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에는 주인의 취향이 담긴 책들이 입고되고, 사람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활동이 열린다. 이러한 이유로 지역서점의 침체기 속에서도 독립서점은 꾸준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에 지난 2월 새롭게 문을 연 독립서점‘  주책공사 ’에 직접 다녀왔다.

가게에 들어서자 ‘주책공사’의 이름과 건물의 모양이 그려진 도장이 눈에 들어온다. 질서정연하게 놓인 책들로 시선을 옮기자 어느새 고소한 커피 향내가 코를 자극한다. 벽 쪽에 위치한 테이블 위로는 여러 책들이 공중에 매달려있다. 그 위의 조명에서 쏟아져 나오는 주홍색 빛은 서점 안을 은은하게 뒤덮는다.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독립서점 주책공사의 이성갑 대표를 만나봤다.

지난 2월 처음 문을 연 주책공사는 평소 이성갑 대표가 가지고 있던 책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시작됐다. 책을 좋아하던 그는 이전부터 부산에 있는 여러 독립서점을 다니면서 사람들과 안면을 텄다. 그리고 독서 모임을 여는 등 도서와 관련된 활동을 오랫동안 이어왔다. 이후 독립서점이 점차 사라지는 모습을 보던 이성갑 대표는 책임감을 느끼고 주책공사를 열게 됐다.  그는 “방문하던 독립서점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는 것을 보고 이제는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내가 버텨서 부산 독립서점의 희망이 되리라고 다짐했다”라고 말했다.

주책공사 내에 있는 책들은 일반 서점처럼 분야별로 분류돼있지 않았다. 다양한 분야의 책들은 모두 한 데 모여 있었다. 그 대신 일부 책들 위로는 한 장의 메모지가 올려져 있었다. 이성갑 대표가 손님에게 추천하는 책의 내용이 적힌 메모였다. 이처럼 이성갑 대표는 서점 내에 있는 모든 책을 직접 읽고 그중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책을 추천하고 있다. 그는 평소 서점을 방문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나 SNS에서 ‘닥책’이라는 독특한 용어를 사용한다. 닥책은 닥치고 이 책이라는 뜻으로, 이성갑 대표가 읽은 책들 중에 몇 권을 선정해 SNS 상에서 고객들에게 추천하는 것이다. 이성갑 대표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책들을 추천하고 있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기인했다”라고 전했다. 

현재 주책공사는 주책야독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주책야독이란 말 그대로 밤새 책을 읽고 독서 모임을 하는 활동이다. 특히 프로그램 도서는 비밀리에 선정돼, 직접 모임에 가기 전까지는 어떤 책인지 알 수 없어 재미를 더한다. 2~3시간 짧게 모임을 진행하는 것과 달리 밤새 함께 한다는 이 모임은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이성갑 대표는 독립서점을 맛집 같은 존재라고 정의했다. 손님들이 그냥 한 번 들러보는 것이 아니라 목적성을 가지고 방문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특히 독립서점에는 좋은 책들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그러한 목적성을 만든다. 이를 위해서는 서점 주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서점을 방문하는 손님에게 좋은 책을 추천하려면 그만큼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성갑 대표는 “마냥 베스트셀러가 아닌 진짜 좋은 책들을 서점에 입고해야한다”라며 “인터넷에서는 신간이나 베스트셀러를 쉽게 살 수 있어 독립서점은 숨겨진 보물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늘도 그는 주책공사에 방문하는 고객들을 위해 열심히 보물을 찾고 있다. 배고프면 맛집을 찾듯 책이 고플때마다 서점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주책공사는 항상 그 자리를 지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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