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끼리프로젝트'에서 대학생 배우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부산 연극을 굳건히 지켜온 극단 새벽이 6년간 머물렀던 보금자리를 옮기게 됐다. 광복동 일대 상권 강화 사업으로 임대료가 2배로 오른 것이 주요 이유다. 지역연극이 위기를 겪게 된 원인은 비단 재정부족이 전부가 아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람들의 관심부족 △정부지원정책의 문제 △상주단원의 부족 △지역연극의 정체성 부재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연극에 대한 정부의 지원금이 적고 지원정책 자체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는 극단 누리에의 강봉금 대표. 현 지원 정책은 연극하는 사람이 아닌 작품의 개수에 따라 지원금을 지급한다. 이성민 대표는 “작품의 개수에 따라 지원하다보니 지원금 받기에 급급해 지역연극의 정체성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극단이 줄어들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작품의 질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극단에 상주 단원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상주단원은 지역연극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극단 구성원 사이에서 공감된 연극 가치관은 곧 그 극단의 정체성이자 더 나아가 지역 연극의 정체성 확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강봉금 대표는 “그러나 현재 배우들은 진정한 연극을 하기 보다는 배우가 되기 위한 발판 정도로만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지역 연극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연극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부산을 거점으로 둔 부산연극 극단은 5개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소극장은 서울을 거점으로 둔 마켓형 극단으로 상업적 연극이 상연된다. 이성민 대표는 “관객이 소비자가 아닌 수용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관객이 연극을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된다면 우리네 이야기를 담고 있는 지역 연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극단 새벽 역시 ‘연극 아카데미’를 진행해 왔다.
  이에 동감한 ‘음악극 교육연구소 끼리프로젝트’도 연극 교육의 현장에 뛰어들었다. 끼리프로젝트는 전문단원과 어린이, 대학생으로 구성된 단체다. 이들이 연출한 작품에 아이들과 대학생이 배우로 직접 나선다. 관객이 연극배우로 참여하면서 연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상주 단원의 부족도 함께 해결된다. 끼리프로젝트 극작가 홍선주 씨는 “연극 교육을 함으로써 사람들이 연극에 관심을 갖고 더 나아가 단원으로 입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김경란(김해시, 21) 씨는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연습하다보니 어느새 단원이 됐다”며 웃었다. 실제로 전문단원들과 4명의 학생에서 시작한 끼리프로젝트는 현재 20명의 단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끼리프로젝트는 동래성전투를 ‘외로운 성’이라는 창작음악연극으로 재현했다. 시민들에게 대호평을 받은 이 연극에는 지역연극 활성화에 대한 해답이 숨어있다. 친숙하게 알고 있는 동래성 전투를 관객들과 함께 재현함으로써 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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