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사진 뒤편 # 리단길의 진실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러 갈 때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되는데요. 이 때문에 SNS에 맛집을 검색해보신 적은 없으신가요? 몇 년 전부터 분위기 있는 감성과 음식 사진으로 인기를 끌었던 ‘-리단길’. 하지만 막상 가게를 가면 사진에는 없던 불편함에 실망했던 적이 있으실텐데요. SNS 관광 뒤에 숨겨져 있던 현실을 <부대신문>이 전달해드립니다.

 

SNS를 통해 경리단길이 각광받으며 전국 각지에 이와 비슷한 모습의 거리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부산을 포함한 리단길들 간 특색이 부재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해시태그로 소문난 #리단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이하 SNS)를 통해 여행지를 결정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2018년 한국관광공사 조사에 따르면, 국내 여행 버즈량 점유율 가운데 SNS가 차지하는 비율이 51.5%로 절반을 넘었다. 버즈량은 어떤 주제에 대해 온라인 상에서 언급된 횟수를 뜻한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작년 국내 여행 트렌드 중 하나로 ‘SNS 여행 콘텐츠’를 꼽았다. 장소를 방문하기 전에 인스타그램 게시글을 참고한다는 김민지(연제구, 22) 씨는 “‘부산 트레블’과 같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새로운 카페를 탐색한다”라고 전했다.  

SNS를 통한 관광 증가로 ‘-리단길’이라는 이름의 골목상권이 인기를 끌고 있다. 리단길 열풍의 시초는 서울 이태원동에 위치한 경리단길이다. 이곳은 임대료가 쌌던 초기, 예술인들과 상점이 자리를 잡으면서 독특한 거리의 모습을 형성했다. 김남조 교수(한양대 관광학)는 “예술인들이 자리 잡은 경리단길은 새로운 경험을 요구하고 뉴트로 감수성을 느끼려는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켜 성공했다”라고 전했다. 이후 SNS를 통해 위치나 사진이 공유되면서 기존 경리단길이 가지고 있던 접근성의 한계도 해결됐다. 도시 중심부와 거리가 있어 관련 정보를 얻기 힘들던 기존의 문제가 SNS를 통해 극복된 것이다. 김남조 교수는 “쉽게 정보를 확보하고 공유할 수 있는 SNS의 기능이 경리단길을 더 명소화 시켰다”라고 말했다. 

경리단길이 인기를 끌자 이와 비슷한 모습의 거리가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2018년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리단길 이름이 붙은 거리는 전국에 20여 개가 있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 장소 마케팅 일환으로 리단길 이름을 가져다 쓰기 시작한 것이다. 부산에도 △망미단길 △범리단길 △전리단길 △해리단길 등의 리단길이 생겨나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무색무취 리단길들
생존하기 어렵다 

그러나 부산을 포함한 전국의 리단길들이 비슷한 모습을 띠며 특색이 사라지고 있다. 해당 지역 골목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리단길 가게의 특징만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체인점이 입점하면서 리단길의 개성이 일반화되는 문제가 심화됐다. 김남조 교수는 “독특한 분위기의 상점 대신 대기업이 들어오며 소위 문화 백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거리의 특색이 사라지면 관광객들이 해당 공간을 재방문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윤태원(경성대 글로컬문화학) 강사는 “우후죽순 생긴 리단길은 다른 도시의 거리와 차이점이 없어 한두 번쯤 가볼 만한 장소에 그칠 뿐”이라고 말했다.

사진을 공유하는 SNS 특성을 감안해 유행과 분위기에만 공들이는 가게도 문제로 꼽힌다. 내부 인테리어를 사진 용도로만 조성해 정작 고객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자리가 불편하고 가격이 너무 높아 관광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강보경(동래구, 21) 씨는 “인스타에서 인기가 많은 곳이라 기대했지만 높은 의자와 낮은 테이블 탓에 음식을 먹기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라며 “양에 비해 가격도 너무 비싼 편이었다”라고 전했다. 불편함을 야기하는 테이블이나 의자가 소품으로 활용되는 이유는 개인 카페 사이에 불고 있는 유행 때문이다. A 씨는 “일렬로 된 테이블과 낮은 테이블이 카페 인테리어로 인기를 끌고 있어 가게에 들여놓았다”라고 말했다.

리단길의 접근성이 관광객의 불편함을 야기하기도 한다. 리단길은 대부분 임대료가 싼 골목에 위치해 있다. 그 중 일부는 시가지에서 멀어 찾아가기 힘들다. 또한 골목이 좁아 주차장을 마련할 공간이 없어 차량으로도 방문하기 어렵다. 전리단길을 방문했던 B(해운대구, 22) 씨는 “구석진 곳이나 외진 곳에 위치한 가게는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라며 “심지어 간판이 없는 가게도 있어 찾아가는 데 불편함을 겪었다”라고 전했다.

 

스토리텔링으로 매력 되살리자

전문가들은 리단길이 장기간 생존하기 위해서는 독특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역에 남아있는 역사적 사실이나 흔적을 기반으로 평범한 장소를 매력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교토에 있는 ‘철학의 길’은 평범한 산책로지만,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가 사색을 즐겼다는 이야기를 덧붙여 유명 관광지로 성장했다. 윤태원 강사는 “스토리텔링을 부여하는 등 골목 상권을 경제적 측면이 아닌 문화적 측면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스토리텔링을 부산의 리단길에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부산발전시민재단 변상준 전 사무총장은 “삼포지향의 도시나 피란도시라는 부산의 히스토리를 살린 부산만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새로 조성된 상권에 무작정 리단길이란 이름을 붙이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김주일(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 교수는 “이름과 구성을 그대로 본 따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라며 “사람들이 골목 상권을 찾게 된 근본적 이유와 SNS가 만나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를 분석해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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