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대신문 편집국에 대구교도소로부터 한 통의 편지가 들어왔다. 자신을 사형수로 복역 중이라 밝힌 박모(50) 씨의 편지였다. 박씨는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스승에 대한 은혜를 조금이나마 감사드리고 싶어서 펜을 들었다”며 “나 자신이 내 삶의 주체가 되도록 도와주신 부산대학교 고고학과 신경철 교수님과 기계공학과 이시복 교수님을 진정한 스승 상으로 추천해 드리고 싶다”고 전해왔다. 아래는 편지의 전문이다.

편집장님께 올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불쑥 편지를 드리게 되어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스승에 대한 그 은혜를 조금이나마 감사드리고 싶어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대구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형수입니다만 제가 인생의 낙오자가 되어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할 정도로 배우지 못하고 꿈과 희망조차 없던 저에게 10년 전부터 저를 후원하여 공부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고 가르쳐주신 부산대학교 인문대학 고고학과 신경철 교수님을 진정한 스승 상으로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스승이란 1+1=2라고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학생이 공부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거나 후원하는 것 또한 가르치는 것 못지않게 쉽지 않고 중요한 것이라 생각하며 참된 스승의 자세라고 봅니다.
 
사형수인 제가 학생이라 말씀드리기 부끄럽습니다만, 비록 부산대학교 학생증은 받지 못했어도 저는 분명히 학생입니다. 나이나 신분으로 학생을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배우려고 노력하며 진정으로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참된 학생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한국의 전통문양에 대해 공부하며 교수님을 알게 되어 관련 자료나 박물관 도록 등을 얻어 공부할 수 있었으며 그 후 과학을 공부할 때도 기꺼이 후원해 주시며 박봉을 쪼개어 공부하고 연구하도록 송금해 주시거나 책을 사 주셨으며 그 덕분으로 최근 4년 전부터 발명특허출원을 하여 4건을 등록하였으며 현재 5번째 출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등록된 것 중 최근에 등록한 “자동차 하중을 이용한 공압발생장치 및 공압발전 시스템” (등록번호 10-1179107)은 조금이나마 은혜에 보답고저 부산대학 산학협력단에 특허권을 무료 양도하였습니다.
 
제가 이렇게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공과대학교 기계공학부 이시복 교수님께서도 상기 특허출원에 도움을 주셨으며 신경철 교수님과 함께 대구 교도소에 들어오셔서 두 시간 반 동안 특허기술지도를 받은 바 있습니다. 두 분은 저에게 참된 스승이시며 고마우신 분이지만 제가 구속된 몸이라 찾아뵙지 못하오니 부대신문에라도 기고하여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5번째 특허출원을 위해 부산대학교 도서관에서도 많은 자료를 보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죄인이라 죄송합니다. 이러한 분들이 계시기에 이 세상은 아름다운 세상이며 저 같은 사람도 꿈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비록 죄인이 되어 구속 되었지만 뒤늦게 잘못을 깨달아 반성하며 저의 인생이기에 제 자신이 주체로서 주인공이 되고자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그래서 현재 저는 사형선고를 받고 교도소에 수감되어 죽음을 기다리며 징역을 사는 것이 아니라 교도소 독방을 연구실로 활용하며 제가 이루고자 하는 꿈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이 순간들이 바로 제가 저의 인생 삶의 주체가 되었기에 저는 불모지 같은 이 환경에서도 저의 인생을 개척하며 보람과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이루게 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며 저를 후원해 주시는 많은 스승님들의 은혜입니다. 감사합니다. 부산대학교학생 분들께도 도전 정신을 일깨울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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