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신문 제21대 총선 특집 ③ 청년 정책의 현주소

매번 선거철이 되면 청년 정책이 화두로 떠오른다. 논의는 많이 이뤄지지만 정작 청년 공약은 많은 편이 아니며 그마저도 제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다. 제정된 청년 정책마저도 실효성 있는 것은 손에 꼽는다. 이에 청년들은 청년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각각인 기준과 부처명 

현재 우리나라는 청년을 규정하는 기준이 획일화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책의 효율성이 낮아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 제정된 <청년기본법>의 경우 청년을 19~34세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령> △통계청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조세제한특례법>은 15~29세로 제한한다. 지역에 따라서도 청년의 범위는 제각각이다. △서울특별시 △경기도 △세종특별자치시 △울산광역시는 <청년고용촉진법>과 동일하게 청년을 15~29세로 적용하나 경상북도와 충청북도는 15~39세로 규정했다.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를 비롯해 충청남도와 강원도는 청년의 기준이 18~34세인 반면 전라남도는 18~39세, 경상남도와 제주시는 19~34세를 청년으로 보았다. △광주광역시 △대구광역시 △대전광역시 △인천광역시는 19~39세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렇듯 관할 기관마다 기준이 다르다 보니 청년 정책 수립과 지원에 어려움이 잇따른다. 

청년을 관할하는 정부 주관의 부처도 없다. 이런 까닭에 각 시도별 부처에서 정책을 개별적으로 추진하며 청년을 전담하는 조직의 명칭도 지역별로 다르다. 최근에 청년정책과라는 명칭으로 통일돼 가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는 다른 명칭을 사용한다. 예시로 부산시는 청년희망정책과이지만 세종시는 일자리정책과에서 담당한다. 동일하지 않은 청년 정책부처의 명칭은 청년들의 정보 접근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들에 대해 전반적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운택(계명대 사회학) 교수는 “청년에 대한 기준 및 관할 소관이 제각기 달라 전담부처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어 청년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관련 법안 표류중

청년 관련 법안은 다른 부문에 비해 처리율이 높지 않다. 제20대 국회의원이 발의한 229개의 청년 관련 법안 중 62개만이 처리됐다. 제20대 국회의 전체 법안 처리율이 30.5%인데 비해 청년 법안은 27.1%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번 국회의원 임기 첫날에 발의된 <청년기본법>은 지난 1월에서야 제정안이 통과됐다. <청년기본법>은 청년정책의 수립·조정 및 청년지원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전까지 청년을 명시한 법안으로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이 유일했다. 이외에 청년 권익을 보호하는 법률은 없었던 것이다.

 

눈앞 불끄기에 급급해

대부분의 청년 정책은 고용 위주로 고착돼 있다. 청년 문제는 취업·창업 뿐만이 아니라 주거 빈곤과 교육비, 생활비 문제처럼 다방면에서 청년을 바라봐야 한다. 그러나 현재 시행 중인 청년 정책은 고용 문제 외의 분야에서 허점이 많다. 임운택 교수는 “정부는 고용 위주의 정책으로 분기별 취업률을 높이는 데 급급한 것처럼 보인다”라며 “단기적인 취업정책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비전을 갖고 고용 문제와 주거 문제, 문화정책 등을 살펴봐야 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일시적인 성격이 짙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취업 정책의 경우, 대부분이 단기적인 시각에서 수립된다. 그 예로 부산시 ‘청년 사회진입 활동비’ 사업을 들 수 있다. 청년 사회진입 활동비는 부산시에 거주하는 미취업청년을 대상으로 월 최대 50만 원씩 6개월간 지원하는 정책이다. 이처럼 단기적으로 예산을 지원할 경우 일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는 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청년 취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기적 지원보다 일자리와의 연계를 통해 중·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청년 실업으로 빈곤을 겪는 경우, 생애 전반의 빈곤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간한 논문 <청년의 빈곤 실태 : 청년, 누가 가난한가>에 따르면 청년기 빈곤층이었던 사람들이 30~40대가 되어서도 상대적 빈곤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저성장 사회로 접어들면서 치솟는 실업률에 청년 홀로 빈곤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청년들이 무사히 사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주거 불안과 노동시장 불안정 등의 사회현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2020총선청년네트워크 이기원 간사는 “청년 정책은 20~30대에 그치는 것이 아닌 중·장년기까지 거쳐야 할 과정 속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도록 마련돼야 한다”라고 전했다.

 

적재적소로 지원이 이뤄지려면 

정책 예산 집행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간접 지원보다 청년에게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2019년 중앙정부 청년 책 추진현황> 자료에 따르면 청년 정책 사업 158개를 대상으로 작년 7월까지 예산 20조 8,000억 원을 집행했다. 그중 청년에게 직접적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은 11.8%에 그쳤다. 그동안은 직접 예산 지원 방식이 아닌 간접적인 방식이 주로 이뤄져 왔던 것이다. 간접 지원은 기관이나 기업 등에 예산을 지원해 청년에게 혜택을 주는 형태다. 청년들은 직접적인 지원을 통해 좀 더 유동적인 예산 활용을 원하고 있었다. 동아방송예술대 하민지(영상제작학 20) 씨는 “현금  지원정책을 통해 자격증 응시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부담을 줄이고 싶다”라며 “직접적으로 지원받게 되면 자신에게 적합한 취업 준비를 위해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직접 지원의 방식이 늘어난다면 운영이 더욱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동서대 이지이(영화학 20) 씨는 “더 많은 청년들이 지원받기 위해서는 공정하게 운용되어야 한다”라며 “직접 지원을 하는 대신 개인이 목표치를 정해 이를 이루지 못하면 다음에는 지원하지 않는 방식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소외된 비진학 청년들

청년 정책에서 대학 비진학 청년은 소외되고 있다. 작년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70.4%로 10명 중 3명이 대학에 가지 않았다. 또한 민중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34세 기준 고졸 학력의 노동자는 218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21.9%를 차지한다. 대학에 가지 않는 청년들은 취업, 주거 등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지만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상대적으로 적다. 대표적으로 국가장학금은 대학생과 대학원생만 대상이다. 국가장학금의 학자금 대출을 통해 생활비를 마련하는 대학생과 달리 비진학 청년을 위한 지원책은 찾기 어렵다. 청년협동조합 뒷북에서 활동 중인 비진학 청년 김영글(경기 안양시, 27) 씨는 “학자금 대출처럼 생활비 지원을 받고 싶지만 창업이 아니라면 정부 지원은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주거 관련 정책에서도 비진학 청년들은 겉돌고 있다. 주거 정책 ‘행복주택’의 대상은 △대학교 재학생 △결혼 5년 이내 신혼부부 △취업 5년 이내 사회초년생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하지 않았거나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은 해당하지 않는다. 그 외 일자리나 심리 증진 프로그램 등의 분야에서도 비진학 청년들은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분위기에 비진학 청년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청년 정책 앞에서는 청년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동의과학대 A(의무행정학 19) 씨는 특성화고 졸업 후 바로 취업했지만 퇴직하고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A 씨는 “취업 후 고졸자의 한계점이 느껴져 대학 진학을 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청년이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속상했다”라고 털어놓았다.

전문가들은 비진학 청년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임운택 교수는 “청년의 30%가 대학을 가지 않는 상황에서 비진학 청년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며 “특히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청년들에게는 기술 숙련 교육 등을 지원해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청년의 목소리를 듣다

청년들은 이번 총선을 통해 청년 정책이 다양화되길 바라고 있다. 동서대에 재학 중인 B(방송영상학 17) 씨는 “이번 총선에서는 선거연령이 낮아진 만큼 청년을 위한 정책이 다양하게 제정됐으면 좋겠다”라며 “청년은 청소년과 기성세대의 과도기에 있다 보니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부산 청년정책네트워크(이하 부산 청정넷)에서 활동하는 배은지(사하구, 25) 씨는 “청년을 △대학생 △취준생 △직장인으로 구분 짓기보다는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또한 청년들은 청년 정책이 장기적으로 수립되기를 기대했다. 부산 청정넷에서 활동 중인 이창민(금정구, 20) 씨는 “청년 정책은 현재뿐만이 아닌 미래에도 적용되는 미래지향적인 특성이 있다”라며 “다각도에서 문제를 고려해 청년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기원 간사는 “다양성이 확보되는 청년 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라며 “청년을 대상만으로 하는 정책이 아닌 다음 세대, 다음 사회까지 이어지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청년정책 수립 과정에 청년의 참여가 늘어나길 바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영글 씨는 “청년이 정책을 제안하고 수렴하는 단계까지 모두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라고 전했다. 부산 청정넷 김태형(중구, 26) 씨는 “청년의 주도로 만들어진 청년 정책이 모두를 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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