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재작년 부산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서 주최한 ‘알쓸자이’(알고 보면 쓸모 있는 자연과학 이야기) 강연이 진행된 바 있다. 이 강연에는 우리가 자연에서 접하는 여러가지 과학적 현상을 잘 이해하고 이를 응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자는데 의의가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대기 중의 미세먼지 현상을 보다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그 기본 원리를 설명할 수 있다면 충분한 의미가 있다. 최근의 미세먼지 이슈, 특히 우리가 주로 많이 거주하는 부산 경남권역에서의 특성을 ‘알쓸자이’ 강연처럼 그 원리를 쉽고 간결하게 설명해 보고자 한다. 나아가 부울­경 지역 고농도 미세먼지 원인 규명 관점에서 전문가적인 수준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식견 있는 수준으로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수도권 위주의 미세먼지 연구

대기 중에 떠 있는 입자상 대기오염물질은 대부분 직경이 50㎛(마이크로미터)를 넘지 않으며, 그 이상의 크기는 중력 때문에 대기에서 제거된다. 결국 대기 중에 떠다니는 총 먼지(TSP, Total Suspended Particles)는 일반적으로 직경 50㎛ 이하의 물질이다. 이 중에서 건강상 이유로 직경이 10㎛보다 작은 미세먼지(PM10)와  2.5㎛보다 작은 초미세먼지(PM2.5)로 구분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이나 실생활 대화에서는 둘을 구분하지 않고 총칭하여 미세먼지라고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의 (초)미세먼지 연구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대기질 및 기후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초)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은 대기 정체 및 국외 유입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한다.

국내 (초)미세먼지와 관련된 대부분의 연구는 인구가 밀집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수도권에서는 최근 중국이 배출하는 미세먼지의 양과 조성 변화도 미세먼지 농도 변화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여 최근 PM10의 연평균 농도는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지만, PM2.5의 미세먼지의 예보 등급인 ‘매우 나쁨’ 관측일은 최근 오히려 소폭 증가하는 패러독스가 발생하고 있다. 수도권 미세먼지 변화의 경우 중국의 징진지 지역(베이징-텐진-허베이성 권역 벨트) 등 중국 미세먼지 고배출 지역의 배출 특성이 급격히 줄거나 변화되어, 미세먼지 2차 생성의 경로가 많이 바뀌어 가는 과정과 연관되어 있다.

수도권과 다른 부산 미세먼지 특성

반면 부산을 포함한 남동권역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역과 상당히 다른 특성을 보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에는 환경부 관할의 대기오염자동측정망 21개소(도시지역 19개소, 도로변 2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환경부 관할 측정망에서 최근 5년간 측정된 부산의 PM10과 PM2.5의 하루 평균 농도를 살펴보자. 먼저 PM10의 경우 환경기준치(하루 평균 100㎍/㎥)를 초과한 고농도 발생일은 수도권과 남동권 모두 늦겨울과 초봄에 집중된다. 이는 여름의 장마 등 기상 현상과 연관된다. 반면 PM2.5의 경우 환경기준치(하루 평균 50㎍/㎥) 초과 현상이 사뭇 독특하다. 수도권의 PM2.5의 환경기준치 초과 일수는 PM10과 별 차이 없이 겨울 및 봄철에 집중돼 나타난다. 그러나 부산을 포함한 남동권의 경우 여름철 PM2.5의 기준치 초과 일수는 타지역에 비하여 유독 여름철에 높거나 타지역에는 없는 고농도 초과 일수가 유독 자주 발생한다. 최근의 예를 보면 부산에선 2일 연속 대기환경 기준치를 초과한 경우도 자주 발생했는데, 2015년 7월 14∼15일, 2018년 6월 7∼8일, 2018년 7월 19∼20일 등 모두 여름철에 집중되어 있다. 수도권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은 독특한 현상이다. 왜 이럴까?

지역 특징이 미세먼지에 미치는 영향

(초)미세먼지의 발생원은 ‘직접 배출’(1차 미세먼지)과 ‘광화학반응’에 의한 생성(2차 미세먼지)으로 나뉘며, 2차 미세먼지는 1차 미세먼지와 비교해 크기가 매우 작다. 따라서 입자의 크기가 작은 PM2.5는 2차 미세먼지인 경우가 많으며, 동남권의 경우 여름철에 광화학반응이 활발하여 직경이 작은 2차 초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한다는 결론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또한 여름철의 경우 기상 현상을 보면 북태평양 아열대 고기압 지배하에 있으므로 북서풍이 우세해 중국의 영향이 우세한 겨울철과는 달리 외부 유입, 특히 중국의 영향은 거의 없는 계절이다. 이는 부산지역 여름철의 고농도 미세먼지는 고스란히 부산지역 자체 기여율과 관계된다는 이야기다.

해안가 연안 도시의 미세먼지 특성에는 선박 배출이라는 고유의 배출 특성과는 별도로, 여름철의 상당히 독특한 기상학적 요소가 작동한다. 서울지역은 해안가와 거리가 있고 기류도 단순한반면 해안가에 인접한 부산지역의 경우 북쪽의 금정산과 장산 등 산악으로 가로막혀 있고, 해안가에서는 해륙풍과 함께 산곡풍 순환도 쉽게 작동한다. 따라서 편서풍이 우세한 상층 서풍 기류에 대항하여 남북 방향의 해륙풍과 산곡풍 대기의 순환 셀(Cell)은 특히 여름철 부산지역의 대기오염물질을 다른 지역으로 환기시키지 못하고 오랫동안 부산-남동권역에 가두어 두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여름철 광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원인물질(precursor)을 쉽게 작동시켜 2차 미세먼지를 생성시키고 생성된 2차 미세먼지는 해당 지역에서 맴돌게 된다. 이로 인해 고농도 미세먼지가 측정된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보면 부산-남동권 지역은 평년과 비교해 계절 평균 기온이 높거나 강수가 적은 여름철의 경우 언제든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며, 이는 여름철 미세먼지 저감 대책과도 연관된다. 알쓸자이 측면에서 보면 이는 단순히 높은 기온으로 인한 활발한 광화학반응으로 인해 미세먼지 생성이 높아진다는 일반적인 상식과 아울러 중규모 기상학적 순환 해석과 반드시 연관 지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연안 지역에선 2차 대기오염물질이 항상 문제가 될 소지가 크며, 이러한 현상은 미국의 휴스턴, 캘리포니아 등과 그리스 테살로니키 등 유럽을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역 대기오염 문제에 관심 가져야

국내 대기오염 문제 연구는 수도권 중심이고, 부산-남동권과 같은 연안 지역에는 대기오염물질을 연구하는 동력이 부족하다. 그러나 한반도 대규모 연안 공업지역인 부산을 중심으로 하는 남동지역의 미세먼지 특성 연구 결과는 알쓸자이 차원에서, 그리고 향후 △여수-광양 △울산 △당진-아산 등 모든 해안 오염으로 결과 적용 가능성이 크다는 차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하다. 따라서 이러한 연안 미세먼지 연구 특화를 위한 기본 인프라 구축과 함께, 부산지역에 산재한 관련 연구 전문기관들, 예를 들어 △해양과학원 △보건환경연구원 △수산과학원 등과 연계하여 지역의 환경오염 원인 규명을 위한 미세먼지 연구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에 상응하는 관심과 저감 대책 참여 또한 기대해 본다.

김철희(대기환경과학) 교수
김철희(대기환경과학) 교수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