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대학가는 코로나 19사태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초유의 개강 연기와 준비되지 못한 온라인 강의로 인한 혼란 등에 이어 현 상황이 길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렇게 될 때 이번 학기 강의에 종전과 같은 상대평가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적지 않다.

본질적으로 보면, 코로나 바이러스와 상대평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닮았다. 첫째, 코로나 바이러스와 상대평가 둘 다 인체에 유해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의 신체에 유해하다면 상대평가는 사람의 정신에 유해하다. 다른 사람의 실적과 비교해서 평가받는 상대평가는 창의적 정신세계를 파괴한다. 창의성은 다른 사람의 업적과 비교되는 과정 없이 자율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로 나타나는 것인데 상대적으로 평가되는 시스템에서는 창의성이 발달할 수 없다.

둘째, 코로나 바이러스와 상대평가는 공동체 정신을 파괴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 사회적 거리가 생겼다. 식사 시간에도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기보다는 거리를 두고 앉아 대화 없이 식사만 한다. 앞 사람과의 대화를 막기 위해 칸막이를 설치하기도 한다. 상대평가도 사람과 사람 간의 사회적 거리를 멀게 만든다. 상대방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점수를 받으려면 더불어 같이 공부하기보다는 혼자 공부한다. 그래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다른 사람과 사회적 거리를 두듯이 상대평가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더 멀게 만든다.

셋째, 코로나 바이러스와 상대평가는 대학을 삭막하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대면 수업이 사라지고 인터넷으로 수업하는 비대면 수업이 등장했다.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사라져 생기와 열정으로 가득 차야 할 대학이 삭막한 곳이 되었다. 상대평가 역시 친구들 간에 협업보다는 경쟁을 부추겨 대학을 삭막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신체에 해로운 코로나 바이러스를 박멸하기 위해 노력하듯 이제 우리의 정신세계에 해를 미치는 상대평가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할 때가 왔다. 이미 글로벌 기업에서는 창의성 저해를 이유로 그동안의 상대평가제도를 절대평가 제도로 대체하고 있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절대평가를 도입하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중앙대, 이화여대에서도 상대평가제가 학생들이 학문에 대한 호기심으로 과목을 선택하기보다는 학점을 잘 주는 수업만 찾아 듣는 등, 학생들의 창의성을 훼손하고 공동체 문화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하여 학점을 부여하고 있다.

어쩌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학에서 상대평가를 사라지게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학생들이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같이 수업을 듣는 동료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수업에서 상대적으로 평가받는 이 제도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공동체 정신을 파괴하고 대학을 삭막하게 만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져야 하듯이, 캠퍼스에서도 상대평가 사라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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