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청이 관리하는 박물관의 모든 특별 전시가 올해 5~6월부터 유료화될 예정이다. △수준 높은 전시 제공 △부산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 △바람직한 관람문화 조성 등을 위해서다. 

 

관람료 둘러싸고 입장 엇갈려

국공립 전시 콘텐츠의 유료화에 대한 찬·반 논의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2006년 상설 전시관의 관람료를 받기로 결정한 국립중앙박물관을 둘러싸고 시작된 논쟁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료화를 찬성하는 측은 국공립 전시관의 관람료를 받는 것이 이중과세라고 주장했다. 경기도 내 도립 박물관·미술관 관람료를 무료로 전환하는 조례개정안을 발의했던 경기도의회 김종석 전 의원은 “국공립 전시관은 건설 및 운영에서 이미 국민의 세금을 사용했다”라며 “예산이 충분하다면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이중과세를 막는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문화 복지 실현을 위해 무료로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고성군청이 관리하는 고성탈박물관은 이 같은 이유로 관람료를 무료로 전환했다. 고성탈박물관 관계자는 “고성군민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와 더 많은 방문객 유치를 위해 무료화를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무료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김종석 전 의원은 “전시관 소재 지역에서 이뤄지는 관람객의 부수적인 소비는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라며 “무료화로 많은 관객을 유치한다면 박물관 가치를 널리 알릴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공립 전시 콘텐츠를 유료로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관람료 유료화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사립 전시관과 국공립 전시관의 양립을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한국카메라박물관 김종세 관장은 “국공립 박물관이 무료화한다면 사립 박물관도 관람료를 받을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며 “유물 관리와 전시 질 향상을 위해 관람료가 필요한 사립 박물관의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화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 유료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의신(서울사이버대학 문화예술경영학) 교수는 “콘텐츠 제공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인정이 없다면 예술가들의 콘텐츠 생산 의지와 콘텐츠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라며 “문화 예술 생태계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 섣불리 무료화를 옹호할 수 없다”라고 전했다.

 

바람직한 유료화 방안은?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 내 7개 시립 박물관이 올해부터 유료화된다. 부산시청은 지난 2월부터 7개 시립박물관의 특별·기획 전시의 유료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부산광역시립박물관 운영 조례>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조례에 따르면 다른 박물관의 유물 등을 유료로 대여받아 기획 전시하거나 순회 전시하는 경우에만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 개정이 이뤄지면 모든 기획·순회 전시를 유료화 할 수 있게 된다. 부산시청 문화유산과 조찬희 주무관은 “관람료 상한선 등 구체적인 개정안에 대해 4월 말 의회 심사를 받을 예정”이라며 “조례 통과 후 박물관 운영위원회의 심의 및 자문을 통해 유료화가 실행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같은 결정에 박물관 관계자들도 찬성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부산시 소재 시립박물관 관계자 A 씨는 “유료화는 전시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료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만큼 바람직한 박물관 운영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물관의 유료화가 이뤄질 경우 기존보다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확대된 예산을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산의 구체적인 사용처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를 통해 기획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정훈(아주대 문화콘텐츠학) 교수는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콘텐츠를 풍부하게 할 수 없다”라며 “관람료로 확보한 재정은 기획 인력을 보충하고 연간 프로그램을 미리 준비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서는 관람객 조사 시스템의 개선도 필요하다. 2010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국립박물관·미술관 무료관람정책 개선방안 연구>를 통해, 관람객 인원수만을 대상으로 한 각 시·도청의 박물관·미술관 조사는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관람료를 통해 전시관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관람객의 특성과 욕구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적절한 조사 시스템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다. 2018년 개정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서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관리·운영 △관람료와 이용료 △지도·감독 현황에 대한 보고 의무를 명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조사 항목과 전담기구에 관해서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

한편 국공립 외 사립 박물관의 지원 정책 필요성도 제기됐다. 대중에게 수준 높은 전시를 제공하겠다는 개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사립 박물관의 성장도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종세 관장은 “현재 사립 박물관의 운영 지원은 학예사 지원 외에 거의 없으며 이조차도 모든 사립 박물관이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양질의 콘텐츠 제공과 박물관 유지를 위해서는 사립 박물관의 지원책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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