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서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차량과 충돌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전동킥보드 안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전동킥보드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관련된 제도 마련 및 안전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 중이다.

도심을 누비는 전동킥보드

전동킥보드는 기존의 킥보드에 전동 장치를 부착해 전력으로 움직이는 이동수단이다. 전동킥보드는 퍼스널모빌리티(Personal Mobility)에 속해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는다. 퍼스널모빌리티란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1인용 이동수단을 말하며 △전동휠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초소형 전기차 등을 포함한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전동킥보드와 전동휠 등의 원동기장치자전거 운전자는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나 자동차 면허를 소지해야 한다. 또한 이용시 헬멧과 같은 보호장비를 착용해야 하며 차도로만 통행해야 한다.

전동킥보드는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오픈서베이의 <모빌리티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킥보드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로 ‘걷기 애매한 거리를 이동할 때’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울 때’ 등이 꼽혔다. 이처럼 전동킥보드는 대중교통을 대신하는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 한다. 전동킥보드의 수요가 급증하며 관련된 국내 시장도 함께 성장 중이다. 2018년 9월 올룰로가 개시한 ‘킥고잉’ 서비스를 필두로 작년에는 라임과 빔모빌리티 등 해외 기업이 국내에 발을 들였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의 11개 마이크로모빌리티 회사가 운영하는 킥보드 수는 작년 12월 기준으로 1만 7,130여 대에 달한다. 여기에 가입되지 않은 라임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에서도 작년 11월부터 △수영구 △연제구 △해운대구 등에서 라임 전동킥보드 서비스가 도입됐다.

이용자도 보행자도 모두 위태로워

전동킥보드는 편리함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위험성도 높은 편이다. 먼저 전동킥보드와 같은 퍼스널모빌리티는 바퀴 크기에 비해 무게중심이 높은 경우가 많아 사고의 가능성이 높다. 사고 발생 시 인명피해도 적지 않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경찰청에 접수된 개인형 이동수단 교통사고는 △사망 8건 △중상 110건 △경상 171건으로 총 289 건이 집계됐다. 더욱이 심야에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사고 위험성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8월 빔 모빌리티가 24시간 운영을 시작하며 국내 대부분의 업체가 심야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야간운행은 낮보다 더 많은 사고의 위험성을 지닌다. 어두운 환경에서는 킥보드 이용자와 차량운전자 모두 시야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고 예방을 위해 지난 2월 전동킥보드에 전조등과 후미등을 의무 설치해야 한다는 기준이 도입됐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킥보드가 전조등과 후미등이 장착돼 있지 않은 상태다. 전조등이 설치돼 있더라도 자동차에 비해 크기가 작아 잘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사고 위험성이 큰 편임에도 이용자 관리는 허술하다. 이용 전 면허 소지 여
부를 확인해야 하지만, 공유 전동킥보드의 경우, 확인 절차가 허술한 경우가 많다. 일부 업체는 면허 인증을 하지 않아도 이용 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이용자가 헬멧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전동킥보드를 이용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달 12일에 발생한 해운대구 전동킥보드 사고 피해자의 경우 면허와 안전장비 모두 갖추고 있지 않았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 김민수 매니저는 “관련 법규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안전장비에 대한 단속은 실질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안전장비 없이 인도 위를 달리고 있다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안전장비 없이 인도 위를 달리고 있다

 

차도 운행도 전동킥보드의 안전 문제를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전동킥보드와 같은 퍼스널모빌리티는 최고속도가 시속 25km 미만으로 제한된다. 이는 자동차와 비교해 봤을 때 턱없이 느린 속도다. 킥보드 이용자들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차도에서 운행해야 하지만 자동차와의 속도 차이가 커서 매 순간 사고의 위험에 놓여있다. 한국교통연구원 정경옥 연구위원은 “두 운행수단 간 속도차이가 커서 위험할 수밖에 없다”라며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만 소지한 킥보드 이용자는 차도의 흐름을 파악하기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도 관련 법안 제정은 더디다. 전동킥보드의 운행 기준을 마련한 <도로
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은 2017년에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정경옥 연구위원은 “다른 사안에 비해 전동킥보드 문제의 우선순위가 밀리는 것 같
다”라며 “법이 제정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관련 법안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니 이를 규제하기도 쉽지 않다. 김민수 매니저는 “제대로 된 처벌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도로교통법> 위반하더라도 단속이 어
렵다”라고 전했다.

전동킥보드에 대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아 일반 시민들도 불편함을 겪고 있다. 전동킥보드 전용 주차 공간이 없다 보니 인도나 차도 위에 아무렇게나 주차된 경우가 잦다. 또한 현행법상 인도 운행은 불법이지만 차도 운행의 위험성이 커 많은 이용자가 인도나 자전거 도로를 이용한다. 이 때문에 보행자들의 보행권이 방해받고 있다. 공유 전동킥보드가 거리의 외관을 해치는 것뿐만이 아니라 보행자 통행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안전한 도로환경 위해서는

전동킥보드 이용자와 보행자, 자동차 운전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는 우선 공유 킥보드 업체의 철저한 이용자 관리가 요구된다. 현재 일부 기업에서는 면허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업체는 해운대 사망 사고로 뒤늦게 면허 인증 절차를 도입했으나 이는 신규 이용자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기존 이용자는 여전히 면허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마이크로모빌리티 업체 11곳은 작년 퍼스널 모빌리티 산업협의회를 결성해 실명 및 면허 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실명 및 면허 인증을 받은 스마트폰 1대 당 킥보드 1대만 대여가 가능한 제도다. 이처럼 면허 인증 체계화 등의 제도를 통해 안전한 도로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동킥보드가 보행권을 침해하는 상황에 대한 대책마련도 필요하다. 서울특별시 서초구는 지난 2월 전국 최초로 킥보드 전용 주차장을 조성했다. 무질서한 전동킥보드 주차 문제 해결과 안전한 보행환경을 마련한다는 것이 주목적이다. 인파가 많은 일부 지역에서는 전동킥보드 사용을 제한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된다. 해운대구청은 해운대 호안 도로와 동백섬 산책로 일대를 전동킥보드 제한 구역으로 설정했다. 이용 금지 지역에 들어가면 휴대폰에 금지 구역 경고 알림이 뜨고 해당 장소에는 주차가 불가능하며 부과금을 징수한다. 부과금은 일반적으로 부가되는 시간당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이 책정되는 방식으로 징수된다. 해운대구청은 전동킥보드 업체인 라임코리아와 협의해 사고 예방에 힘을 쓰겠다는 입장이다. 해운대구청 관광시설사업소 이수민 주무관은 “단속 요원이 직접 단속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서 업체 측과 협의한 사안”이라며 “안전 문제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겠다”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련 법과 규제 마련이다. 정경옥 연구위원은 “보행자도 킥보드 운전자도 모두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라며 법 개정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현행법의 개정안처럼 전동킥보드를 자전거 도로로 운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김민수 매니저는 “전기자전거에 준해 전동킥보드를 바라봐야 한다”라며 “자전거도로의 통행 허용으로 안전성 문제를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경옥 연구위원도 “자전거도로로 다니게 되면 차와의 접촉 사고 및 보행자와의 사고 위험이 줄어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는 마련돼 있지 않은 전동킥보드 운전 교육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정경옥 연구위원은 “전동킥보드를 이용하기 전 미리 교육을 받고 연습해 안전하게 전동킥보드를 탔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부산시청은 전동킥보드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부산시청 공공교통정책과 이정대 주무관은 “현재는 플래카드를 통해 전동킥보드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할 예정”이라며 “계속해서 전동킥보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며 입장을 표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