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의 편지에 담긴 진정한 스승의 의미

 지난달, 부대신문 편집국에 대구교도소로부터 한 통의 편지가 들어왔다. 자신을 사형수로 복역 중이라 밝힌 박모(50) 씨의 편지였다.(아래 관련기사 참고) 박씨는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스승에 대한 은혜를 조금이나마 감사드리고 싶어서 펜을 들었다”며 “나 자신이 내 삶의 주체가 되도록 도와주신 부산대학교 고고학과 신경철 교수님과 기계공학과 이시복 교수님을 진정한 스승 상으로 추천해 드리고 싶다”고 전해왔다.

  
10여 년간 수백 통의 편지 주고받으며 새 삶을 꿈꿔
 
▲ 10여 년간 편지를 보내며 새로운 삶을 찾도록 끝없이 격려한 신경철 교수
초등학교만 졸업한 박 씨는 살인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후 지난 17년간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과학을 공부하며 4건의 특허를 출허하는 등 독방에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신경철(고고) 교수는 “10여년 전 한국 문화에 관해 공부하고 싶다고 박물관신문에 기고한 박 씨를 알게 됐다”며 “마땅히 도움을 줄 사람들이 없어 책을 보내주고 편지를 주고받은 것이 인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한 달에 두세 번씩 한국문화에 대한 책을 보내주는 것을 비롯해 물심양면으로 박 씨를 지원했다. 그 덕분에 박 씨는 초심을 잃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다. 또한 삶에 대한 격려와 용기를 북돋는 내용의 편지를 계속해서 주고받아 쌓인 편지가 어느덧 수백 통에 이른다고 한다. 신경철 교수는 “박 씨는 어릴 적부터 가정에 불화가 많아 사회적으로 소외를 당해왔다”며 “비록 죄를 지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진정으로 뉘우치는 것이라고 격려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도움으로 박 씨는 과학⋅기술을 공부해 특허를 출허하는 전문적인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그 결과 최근에는 우리학교 산학협력단에 발명 특허를 무상 양도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는 신경철 교수에게 소개받아 몇 년 전부터 계속해서 조언을 해준 이시복(기계공) 교수의 도움도 있었다. 이시복 교수는 “스스로 여러 궁금한 점을 해결해가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헤쳐나가려는 시도가 아름다워 돕게 됐다”며 “여러 기술적인 물음에 대해 미약하나마 조언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스승은 단지 가르치기보다는 서로 돕고 자극받는 위치”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점차 엷어지고 있는 대학 사회에서 신경철 교수의 10여 년간의 도움은 많은 감동을 준다. 이시복 교수는 “신경철 교수와는 원래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지만, 박 씨를 도와주며 참된 스승상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느꼈다”며 “책을 통해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주위의 불우한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삶을 살도록 도와준 신경철 교수님의 모습은 많은 귀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스승은 현재이고 학생은 미래”라고 말하는 신경철 교수. 신 교수는 “스승은 단지 가르치는 사람만이 아니라 학생과 서로 동등한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 과정에서 노력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며 많이 배우고 자극을 받는다고 덧붙인다. 신 교수는 “10여 년 동안 박 씨를 도우면서 많이 뿌듯하기도 했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노력하고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에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며 “개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도 서로 많은 도움이 됐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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