원구청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공방이 오갔던 것이다. 결국 중앙정부가 부담했다. 이 일로 노원구청장은 기초지자체탈핵선언을 준비하고 45개의기초지자체가 참여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탈핵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태양광 발전이나 바이오 에너지 등을 활용해 대체에너지로 생활이 가능한지 실험을 하고 있고, 실제 독일과 중국은 전체에너지의 20%를 대체에너지로 생산하고 있다. 탈핵을 하기 위해서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고,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면 가능하다.

△당신이 꿈꾸는 사회는 무엇인가

-기존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체제는 한계에 달했다. 갑과 을의 관계에 대해서 요즘 말이 많은데, 단순히 을의 권리를 조금 더 보장해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시스템 자체를 고치지 않으면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나친 경쟁과 불평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즐기며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야한다.

또한, 탈핵으로 먹고살 수있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지금은 원전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많다. 원전은 젖과 꿀이 흐르나 보다(웃음) 우리나라 오만원권은 거기 다 있는 것 같다. 독일에서는 탈핵으로 36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소진되는 일자리가 아니라, 지역과 밀착된 일자리를 개발해야 한다. 그것이 지역 경제를 풍부하게 만드는 일이다.

△재창당하면서 세운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총선이 끝난 뒤 녹색당이 받은 ‘103,811’표가 뇌리에 확 꽂혔다. 공동정책위원장이다보니 내년 선거가 훨씬 더 신경 쓰인다. 십만표는 더 나와야 되는데. 선거가 끝난 후 녹색당더하기로 재창당하면서 ‘다시는 창당하지 말자’가 목표가 됐다. 녹색당은 여러 의제들을 함께 다루면서 소수정당이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치계를 바꾸는 일에도 힘을 써야 될 것이다. 녹색당이 천천히 크더라도 후퇴하지 않고 커야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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