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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빅엿’을 날려라- 거침없이 비판하고 자유로운 소통을 꿈꾸는 서기호 전 판사
  • 박지연 기자
  • 승인 2012.03.19 15:27
  • 호수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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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엄한 표정으로 좌중을 내려다보며 판결을 내리는 판사의 모습은 가라. SNS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며 이를 억압하는 정권에 ‘가카 빅엿’을 날린 판사가 나타났다. 이후 정확한 이유 없이 법관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 통보를 받고 10년 간 몸을 담고 있던 법원을 떠난 서기호 전 판사를 만났다. 그는 현재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로 총선에 출마해 사법개혁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20대를 어떻게 보냈나. 대학 시절 전국 카톨릭 학생회를 처음 조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을 거쳐 법조계로 진출한 과정이 궁금하다
  대학에 입학했던 1988년은 민주화 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이전에 비해 더욱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대학을다닐 수 있었다. 이러한 대학 분위기 속에서 카톨릭 학생회 활동을 시작했는데 당시 서울 카톨릭 학생회, 부산 카톨릭 학생회 등의 각 지역 조직만 있을 뿐 전국 조직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전국 단위의 조직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열심히 활동했다. 더불어 집회나 시위에도 자주 참여하면서 사회운동에도 열성적이었다. 한 번은 명동성당에서 집회를 하다가 집시법 위반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적이 있다. 그 후 구속 돼 2개월 간 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보냈다. 그 기간 동안 구치소에서 만난 사람들과도 재밌는 일도 많이 있었다. 그 때 죄수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사법시험을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그러한 활동의 연장선상이었다. 소외된 사람들을 돌볼 수 있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 끝에 선택한 것이다. 관심 있는 분야,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분명했기 때문에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고 군 제대 후 2년 만에 사법고시에 합격할 수 있었다. 남들이 하기 때문에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시작했다면 준비기간도 훨씬 길었을 것이다.

  공정해야할 사법부에서 법관들의 독립된 재판권을 흔드는 일들이 계속 발생했다. 현 사법부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하나?
  국민들은 법원을 문턱이 높고 평등이 실현되지 않는 곳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관객이 350만에 이르는 것과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7%가 재판을 불신한다는 결과는 이러한 인식을 나타내는 것이라 본다.
  지금도 양심적이고 합리적인 판사가 많이 있으나 현실적으로 독립된 재판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 사실상 대법원장이 정치권력에 영향을 받고 있고 판사들은 법원장에게 근무평정을 매개로 관리·통제 받고 있어 소신 있는 재판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뢰받을 수 있는 공정한 재판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참여 재판 확대, 재판에서의 녹음 의무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또한 법관의 승진 제도를 폐지하고 임명제가 아니라 선출제로 대법원장을 뽑아야 한다. 근무평정이나 재임용 심사 제도를 개선해 개별 판사들의 독립도 꾀해야 한다. 이러한 사항들을 구체화하고 입법화하는 것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할 일이라 생각한다.

사법개혁 추진을 원한다고 했는데 정치에 입문한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
  근본적인 사법개혁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개인의 노력, 사회 운동만으로 개혁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입법 활동까지 할 수 있는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출마했다. 물론 국회의원은 사법개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지 국회의원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국회의원이 되면 좋지만 안 되도 상관없다. 국회의원에 선출되지 않더라도 정당 내 사법개혁특별위원회나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연계를 통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사법개혁이 목적이고 국회의원은 수단일 뿐이며 이 목적과 수단을 전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는 이번 총선 뿐 아니라 앞으로도 변함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주 전공인 사법개혁 분야를 기본으로 다른 분야까지 공부해나갈 것이다.

   
 

2009년 촛불집회와 관련한 신영철 대법관 사태 때 판사들을 모아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지난해는 SNS 사용 가이드라인 제정에 반발하며 ‘가카 빅엿’ 발언까지 했다. 직설적이고 과감하게 표현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나?
  대학시절의 카톨릭 학생회 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활동 경험이 판사시절 당시 2009년 신영철대법관 사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또한 닥치는 대로 읽었던 많은 책들이 도움이 됐다. 20대 때는 선배들이나 누군가에게 추천받은 책들을 읽었던 반면 2007년부터는 스스로 원하는 책들을 찾아가면서 읽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책을 고르는 안목이 생겼고 인생의 큰 자양분이 됐다. 특히 2010년에는 <비폭력대화>라는 책을 접했는데 40년 간 고민했던 인간관계의 모든 것들에 대한 해답이 들어있다고 느꼈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리더가 된 사람들은 대부분 독서를 많이 한다는 특성이 있지만 반대로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모두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책을 어떻게 읽느냐’, ‘왜 읽느냐’, ‘책에 있는 내용을 얼마만큼 실천에 옮기느냐’ 이 세 가지에서 차이가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이 세 가지 과정에서 자기성찰로 이어져 책의 내용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SNS를 자주 이용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 판사로 유명했다. 대학생들이 SNS를 어떻게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가?
  지난해 한미 FTA와 관련해 현 정권을 비판한 최은배 부장판사의 글에 동조하는 글을 올렸더니 트위터 팔뤄가 5,000명으로 늘었다.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 이후 만 5,000명으로 늘어났고 ‘가카 빅엿’ 글로 3만 명이 넘었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SNS로 더욱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었다. 특히 짧고 핵심적인 내용만 짚어서 표현해야하는 트위터를 보면 한 편의 시처럼 짧은 글로 촌철살인 할 수 있다는 점에 감탄했다.
  그러나 SNS를 이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상대방이 공감할 수 있는,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이야기해야 상대방에게 상처주지 않을까하고 말하는 것을 주저한다. 이러한 문제의 해답으로 몇 달 전 페이스북에서 본 한 심리학자의 ‘취약성의 힘’이라는 동영상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내용은 ‘사람은 누구나 취약한 부분, 단점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이를 숨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취약성을 드러낼 때 자신의 마음이 편해지면서 상대방도 비난보다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한다. 결국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힘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또한 SNS를 이용할 때 속마음과 SNS에서의 표현을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중적인 태도는 언젠가 들통날 수밖에 없다.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당장은 손해를 본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솔직함이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당신의 20대를 상징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고속버스다. 최초로 전국 카톨릭 학생회를 조직하며 서울에서 연구했던 여러 가지를 지역 학생들과도 교류하기 위해 고속버스를 타고 전국 각지를 다녔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았다. 내성적인 편이었으나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신뢰관계를 쌓고 목표를 함께 이뤄내는 과정 속에서 기쁨을 느꼈다. 이러한 활동을 가능하게 했던 가장 큰 힘은 당시 대학생들에게 무한정의 자유가 보장됐다는 것이다.
  또한 1980년대에는 우리나라 사회에서 지역감정이 워낙 심각한 병폐로 자리하고 있었고 서로에 대한 오해도 깊었다. 그러나 전국을 돌아다니며 많은 지역 학생들과 교류하다보니 그러한 선입견을 깰 수 있는 계기도 됐다.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대학 신입생 환영회 때 선배들이 해준 말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부딪혀보라,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부딪혀보라’였다. 당시 이 말이 무척이나 감명 깊었고 실제로 부딪혀보기도 하고 많이 깨지기도 했다. 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주위에서는 왜 힘든 일을 자초해 험난한 길을 가느냐고 하지만 이것은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길이기 때문에 가는 것이다. 오늘도, 여전히 나는 세상에 부딪혀보고 있다.

박지연 기자  vanilla@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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