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스티브 잡스는 독단적인 경영을 이유로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퇴출당한다. 그러나 컴퓨터 개발사 넥스트와 컴퓨터 그래픽 영화사 픽사를 설립해 재기에 성공한다. 이를 발판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던 애플로 복귀해 애플을 세계 최대 IT 업체로 성장시킨다. 실패로 ‘집’에서 쫓겨난 잡스가 ‘길바닥’으로 내몰리지 않고 재기를 노릴 수 있었던 사회적 기반은 무엇이었을까.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패자 부활’이 가능할까.

  지난달 13일 발표된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동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
면 우리 사회에 대해 ‘한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렵다’고 응답한 2040세대의 비율이 64.4%에
달했다. 특히 40대 응답자의 78.1%는 우리 사회를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라고 답해 연령대
가 높아질수록 이런 인식이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패자부활전 없는 사회’의 원인으로 △고착되는 양극화 △좁은 시장 △허술
한 개인회생 장치 △중소기업 재창업 지원 미비 등을 지적했다.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
은 “과중 채무자들은 금융시장에서 배제당할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에서마저 배제돼 재기가 어렵
다”며 “반면 선진국들은 금융시장 퇴출 상태에 있는 과중 채무자에게 파산·면책을 통한 패자부활
전 통로를 크게 열어 놓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개인의 재기를 도와 ‘자활’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체가 있다. 사단
법인 한국지역자활센터(이하 지역자활센터)가 그 사례다. 실업, 기술·자금부족 등의 이유로 일할
기회를 찾기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안정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주로 병간호, 청소, 집수리 등의 업종에서 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국 247개소, 부산지
역에서는 16개 구․군에 18개 지역자활센터가 지정돼 저소득층의 자활자립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
다. 부산지역자활센터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자활성공자는 224명에 이른다. 자활센터와 자
활대상자들의 꾸준한 노력이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를 뒷받침해야 할 정책은 여전히 문제를 안고 있다. 부산지역자활센터협회 관
계자는 “현 정부의 시작과 함께 모든 자활사업의 방향들은 일자리 창출과 연관된 형태로만 강요
당해 빈곤층의 자립과 자활은 목표가 아닌 수단이 되어가고 있다”며 “탈수급과 탈빈곤에서마저도
효율성을 강조하는 최근의 경향은 자활사업의 목적을 변질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앞으
로도 지속적인 자활사업 수행과 활성화를 통해 주민의 자활의지를 증진하고 향상된 자활 인프라
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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