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춘추전국시대, 교차되는 기대와 우려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많아지고 있다. 정부도 이에 가담해 지방자치단체의 지역화폐 발행을 지원하고 있다. 우후죽순 발행되고 있는 지역화폐. 정말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것일까. 지역화폐의 득과 실에 대해 짚어봤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하면서 지역화폐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화폐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역화폐의 효과와 현황에 대해 알아봤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안화폐 등장

지역화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내에서만 통용되는 대안화폐를 말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주관으로 시·군·구 별 해당지역에서 쓰는 지역화폐가 발급되고 있다. 해당 지자체 내의 가맹점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고 이외의 지역에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또한 △백화점 △대형마트 △유흥업소 △사행성 업소 △주유소 △전자상거래 등에서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지자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지역화폐를 사용할 경우 할인 혜택과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기술의 발전으로 전자형 지역화폐 발행이 증가하고 있다. 지역화폐 종류는 크게 △모바일형(QR코드) △카드형 △지류형 총 3가지로 구분된다. 스마트폰 보급 이전에는 대부분 상품권과 같은 지류형으로 발급됐다. 지류형은 물건과 화폐를 교환하는 일반적인 상거래 관습을 가장 잘 따르고 있어 노년층도 사용하기 편리하다. 그러나 위조와 일명 ‘깡’이라 불리는 불법 현금화가 빈번하다는 단점이 있다. 지류형 지역화폐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카드형과 모바일형의 지역화폐가 등장했다. 경기연구원 김병조 선임연구위원은 “카드와 모바일형 지역화폐의 등장으로 사용 현황에 대한 빅데이터 추출 및 상권 분석 등이 용이해졌다”라며 “비일비재했던 위조, 불법 현금화 등 지류형의 단점도 보완됐다”라고 말했다.
 
지역 내 소비로 지역경제 살려
 
지역화폐는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경기연구원 최준규 연구위원의 <지역 활성화를 위한 지역화폐의 쟁점과 과제>에 따르면 지역화폐는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지역경제 활성화와 산업 규제 등의 목적으로 도입됐다. 국가의 경제위기로 자본이 고갈되면 시장에서 현금 유동성이 사라지는데, 특히 지방의 경우 이런 상황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지역단위에서 경제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러차례 지역화폐를 도입해왔다. 1996년 계산사랑상품권을 시작으로 1997년 대전 한밭레츠 지역화폐 등이 생겨났다. 이후 2017년에는 소상공인 지원을 명목으로 발행이 시작됐다. 2018년 군산시는 지역경제를 지탱하던 현대자동차와 한국지엠 등의 공장이 철수하면서 지역경제의 위기를 맞이했다. 이에 군산시는 지역화폐를 발행해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포항 지진 이후에도 포항시는 지역화폐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다. 김병조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지역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감소해 어려움을 겪었다”라며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지역 내 소상공인의 매출 증가와 이로 인한 고용 증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역화폐는 지방의 자본이 중앙으로 빨려가는 경향을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지는 소비를 지역 내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세종연구원 관계자는 “수도권 중심으로 경제가 활성화된 구조이다 보니 지역 내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비가 줄고 있다”라며 “지역 주민들이 지역 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 내 금융정책이 지역화폐가 유일하다는 점도 지역화폐가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조혜경 연구위원은 “아직 지역경제를 살리는 정부의 정책은 서울에 집중된 산업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아닌 지자체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지역화폐를 도입함으로써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정책적 효과가 커지는 것이다.

소상공인 살리는 지역화폐

 

실제로 지역화폐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평가가 있다. 지역화폐는 다른 지불수단에 비해 결제 시 할인율이 높아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를 일으킨다. 지역화폐로 인한 소비자의 경제활동 증가가 소상공인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김영석 사무처장은 “지역화폐의 도입 후 지역 내 소비가 증가한 것 같다”라며 “사용처 제한으로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정부가 지역화폐로 지급한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에 소상공인들은 대체로 만족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제도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750명 중‘만족한다’는 비율이 47.6%(357명), ‘잘 모르겠음’이 22.8%(171명)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연합회 류필선 홍보부장은 “지역화폐 형태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소상공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불어넣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역화폐의 규모는 점차 커질 예정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체 광역·기초지자체 243곳 중 지역화폐를 발행했거나 발행 예정인 지자체는 226곳으로 전체의 93%에 이른다. 올해 지역화폐 발행액은 코로나19 대응정책으로 3조 원의 추경예산이 더해져 6조 원에 달한다. 정부가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 발행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조혜경 연구위원은 “정부가 지자체의 지역화폐 발행에 대한 운영비를 지급하고 있다”라며 “지역 내 소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금전적으로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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