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개강 날은 다가왔다. 늘 보던 캠퍼스 풍경이건만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이제는 예전 같지가 않다. 

추운 겨울 동안 코로나19 확산 사태는 일부 감염자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의 생각이나 생활방식까지 엄청나게 바꿔놓았고, 대학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었다. 졸업식, 입학식, 학과행사를 비롯해 모든 행사나 모임이 취소되고 개강도 연기되었다. 면대면 강의를 할 수 없으니 아직 준비가 덜 된 채 온라인 강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학사 운영도 당분간 파행이 불가피하다. 거의 모든 사람이 사람 만나는 것을 꺼리다 보니, 가뜩이나 삭막한 ‘혼밥’ 사회가 더 각박해졌다. 그동안 당연히 여기던 일상의 소중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는 시기다. 

신종 바이러스의 창궐은 자연의 이치에 따른 생물학적 재난이지만, 질병 자체 못지않게 이에 대처하는 우리 사회의 미성숙한 속내가 여지없이 드러나면서 문제를 악화시켰다. 이번 사태에서는 공포, 편견, 무지, 증오 같은 비이성적이고 원초적인 대응이 난무했다. 경제 규모 10위권에 속할 정도로 훌쩍 커버린 한국 사회는 싫든 좋든 글로벌 공동체와 긴밀하게 얽혀 있다. 한국은 더 이상 농촌 공동체 시절의 집단 내 경험이나 정서가 상식으로 통할 수 없는 사회로, 다양성과 관용은 이 사회가 존립하는 데 필수적인 덕목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국가나 지역, 집단에 대해 여과 없이 쏟아지는 비난과 혐오 발언은 바이러스가 끼친 피해만큼이나 한국 사회 전반에 큰 상처를 입혔다. 정치권이나 언론은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가세해 혐오 표출이 마치 시대 정서처럼 번졌다. 이른바 엘리트층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민낯을 목격하고 실망하게 된 것도 돌이킬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될 것이다. 

오늘날 대학은 더 이상 지식과 권위를 독점한 상아탑도 아니고, 대학생이 엘리트층으로 통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성찰하는 이성적 사고는 대학인이라면 여전히 갖추어야 하는 자질이다. 특히 지금 같은 사회적 위기상황에서 대학 구성원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빚어진 사회적 혼란을 바로잡고, 좀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가는데 기여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하루바삐 감염 확산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행동수칙도 잘 지켜야 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국가가 사람들의 이동을 차단하고 행동을 규제하는 식의 강제적 수단으로 확산을 저지할 방법이 없으며 그러한 수단은 별 효과도 없다. 한 사람이 무심코 저지른 무책임한 행동이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모두 남을 배려하는 마음가짐과 예절을 지켜야 이 난국을 조금이라도 빨리 끝낼 수 있다.

질병 확산세가 다소 누그러졌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늘 그랬듯이 우리는 이 어려운 시국을 잘 헤쳐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비록 이 난국이 종결되고 나더라도 이 사태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두고두고 고민하면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대학 구성원 모두 지혜를 모아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는 일에 힘을 아끼지 말자. 바람이 차가울수록 봄이 가까운 법이다. 전염병과 공포로 멍든 이 겨울 속에서도 봄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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