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내의 원거리를 이동할 때면 지하철을 이용한다. 매일같이 지나다니면서도 역사(驛舍)의 깨끗한 모습을 당연하게만 느꼈다. 취재 후에야 이런 환경이 지하철 청소노동자의 고된 하루로 빚어짐을 깨달았다. 기사 작성을 위해 청소노동자들의 하루를 좇았다. 반나절이라는 짧은 경험이었지만 이들의 하루가 순탄치만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청소노동자들은 용역 업체에 고용돼 근무하는 간접고용노동자로, 부산 교통공사와 용역업체에 끼여 어디에서도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존재였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지급조차 서로의 관할이라며 떠넘기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들의 서러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청소노동자들은 시민들의 성추행과 폭언의 온상에 놓여 있었다.


청소노동자가 제대로 존중받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먼저 부산시의 무관심한 태도다. 시청이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는 빗나갔다. 청소노동자들은 인간적으로 근무하고 싶다며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담당자들은 청소노동자의 문제를 회피하고 있었다. 노동자와 용역업체 간 첨예한 대립 속에서도 부산시는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할 뿐이었다. 노조에서 몇 차례 면담 요청을 했으나 바쁘다며 거절했다. 취재 과정에서도 모두 담당자가 아니라며 전화 돌리기에 급급했다. ‘시민이 행복한 부산’을 비전으로 내세우면서도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모습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적어도 시청이라면 1년 가까이 시청역에서 시위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정규직 전환이 선행되고 난 후에도 차별적 시선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타지역 취재원의 말에 따르면 정규직으로 전환된 후에도 청소노동자들을 ‘무기충(무기계약직)’ 혹은 ‘염치없는 사람들’ 등의 표현으로 차별당했다. 정규직 전환이 더 나은 근로 환경을 보장해주는 것은 맞다. 그러나 사회적 차별로부터 청소노동자들을 구해주지는 못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으로 근무했던 청소노동자들은 경력을 인정받지 못해 1년 차 정규직 신입사원과 같은 임금을 받고 있었다. 법적으로 정당하게 전환된 이들을 축하해주지는 못할망정 구별하려는 인식은 차별을 공고화했다. 청소노동자들은 오랜 근속연수로 정규직이 됐음에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청소노동자는 기약 없는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부산시도 외면하고 교통공사도 의견을 굽히지 않는 상황에 노동자들은 점점 지쳐만 간다. 직접 고용을 통해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로 차별받았던 설움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의 업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경험했을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현실 개선은 당연하다. 이들이 정규직을 바라는 것도 인간답게 그리고 동등하게 권리를 누리고 싶을 뿐이기 때문이다. 바빠서 노동자의 인권을 신경 쓰지 못했다는 구차한 변명을 더는 듣고 싶지 않다. 청소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안정적인 근로 환경을 보장받는 사회, 서로를 正(정규직)과 非(비정규직)로 구분 짓는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그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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