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편리함 뒤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플랫폼 시장이 등장했다. 다양한 플랫폼 시장 중에서 특히 배달 플랫폼의 성장이 눈에 띈다. 사람들의 생활 방식 변화로 배달문화가 성장하면서 배달 플랫폼이 성행하는 것이다. 배달 서비스를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과 여러 혜택으로 배달 플랫폼 이용자 수가 나날이 증가한다. 또한 배달업에 진입할 수 있는 장벽이 낮아 배달 플랫폼 종사자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배달 플랫폼은 장점만 있는 것일까. <부대신문>이 배달 플랫폼의 이면을 알아봤다.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배달 플랫폼 시장도 커지고 있다. 시장 진입이 쉬워 음식 배달 플랫폼 종사자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사용주가 명확하지 않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오늘도 달리고 있다.

배달 플랫폼 종사자의 등장

기술 혁명으로 플랫폼 노동 시장이 확산되고 있다. 플랫폼 노동은 애플리케이션, SNS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노동력이 거래되는 근로 형태로 △퀵서비스 △음식 배달 △대리운전 등이 있다.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디지털 플랫폼의 중개를 통해 일회적이고 비정기적인 방식으로 일감을 받아 생계를 유지한다면 플랫폼 종사자로 본다.

플랫폼 노동 중 특히 음식 배달 플랫폼 노동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배달서비스의 플랫폼화 △배달 음식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산 등으로 음식 배달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 시장 규모가 2013년 3,347억 원에서 2018년 약 3조 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배달 플랫폼 노동 시장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미나 정책실장은 “과거에는 음식점에서 배달원을 직접 고용해야 했지만,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으로 쉽게 배달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라고 말했다. 경기연구원에서 발간한 〈기술혁명시대의 新노동자, 플랫폼종사자〉 보고서에 따르면 플랫폼에서 일감을 얻는 비중 중 음식 배달이 22.9%를 차지한다. 배달 플랫폼 노동 중 하나인 배달의 민족 커넥트의 등록 인원은 올해 2월 기준 1만 8,000명을 넘어섰다. 정미나 정책실장은 “플랫폼을 통해 배달업에 쉽게 진입할 수 있고, 배달 일감을 쉽게 구할 수 있어 배달 플랫폼 노동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배달 플랫폼 시장이 성장하면서 정규직 배달원보다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배달 플랫폼이 생기기 전에는 대부분 음식점에서 배달원을 직접 고용했다. 그러나 배달대행업체가 등장하면서 직접 고용이 줄어들었다. 작년 한국외식업중앙회에서 발표한 〈플랫폼경제노동자 음식배달원 연구〉에 따르면 △배달대행업체(46.7%) △비정규직 배달원(28.2%) △정규직 배달원(25.1%) △배달앱 형태 이외의 배달대행업체(25.1%)로 배달앱과 연계된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은 하지만 노동자는 아닌

 

배달 플랫폼 종사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들의 권리는 확보되지 않고 있다. 배달 플랫폼 종사자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배달 플랫폼은 배달 노동자를 고용하는 형태가 아닌 단순히 음식점과 배달원을 중개하는 역할이다. 그렇다 보니 배달 플랫폼 종사자는 고용된 노동자보다는  플랫폼 이용자나 회원으로 인식된다. 또한 일정이나 근무 시간이 비교적 자유로워 상대적으로 기업의 통제를 덜 받는 것으로 간주된다. 한 직장에 전속돼 정규적인 임금을 받는 임금근로자와 달리 전속성이 약해 배달 플랫폼 종사자는 일종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되는 것이다. 부산연구원 손헌일 연구위원은 “플랫폼 노동자는 사용자가 불명확하여 업무지시 명령에 따를 의무가 없다”라며 “종사자가 자유롭게 일할 수 있어 전속성이 낮아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 배달 플랫폼 종사자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근로조건이나 최저임금 등을 보장받기 어렵다.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기획팀장은 “<근로기준법>을 통해 보호받지 못해 최저임금 적용이 안 되고 퇴직금도 없다”라며 “4대 보험 보장이나 휴일을 누리기도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시행을 발표했으나 현행 사회보장제도 밖에 놓여있는 배달 플랫폼 종사자들을 포괄하지는 못한다. 구교현 기획팀장은 “대상 조건이 까다롭고 소득 감소가 증빙돼야 하는데 일관된 수입이 아니다 보니 증빙이 어려워 신청에 어려움을 겪는다”라고 전했다.

배달 플랫폼 종사자들은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사회적으로 배달의 생명은 시간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 때문에 배달 플랫폼 종사자가 시간 압박을 느끼면서 과속하거나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국에 따르면 배달 산재 사고는 2016년 277건에서 2018년 618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건당 급여 지급 체계로 치열한 수입 경쟁과 시간 압박 상황에 놓인 배달 플랫폼 종사자가 증가하면서 사고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는 것이다. 〈기술혁명시대의 新노동자, 플랫폼종사자〉를 작성한 경기연구원 김은경 선임연구위원은 “빠른 배달을 요구받다 보니 사고가 날 확률이 높다”라며 “사고가 예방되도록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안전 문제에 둘러싸여 있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전무하다. 산재보험료는 사업주가 전액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나, 플랫폼 종사자들은 자영업자로 분류돼 자가 부담을 해야 한다. 이외의 4대 보험 가입률도 현저히 떨어진다. 2018년에 발표한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고용보험 가입률은 △음식배달(10.2%) △대리운전(27.5%) △퀵서비스(19.6%) △택시운전(70.4%), 건강보험 가입률은 △음식배달(48%) △대리운전(71.6%) △퀵서비스(54.6%) △택시운전(98.4%)로 음식배달 노동자의 보험 가입률이 가장 낮았다. 구교현 팀장은 “고용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워 실직 상태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이 없다”라며 “건강보험도 직장이 아닌 지역 건강보험을 들어야 하는데 비용 부담이 크다”라고 전했다. 종합보험 가입률도 현저히 낮다. 보험료를 자가 부담해야 하는데 배달용 오토바이의 경우 종합보험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또한 배달 노동자를 위한 종합보험도 거의 없다. 정미나 정책실장은 “이들을 위한 보험을 거의 만들지 않고, 일반 보험을 들려고 해도 받아주지 않는 곳도 있다”라며 “보험을 들더라도 1년에 800만 원 정도에 달하는 보험료를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정받지 못하는 그들의 전속성

이들은 업무적 특성 또한 제대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 배달 플랫폼 종사자는 전속성이 거의 없다는 이유로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배달 플랫폼 종사자는 전속성이 강하다고 주장한다. 손헌일 연구위원은 “디지털 플랫폼 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외연적으로는 종속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 가지 통제방식을 통해 배달 노동자는 플랫폼에 종속돼있다”라며 “실질적으로 이들은 노동자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작년 대법원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 계약형식보다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라는 판결을 내리며 요기요 배달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기도 했다. 

이에 일부 기업에서는 그들의 노동자성을 없애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배달 플랫폼인 배민라이더스를 관리하는 회사 ‘우아한 청년들’은 예전과 달리 배민라이더스에서 일하는 배달원들의 출퇴근 관리 등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부업 성격의‘배달의 배민커넥트’를 도입하면서 전업 배달원를 줄이는 추세를 보인다. 전속성을 없애 그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손헌일 연구위원은 “전속성 없애기 위한 기업의 방향은 결국 노동자 없는 기업 운영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배달 플랫폼 종사자의 권리가 축소될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노동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마련돼야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배달 플랫폼 종사자를 포함한 플랫폼 노동 전반에 대한 관리지침이 마련돼야 한다. 김은경 선임연구위원은 “노동권 보장을 위한 협약을 만들고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등 노동자성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근로기준법>이 플랫폼 종사자를 포괄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교현 팀장은 “법을 개정해 플랫폼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들을 위한 협의기구 마련도 요구된다. 현행 제도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플랫폼 종사자들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논의가 필요하다.  지난 4월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포럼’이 열리는 등 최근 들어 협의를 진행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정미나 정책실장은 “노사 관계가 복잡해지고 현행 제도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다”라며 “서로 간의 이해관계에 대해 논의하고 배달 플랫폼 종사자의 처우가 좋아지도록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배달 플랫폼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 손헌일 연구위원은 “플랫폼 노동의 위험성을 알지 못하고 진입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플랫폼 노동에 대한 교육이나 캠페인 등을 통해 플랫폼 노동이 지닌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자체에서 제도적으로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플랫폼 종사자 등이 아플 때 쉴 수 있도록 유급병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부산광역시도 유급병가와 같은 제도를 통해서 배달 플랫폼 종사자의 권리를 보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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