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만화가 박순찬의 네 컷짜리 만평 ‘장도리’는 풍자적이면서도 사실적인 그림과 촌철살인의 메시지로 독자들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필자도 애독자 중 하나다. 지난 1일 자 장도리도 그런 필자를 한동안 먹먹하게한 ‘수작’이었다. 이날 만평은 한국 사회노동자들의 변천사를 그려냈다. 오랫동안‘ 소처럼’ 논과 밭을 갈아야 했던 한국사회의 노동자들은, 산업화 시대를 거치는 동안 ‘기계처럼’ 미싱을 돌렸고, 오늘날에는 ‘ 로봇처럼’ 늘 웃어야만 하는 감정노동자가 됐다.

그리고 평화시장의 여공들이 기계처럼 미싱을 돌리던 시절,“ 인간처럼 살고 싶다”고 외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일 수밖에 없었던 어느 노동자의 절규가 울려 퍼진지 어느 덧 43년이 지났다. 그는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해 함께 싸울‘ 대학생 친구’가 있기를 바랐다.

대학생들이 학교에서 간과하기 쉬운 노동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쓰레기를 치우고, 화장실을 청소하며, 밤새 건물을 지키는 일과 같은 소위 말하는‘ 3D' 업종이라는 점, 그리고 비정규직이라는 점이다.

우리학교에도 3D 업종에 종사하는비정규 노동자들이 많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학교가 지난 2009년부터 교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왔고 처우도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남성 노동자는 143만 9000원, 여성노동자는 123만 9000원을 월급으로 받고 있다. 또 주 5일 근무가 보장되고, 명절 상여금 등으로 연 55만 8000원이 추가로 지급된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부산지역의 많은 학교에서 일하는 상당수노동자는 비정규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시립대의 결정은 눈여겨볼 만하다. 서울시립대는 지난해 말, 청소노동자에 대한 직접고용계획을 밝힌데 이어 3월에는 실제로그‘ 약속’을 지켰다. 서울시립대가 63명의 청소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면서추가로 발생한 비용은‘ 0’원 이다. 오히려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을 20%가량 인상하기까지 했다. 기존에 청소노동자 고용과 관리를 담당해온 용역 업체에 지불하던‘ 관리비’ 명목의 비용이 직접고용을 하면서 사라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도 많은 대학들이 비용 절감과 관리 용이를 이유로 직접 고용보다 용역 업체를 통한관리를 택하는 상황을 볼 때, 서울시립대 사례가 대학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언제부터인가 성년을 맞이한 이들에게‘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힘내라’는 말을 많이 건내곤 한다. 대학이라는‘ 학점 소매점’으로 전락해가는 공간에서, 성인으로서 새롭게 출발하는 이들을 맞이하는 건 희망의 가능성보다는, 버텨야 한다는 절박함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말일 것이다. 이들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성년인지도 의문이다. 인정받는다는 것은 권리와 의무를 지니는 것이다. 오늘날 대학생들에게 어떤 권리와 의무가 주어지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대학생들이 사회에 어떤 권리를 갖고 있는지, 사회에 어떤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대학생들은 아무것도 보장 받지 못하고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지는 않은가.

‘그 때’ 이후로 얼마나 달라졌을까. 뉴스에서 보던 라면 때문에 뺨을 맞아야 했던 스튜어디스 이야기만이 전부가 아니다. 먼 곳을 볼 필요도 없다. 쓰레기를 치우고, 화장실을 청소하고건물을 지키는 그들을 다시 한 번 보자. 그리고 지난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지속됐던 영도, 한진중공업의 기록들도 잊지 말자. 그곳에는 또 다른 ‘전태일들’이 있었다. 그들의 옆에는 ‘대학생 친구들’이 있었을까. 외면하지 말자,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그들의 친구가 되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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