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법 개정안,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오랜 기간 찬반 여부를 두고 논쟁했던 낙태죄를 규정한 <모자모건법>이 개정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 대해서도 여전히 많은 반발이 나온다. 이에 개정안의 어떤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지 알아봤다. 또한 법률 개정으로 확대될 낙태 시술이 안전하게 우리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마저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 살펴봤다.
 

태아가 생긴 지 14주를 일컫는 임신 초기까지 낙태를 허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 하지만 개정 내용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드디어 첫발 뗀 낙태법 개정

모자보건법의 개정으로 특정한 요건 아래 인공임신중절수술(이하 낙태)이 합법적으로 가능해질 전망이다. 작년 4월 헌법재판소는 형법의 낙태죄 조항에 대해 ‘임신한 여성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여성 생명·건강 보호를 위한다는 목적에 맞지 않는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덧붙여 올해 12월 31일까지 법률 개정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7일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과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입법예고됐다. 모자보건법은 임산부와 가임기 여성, 영유아의 생명을 보호하고 건전한 자녀의 출산을 위한 법이다. 기존 법령에 따르면 낙태는 △부모가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 △부모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한 임신 △법률상 혼인이 불가능한 관계에 임신이 된 경우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건강을 해치는 경우에만 허용됐다. 또한 미성년자는 보호자의 동의하에 낙태가 가능하며, 보호자가 없을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본인의 동의만으로 낙태 수술이 합법적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이번 개정을 통해 낙태 허용 범위가 확대됐다. 임신 14주 이내에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 낙태가 이뤄진 경우 처벌하지 않는 것이다. 임신 24주 이내에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 시술을 진행하고, 그 사유가 낙태 허용 범위에 해당하는 경우도 처벌 대상이 아니다. 또한 임신 지속과 출산이 어려운 여성을 위해 ‘임신의 지속이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임신한 여성을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하거나 처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낙태가 가능하도록 개선됐다. ‘인공임신중절수술’이란 용어에서 ‘수술’이 삭제되면서 약물 등 시술의 형태가 다양해지기도 했다. 이 밖에도 △임신·출산 지원기관 설치 △관련 상담 제공 △개인 신념에 따른 의사의 거부권과 같은 조항도 신설됐다.

무분별 낙태 유발 VS 전면 폐기 요구

입법이 예고된 직후, 해당 개정안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낙태죄를 유지해야 한다는 단체들은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라는 표현이 모호해 무분별한 낙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회·경제적 이유로 낙태를 허용하기에 앞서 여성이 아이를 낳도록 돕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낙태반대여성단체인 '케이 프로라이프'의 송혜정 대표는 “이번 개정안은 모든 낙태를 인정하자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라며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국가에서 예산을 마련하고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낙태를 권장하는 법안이다”라고 말했다. 낙태죄를 폐지하자는 입장을 가진 이들 역시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번 개정은 낙태죄 전면 폐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나영 집행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임신 주수와 사유에 따른 제한이나 상담 의무제 등의 규제 조치는 임신 중지율을 낮추는 데 아무런 효과가 없다’며 ‘오히려 불법적인 방법의 낙태를 성행시킨다’고 완전한 낙태죄 폐지를 주장했다.

헌재는 22주, 법률은 24주?

 낙태 허용 범위를 결정하는 기준도 문제가 되고 있다. 24주 내에도 특정 기준을 충족한다면 낙태를 허용하는 것이 헌법재판소에서 내린 판결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이 가능한 임신 22주 전에 낙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또한 24주에 도달하지 않은 태아도 모체 밖에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가 많기에 해당 기준이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지난달 19일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임신 21주에 태어난 이른둥이들의 생존 보고가 국내에서 이어지고 있다’며 ‘낙태 허용 주수를 24주 이내로 잡아 충분히 살 수 있는 아기가 낙태될 위험이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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