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자아는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조지 허버트 미드와 찰스 호튼 쿨리는 타인이 없으면 우리의 자아 역시 존재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전자 기기의 발달로 점차 개인들 간의 의사소통이 단절화되고 있는 시대에 미드와 쿨리가 강조한 관계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미드와 쿨리는 사회심리학 분야를 개척하고 상징적 상호작용론이라는 이론을 적립한 고전 사회학자다. 상징적 상호작용론은 사람들이 서로의 태도를 해석하고, 이러한 해석을 바탕으로 의미를 도출해 행동한다고 가정하고 있다. <문화저널21> 문학편집팀 서대선 편집위원은 “미드는 자아를 사고, 의지, 행위 등의 여러 작용이 이뤄지는 자율성을 가진 주체로 정의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아는 태어나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생겨난다. 이러한 이유로 쿨리는 타인을 ‘거울자아’라고 부르기도 했다.
 
자아를 이루는 핵심 과정인 상호작용은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으로 나타나는 ‘비상징적인 행위’와 그 안에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상징적인 행위’로 나뉜다. 이 중 상징적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 간 의사소통이 이뤄진다. 아이들은 이러한 의사소통을 놀이와 게임을 통해 배운다. 여기서 놀이와 게임을 구분하는 것은 참여하는 사람의 숫자와 규칙이다. 아이들은 비교적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적고, 규칙이 간단한 놀이를 통해 역할을 취득해간다. 게임은 놀이에 비해 정해진 규칙이 있으며,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해야 해 더 복잡하다. 아이들은 이러한 게임에서 일반화된 타자를 경험한다. 한상욱(순천대 사회교육) 교수는 “일반화된 타자란 타인의 행동을 보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상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직접 해보지 않더라도 관찰을 통해 일어날 반응을 예측하고 또한 이에 대해 생각과 성찰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성찰적 속성 때문에 개인은 타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지만 또한 주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 타인과의 접촉은 주체성을 잃는 과정이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인 것이다.
  

 

인간은 주체적 자아인 ‘I’와 객체적 자아인 ‘me’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아인 ‘self’를 형성한다. 손장권(고려대 사회) 교수는 “I는 타인의 행동에 대한 우리의 반응인 반면 me는 우리의 행동을 타자의 시각을 통해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에 객체적 자아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드와 쿨리는 개인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를 분석하기 때문에 개인은 더 이상 사회적 구조에 의해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아니다. 김진업(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구조적인 논의로 인해 개인의 주체성이 홀대되어 왔던 흐름 속에서 이들의 연구는 특별히 개인의 주체성을 강조해 의의를 가진다”고 전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은둔형 외톨이’들이 생겨나고 있고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여기에 과학 기술과 가상 세계의 발달이 더해져 ‘외톨이’라도 즐겁게 살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존재다. 성숙한 자아를 형성하기 위해서 우리가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들과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하고, 그 속에서 자아를 찾으라는 미드와 쿨리의 메시지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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