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의 손길은 거리까지 닿지 않았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모든 국민이 나이와 직업을 막 론하고 초유의 감염병 사태 속에서 힘겨워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노숙인들은 더 힘든 처지다. 코로나19로 인해 노숙인들은 생활환경이 더욱 난처해졌기 때문이다. 공공기관과 지원단체가 모두 문을 닫으면서 의식주를 해결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코로나19 인해 곤경에 처한 노숙인의 현실을 알아봤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거세지던 지난 25일, 부산대역 앞 광장은 여느 때와 다르게 한산한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광장 내 그늘 아래 에서 휴식을 취하던 몇몇 노숙인들의 모습 은 더 눈에 띄었다.

길게 늘어선 택시들 뒤편으로 박스를 깔고 잠을 청하고 있는 노숙인 A씨에게 다가 갔다. 그의 옆에는 오래된 듯한 막걸리 한 병이 놓여있었다. 마스크 없이 팔로 눈을 가린 채 누워있던 노숙인에게 마스크를 착 용하지 않아도 되냐고 물었다. 그러자 A씨 는 한쪽 팔을 내밀어 팔뚝에 끼고 있던 일회용 마스크를 보여줬다. “이틀에 한 번 바 꾸어 끼고 있지”라는 그의 말에 마스크를 살펴봤지만, 마스크의 가장자리는 크게 더 렵혀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이어 마스크가 필요하지 않냐고 묻자 A씨는 주머니에서 새 마스크를 꺼내 들어 보여줬다. 그는 “매일 마스크를 바꾸어 끼기에는 마스크 수급이 부족하지”라며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고 불평했다. 노숙인 A씨와 말을 나누던 중 노숙인 B씨가 기자 옆에 다가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B씨 역시 마스 크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마스크가 필요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B씨는 주 섬주섬 마스크를 꺼내 착용했다. 그는 “마스크 안 써도 코로나 같은 것에 감염되지 않는다”라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부산역에서 지내고 있는 노숙인 B씨는 코로나19로 일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무료급식도 다 중단됐어”라며 기자가 챙겨온 빵과 음료를 반 겼다. 이어 “코로나 때문에 밤에도 광장에 서 자”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 해 심야 시간에 부산역 대합실이 폐쇄됐기 때문이다. 이어서 코로나19가 걱정되지 않 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A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사람 많은 곳은 피해 다니지”라고 말 했다. 하지만 사람들과 거리를 둔다는 말과 달리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많은 사람이 그의 주변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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