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아빠! 우리나라에는 먹을 것이 넘쳐나서 사람들이 비만을 걱정하고 한쪽에서는 음식 쓰레기도 마구 버리고 있잖아요? 그런데 아프리카나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나라들에서는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니 정말 기막힌 일 아니에요?”

믿기 힘들지만,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사막보다 푸릇푸릇한 들판에 사는 사람들이 더 굶주리고, 잠비아의 어린아이들이 먹는 옥수수보다 캘리포니아 농장의 소들이 먹는 옥수수가 더 많은 것이 실상이다. 책의 서술자인 장 지글러(Jean Ziegler)는 모두가 외면하지만 모두의 책임이 있는 기막힌 문제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친다.

저자는 전 세계적으로 7억 9,500만 명에 달하는 기아의 발생 원인에 대해 추적한다. △내전 △자연재해 △불안한 사회제도 등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주목할 점은 곡물을 판매·생산하는 다국적 기업과 강대국의 횡포라고 저자는 말한다. 다국적 기업은 시장 조작을 통해 곡물 가격을 크게 부풀린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생명이 아닌 이윤이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식량의 공정한 분배를 위해 다국적 기업의 규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제기구들은 일시적인 식량 지원만 할 수 있을 뿐, 불공정한 분배 구조로 인한 만성적인 영양실조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대국의 농산물 생산 제한도 기아 문제의 원인이라고 말해준다.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자국이 생산하는 농산물의 양을 제한하는 것이다. 극심한 굶주림으로 꺼져가는 생명은 자본의 논리 앞에 무시된다.

저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적인 협력을 강조한다. 동시에 기아 문제를 겪고 있는 나라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아 문제의 대책으로 제시되는 △토지 개량 △사막화 대책 △우물 파기 프로젝트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대신 시장 원리주의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유엔식량농업기구와 유니세프를 비롯한 국제기구와 전 지구적 민간단체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아 수준이 심각한 국가의 경제 자립도 중요시한다. 급진적인 농협 혁명을 단행해 자급자족을 실현한 국가처럼, 진정한 출구는 자립을 위한 노력뿐이라는 말로 책을 마무리한다.

수업 교재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택한 민세명(교양교육원) 강사는 세계 구성원들이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인 빈부격차의 심각성을 신입생들이 알아줬으면 한다며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민세명 강사는 “책 구절인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 변화에 희망이 있다’는 부분이 인상 깊다”라며 “제도나 소수의 사익 탓에 해결되지 않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우리는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라고 전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으로는 <21세기 자본>과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를 추천했다. 민세명 강사는 “이 책들도 제도에 의해 빈부격차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내용이기에 같이 읽기 좋을 것”이라며 “빈부격차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세상을 바라봐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 장 지글러
21세기 자본 /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 / 토마 피케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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