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의 손길은 거리까지 닿지 않았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모든 국민이 나이와 직업을 막 론하고 초유의 감염병 사태 속에서 힘겨워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노숙인들은 더 힘든 처지다. 코로나19로 인해 노숙인들은 생활환경이 더욱 난처해졌기 때문이다. 공공기관과 지원단체가 모두 문을 닫으면서 의식주를 해결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코로나19 인해 곤경에 처한 노숙인의 현실을 알아봤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현재 2단계로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까지 격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고려되는 상황이다. 3단계로 전환된다면 일 상이 멈추고 모든 국민이 재택생활 을 해야 한다. 10인 이상의 모임이 전면 금지되고, 공공시설의 사용이 즉각 중단되기 때문이다. 이는 사 회의 도움을 받으면서 생활하는 노숙인에게 치명적이다. 감염병에 취약한 노숙인들은 현재 어떤 상황이며, 이들을 어떤 방법으로 코로나 19 사태로부터 구제할 수 있을까?

아프고 병약한 거리의 이웃

노숙인들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다. 노숙인의 대다수는 고령자이기 때문이다. 또 한 질병을 앓고 있어 중증질환 고위험군에 속할 가능성이 일반 인구층에 비해서 높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생활시설 노 숙인의 경우 50대(33.4%)의 비중이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는 60대(27.5%), 40대 (17.8%), 70대(11.1%) 순이었다.

실제로 노숙인들은 기저질환을 포함해 정신질환과 잦은 음주, 흡연으로 건강 상태 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결과, 노숙인 중 36.1%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성 질환을 진단받았다고 답했다. 29.5%의 노 숙인이 치과 질환을, 28.6%의 노숙인이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청결은 사치 마스크

구하기도 힘들어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마스크 수급 대란 이 일어났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서는 마스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감염자가 건강한 사람과 대화할 때 둘 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면 감염 확률은 100%다. 그러나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면 감염률은 1.5%로 뚝 떨어진다. 그러나 금전적 여유 가 없는 노숙인이 매번 마스크를 구매하긴 힘들다.  노숙인 지원센터나 지자체에서 마스크를 나눠주지만 충분하지 않다.

그 때문에 지원받은 일회용 마스크를 여러 번 세탁해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산역 인근에서 생활하는 노숙 인 A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역사에 들어갈 수가 없다”라며 “단체 쪽에서 지원을 받긴 하지만 매일 갈아 낄 양은 되지 못해 재사용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예방에 있어 손 씻기 등 청결을 유 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보호기관에서 지내지 않는 거리 노숙인은 씻을 공간조차 마땅치 않다.

노숙인은 보금자리를 점차 잃어간다

거리 노숙인들의 유일한 안식처가 돼주던 역사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지난 5월 코레일 부산·경남본부는 코로나19의 방 역을 위해 대합실을 폐쇄했다. 이 때문에 노숙인들은 심야 시간 이후 역사를 나갔다가 개방 시간에 맞춰 들어오는 생활을 하고 있다. 코레일 부산·경남본부 관계자 는 “대합실 폐쇄는 노숙인 퇴거의 목적이 아니라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조치였다” 라며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잠잠해지면 협의를 통해 다른 대책을 도출하려 했으 나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라고 밝혔다.

노숙인 시설을 이용하는 노숙인도 안전하지 않다. 의식주를 챙기며 위생도 관리할 수 있지만, 보호기관에 확진자가 발생할 시 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시설을 한동안 폐쇄하게 되는데, 그동안 시설 이용자들이 지낼 공간은 확보되지 않 은 곳이 많다.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사무국 장은 “노숙인 시설 내에 격리공간을 확보 하라는 정부의 지침이 내려왔으나 공간이 제한적이라 쉽지 않다”라며 “시설에는 감 염의 통로가 될 공유 공간이 많아 격리공간 을 만들어도 효과가 없다”라고 말했다.

병원 가는 길이 더욱 멀어져

노숙인들은 진료를 받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2018년 부산의 노숙인 진료 요건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었다. 현재 부산은 16개 구·군 보건소를 빼면 사실상 노숙인을 위한 병원은 부산의료원이 유일하다. 게다가 보건소를 제외한 지정병원당 담당 노숙인과 주거 취약계층 수가 1,602명으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두 번째로 많다. 또한 진료할 때도 노숙인들에 대한 배 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진료의뢰서가 없더라도 보건소에서 원칙적으로 진료를 해줘야 하지만 현실에선 깐깐하게 신원 확인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부채와 신용불량 등으로 신분 노출을 꺼리는 노 숙인들의 병원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진료의뢰서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부 산의료원도 노숙인들이 이용하긴 힘들다. 부산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부산희망등대 종합지원 센터 진현 부장은 “부산의료원 내 공간이 부족해 강제 퇴원하게 된 노숙인도 있다” 라며 “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해 부산의료 원이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 노숙 인들이 진료받을 공간은 없어진다”라고 우려했다. 한편 부산의료원은 여전히 노 숙인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료원 관계자는 “현재 부산의료원은 코로나19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 환자도 정상적인 진료를 하고 있다”라며 “노숙인 의 진료 역시 기존에 하던 대로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도 그들에겐 ‘그림의 떡’

노숙인들은 긴급재난지원금조차 받기 어렵다. 지난 5월 정부는 코로나19로 침 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이를 통해 임시주거시설에 머무는 노숙인의 70~80%가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시설에 머무는 노숙인은 시설 관계 자로부터 신청 방법을 설명받기 때문에 신청률이 높았던 것이다. 그러나 거리 노숙인들은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안내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이다. 거주 불명 등록자도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정확히 어디서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 자신을 거주 불명자로 알고 있는 노숙인이 서류상에는 다른 지역 거주자로 밝혀져 신청하지 못 한 사례도 있다. 지원금을 신청하러 가기 위한 교통비마저 부족해 지원받지 못한 노숙인도 있다.

자신이 긴급재난지원금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김경일 사무국장 은 “최근 거리 노숙인들도 긴급재난지원금 을 받을 수 있게 하라는 지침이 내려왔었 다”라며 “그러나 ‘어차피 가도 안 된다’는 생각이 노숙인들 사이에 박혀 있어 안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감염 위험에 발목잡힌 대책 마련

코로나19 사태 속, 노숙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생계를 위한 생필품과 위생품을 지급하는 것이다. 현재 부산광역 시청(이하 부산시청)과 노숙인복지센 터에서 노숙인들에게 마스크와 손 세정제, 응급구호품 등을 제공하고 있다. 부 산시청 복지정책과 주필재 주무관은 “지자체에서 노숙인에게 필요한 생필품은 이전부터 지급했다”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노숙인 관련 방역을 강화하고 세정제와 마스크를 지급하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숙인들에게 충분한 물품이 제공되진 못하 고 있다. 특히 일회용 마스크의 경우 매일 교체할 것이 강조되는 만큼 노숙인 들에 대한 물품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노숙인을 구제할 방안이 물품 제공이 최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코로나19 감염 위 험이 있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의 안전 을 고려해야 해 구체적인 방안을 고안하기 힘들다. 그 때문에 무료급식소와 노숙인 지원복지센터 운영 등 노숙인에 대한 복지 서비스가 축소된 상태다. 정재훈(서울여 자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노숙인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방치된 상태”라며 “서비스 제공자들의 감염 위험도 존재해 예전과 같이 노숙인을 위한 대안을 명확히 제시하기 엔 어려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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