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서점의 비중이 커지면서 지역서점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서정가제가 개정됐지만, 그조차 역부족이다. 악조건 속에서도 지역서점이 문화 공간의 역할을 수행하며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짚어봤다. 

온라인서점 아래 위축된 지역서점

지역서점이란 해당 지역에 본사와 방문매장 사업장을 두고 영업하는 중소서점을 말한다. 이는 지역 시민들에게 책을 판매하면서 문화적인 경험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랑방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서점은 오래전부터 어려움을 겪으며 그 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공개한 <2020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작년 기준 전국 지역서점은 1,976개였다. 이는 2015년보다 140개가 줄어든 수치다. 

지역서점이 어려움을 겪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온라인서점의 등장이다. 지역서점보다 높은 할인율을 통해 소비자를 공략한 것과 동시에 쉽고 편리하게 책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실시한 <2013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2년 매출액 기준 출판사업체의 주요 판매처별 비중을 조사한 결과, 온라인서점은 29.6%를 차지하며 중소형서점보다 약 20%p 높은 수치를 보였다. 또한 <2014 출판산업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2013년 기준 1회 도서구입량은 온라인서점(2.3권)이 오프라인 서점(1.8권)보다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도서정가제의 허점

지역서점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2014년 도서정가제가 개정되기도 했다. 내용의 골자는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의 도서 할인율을 제한해 지역서점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또한 기존에 최저가 낙찰로 이뤄지던 공공기관 도서 납품 구조를 개선해 지역서점이 납품 시장에서 동등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유령서점으로 인해 도서정가제가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별도의 검증 절차가 없어 사업자등록번호만 있으면 책과 무관한 업체들이 손쉽게 도서 납품 입찰 경쟁에 끼어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부산 내 지역서점 A 대표는 “오프라인 영업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업체들이 사업자등록번호만 가지고서 입찰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부산광역시에 있는 도서관에서도 유령 서점이 낙찰돼서 이를 배제하고 다시 입찰을 진행한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지역서점 인증제를 전국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역서점 인증제란 지방자치단체가 서점을 직접 방문해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도서 납품 과정에서 유령 서점을 걸러내겠다는 취지다. 인증서를 받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매장을 소유하고 있고, 10㎡이상의 면적을 가지고 있는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지역서점 관계자들은 이같은 지역서점 인증제가 필수라고 주장한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인증 제도는 영업장을 가지고 있는 진짜 서점인지 아닌지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라며 “현재 일부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는 지역서점 인증제는 실제로 서점을 둘러보고 책의 비율도 확인한 후 인증서를 발급해 지역서점을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역서점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하지만 이 같은 제도의 도입은 지역서점을 살리기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이라 보기 어렵다. 지역서점의 재정적인 문제만 고려했을 뿐, 서점이 지닌 의의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서점은 지역 도서 문화의 다양성을 증가시키고 시민들에게 문화적 경험을 제공한다는 의의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지역서점은 공공 도서관을 쉽게 이용할 수 없는 지역에서 시민들에게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북구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B 씨는 “해당 동네에 도서관이 있더라도 마을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 프로그램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라며 “서점이 저자 초청 강좌같이 독서 관련 프로그램을 주민 대상으로 진행하여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시민을 위한 문화적 체험뿐만 아니라 독서 문화의 다양성 자체를 위해 지역서점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인디고 서원 이윤영 실장은 “서점도 다른 업종처럼 한 기업이나 큰 서점이 점령하게 되면 그만큼 다양성은 줄어들고 기획도 줄어든다”라며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상점이라기보다는 책을 통해서 담론을 만들어내고 그러한 담론이 오고가는 창구”라고 전했다. 

이러한 의의를 살리기 위해서는 결국 지역서점의 자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 서점의 모습에서 벗어나 지역 시민을 유도 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책으로 제시되는 것이 독립서점이나 동네책방의 모습이다. 이들은 일반적인 서점과 다르게 각각의 색깔이 확실하다. 주인 개개인의 개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특히 운영자의 취향을 담은 도서 큐레이션이 그 예시다. 독립서점은 주인의 개성에 따라 책을 배치하여 시민들에게 판매한다. 방문객들에게 추천하는 도서 역시 주인의 취향을 반영한다. 서점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는 “소비자들이 그 공간에 와야 할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라며 “각각의 서점들이 책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큐레이션을 통해서 서점마다 자기의 색깔을 지녀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려는 시도도 필요하다. 독립서점은 인문학 프로그램 등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서점은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지역시민들의 방문율을 높일 수 있다. 이윤영 실장은 “단순히 책만 소비하는 형태의 서점 문화는 지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시민들에게 어떤 책을 소개하고, 어떤 내용을 담을지에 대한 고민이 좀 더 드러날 수 있도록 저자 추천 프로그램과 같은 행사를 잘 기획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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