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캠핑이 아닌 자연과 함께하는 캠핑으로

 몇 년 전 우리 사회는 물질적인 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자는 웰빙이 유행이었다. 이 시기 웰빙과 관련하여 무수히 많은 상품이 쏟아져 나왔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현대인의 정신이 얼마나 물질에 기대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현대인의 정신적 빈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웰빙이 지고 지금 대한민국은 힐링이 매섭게 떠오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나온 보고서 <힐링을 힐링하다>(2013.5.29. 제897호)는 힐링 열풍의 배경으로 △경제적 어려움 지속 △생활 속 힐링이 어려워진 환경△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 △신체 및 정신 건강에 대한 욕구 확대를 들었다. 웰빙으로 해결되지 못했던 현대인의 정신적⋅심리적인 부분들이 이제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치유와 위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힐링 코드가 과거 웰빙이 그랬던 것처럼 상품으로서만 활발하게 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캠핑, 여가생활일까? 과시를 위한 수단일까?

힐링 열풍과 관련하여 각광받고 있는 것이 바로 캠핑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조사한 2012년 10대 히트상품에 캠핑상품이 포함될 정도로 근래캠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자신을 감성 캠퍼라고 소개한 이학연(수영동, 33)씨는 캠핑의 매력으로“ 첫째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둘째 나만의 공간을 야외에서 갖는 즐거움, 셋째 좋아하는 이와 즐기는 밤의 고요함, 넷째 스테레스 해소 및 마음의 힐링”을 꼽았다.

그러나 이학연 씨처럼 캠핑을 그 자체로 즐기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요즘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캠핑을 즐기기가 어려울정도”라며“ 캠핑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캠핑 장비를 모으는 데 열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고,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각종 캠핑 장비 업체들이 달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종의 과시욕으로 캠핑을 시작하는 이들도 많으며, 그 결과 경제 불황에도 캠핑산업은 엄청난 호황을 맞고 있다. 실제로 캠핑산업의 규모는 매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28일에서 3월 3일, 캠핑산업을 소개하는 취지로 열린 국제캠핑페어에 85,000여 명의 인파가 몰리며 성황리에 행사가 치러졌다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코리아오토캠핑쇼 홈페이지에 따르면, 캠핑산업규모는 2009년 1,000억 원에서 2012년 5,000억 원, 그리고2013년 6,500억 원으로 추정된다.

 

 

 

맹꽁이보다 캠핑장?!

부산에서는 지난 5월 17~19일에 부산 송정해수욕장 캠핑페스티벌이 열렸다. 이 행사를 주관한 KNN 방송국 김필영 부장은“ 캠핑에 관한 관심이급증하고 있고, 이러한 행사를 통해 부산을 홍보하기에도 좋기에 캠핑페스티벌을 기획했다”며“ 부산에 캠핑할만한 장소는 많지만, 정식으로 허가가 떨어진 곳이 거의 없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 중 부산에 캠핑장이 생기기를 바라는 이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부산에 현재 캠핑을 할 수 있도록 허가가 난 곳은 송정 해수욕장과 구덕야영장 정도가 전부이다. 캠핑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지난해 부산시는 문화관광체육부가 공모한 '국민여가캠핑장 조성사업'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 결과 삼락생태공원이 이 사업의 대상 지역으로 선정됐다. 낙동강사업본부 하천관리팀 김태균 주사는“부산 내 제대로 된 캠핑장이 없어 외주 캠핑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 및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하여 캠핑장이 들어선다”며 삼락오토캠핑장은 2014년에 완공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다. 환경단체 생태그물에서는 벌써 여러 차례 삼락오토캠핑장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다. 생태그물의이연정 사무국장은 “오토캠핑장이 설치되면 생태계가 파괴될 가능성이 크다. 맹꽁이 등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는 삼락둔치는 보호해야 할 곳”이라고 거듭 밝혔다.

 

풍요로운 자연을 위해

비폭력 불복종 운동을 전개한 인도의 간디는“ 세상은 인간의 필요를 위해서는 풍요롭지만, 인간의 탐욕을 위해서는 궁핍한 곳이다”라고 말했다. 간디가 말한 비폭력은 비단 인간과 인간, 제국과 식민지 사이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간에도 유효한 말이다. 지금 우리는 게걸스럽게 자연을 탐하면서도 계속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마음과정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자연을 찾고, 캠핑을 즐기는 것은 좋다. 하지만 오로지 인간의 힐링을 위해 자연 및 다른 생명체들을‘ 킬링’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는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을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애초에 이 욕심과 이기심으로 점철된 세계 탓에 우리에게 힐링이 필요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진정한 힐링을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는 분명하다. 캠핑장보다는 맹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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