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편의를 위한 개발에 금정산이 신음하고 있다. 주기재(생명과학) 교수와 동행해 금정산 생태문제를 진단해봤다.

웅비관을 향해 올라가다 보면 등산로를 가리키는 표지판과 함께 금정산으로 향하는 길이 나타난다. 길을 따라 산 속으로 들어서니 등산로와 함께 계곡이 나타났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출입이 금지된 구역이었지만 금정산 둘레길 개발과 함께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주 교수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보존상태가 양호했던 곳인데 등산로를 조성하면서 많은 생물체가 자취를 감췄다”며“ 생태계가 양호한 곳은 사람의 손길을 피했어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등산로로 들어서자마자 주기재 교수가 가리킨 곳을 보니 길 옆으로 수도관이 뻗어있었다. 근방 음식점에서무단으로 계곡물을 끌어다 쓰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주 교수는“ 무분별한 수도관 설치로 계곡물이 줄어들어 어류가 서식하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등산로로 인해계곡의 노출면이 넓어져 퇴적물이 늘어난 것도 어류의 서식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 주기재 교수가 길 옆에 늘어선 수도관을 가리키고 있다

계곡의 수질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주기재 교수는 수시로 계곡물의전기전도도를 측정해왔다. 전기전도도는 물에 전기가 흐르는 정도를 측정해 오염도를 가늠하는 지표이다. 그는“ 40㎲ 정도에 그쳤던 전기전도도가 3년 새 80㎲로 증가했다”며“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던 수질이 사람들의 발길이 닿으며 큰 폭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등산로로 인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사람이 드나들며 일으키는 소음으로 인해 서식하던 조류는 떠나가고, 등산로 형성으로 움직임이 활발한 포유류의 이동 경로도 단절돼 고립되고 있다. 등산로를 트는 것만으로도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주기재 교수는“ 금정산은 사람의 편의만을 위해, 보존지역을 따로 지정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개발되고 있다”며“ 정확한 분석을 통해 보존지역을 나누는 등 금정산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편의를 위한 개발은 계속 진행되는 상황이다. 금정산을 관통하는 산성터널의 건립은 금정산생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음 달부터 착공 예정인 산성터널 공사는화명동과 장전동을 잇는 길이 5.7km구간의 공사로, 2018년 개통할 예정이다. 금정산지킴이단 허탁 단장은“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건설하게 되면 군락은 물론 산 속에 흐르는 지하수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터널 공사를 반대하는 그린숲속아파트산성터널 비상대책위원회측도 산성터널 건립으로 인해 소나무군락 약 40만㎡가 사라지고, 대천천으로 이어지는 불송 계곡이 도로 아래 하수박스를 통해 흐르게 돼 오염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정수시설 없이 대천천으로 유입되는 생활하수

불송 계곡과는 별개로 대천천은 이미 생활하수로 인해 오염되고 있다. 화명동으로 흐르는 대천천의 두 줄기상류 중 한 곳에는 금성동(산성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수많은 음식점과 축사가 위치한 금성동의 생활하수는 대천천으로 유입된다. 하지만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정수시설이 부족해 대천천이 오염되고 있는 것이다. 사단법인 범시민금정산보존회 김일열 회장은“ 대천천 하류에 정수장이 설치돼있지만 생활하수를 모두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특히 비가 올 때는 하수가 역류해 악취가 진동한다”고전했다.

금정산성 근방에는 다목적 광장과 솔숲쉼터를 갖춘 시민공원도 생길 예정이다. 금정구청은 지난해 말‘ 금정산성 산성유원지’를 건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공개된 계획에 따르면 유원지 중앙에 조성될 오토 캠핑장을 비롯해 운동시설(1,670㎡), 생태주차장(760㎡) 등도 들어설 예정이다. 방치돼있는 전답을 활용하는 등 생태계훼손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부산환경운동연합 김준열 활동가는“ 유원지의 규모 자체가 크고,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다 보면 금정산 훼손이 우려된다”며“ 과도한 개발은 후속개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조성계획 자체를 다시 검토해야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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