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빨아먹어 궤양이나 종기 등 피부 치료에 사용되는 거머리를 아시나요? 보통 의료용 미생물이라 하면, 거머리를 떠올리기 마련인데요. 이처럼 인간에게 유익한 미생물은 △인간의 장에 50% △호흡기관에 30% △피부에 20% 서식한다고 책 <거머리치료법의 모든 것> 저자 장태호 박사가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미생물은 이 땅에 존재하는 인간의 수보다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다고 하는데요. 아직 치료용으로 밝혀지지 않은 미생물도 많을 것으로 기대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밝혀진 치료용 미생물인 거머리 외에 또 다른 치료용 미생물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 미생물은 파리의 유충인데요. 과연 괴사 조직을 치료하는 □(은)는 무엇일까요?

□(은)는 바로 ‘구더기’입니다. 구더기는 상처 난 부위를 주변으로 소화효소를 분해해 피사조직을 액화시킵니다. 이후 괴사 조직을 흡입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긁어내 괴사 조직을 제거하는데요. 이때 정상 조직은 제거하지 않고, 사람이 구별하기 힘든 괴사 조직만 정확히 용해시킨다고 합니다. 실제로 당뇨 환자들은 피부가 괴사하는 것이 병의 주 증상인데요. 이들에게 구더기 치료법은 아주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변연절제술을 사용해 당뇨병 환자의 괴사 조직을 제거하는데, 이 수술법은 정상 조직까지 제거할 수 있다는 단점을 지닙니다. 하지만 구더기는 괴사 조직만을 치료하기에 당뇨 환자에게 탁월한 치료법입니다.

우리는 상처 부위가 외부의 세균으로부터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독을 하는데요. 상처 부위인 괴사 조직에는 많은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감염의 위험성이 있는 거죠. 하지만 구더기로 치료할 시 이러한 과정을 모두 생략해도 된다고 합니다. 구더기는 괴사 조직을 제거할 때 다량의 체액을 생산하는데요. 이러한 체액에 의해 미생물과 독소들이 씻겨나가며 항균 작용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또한 구더기 소화관은 산성을 띄는데요. 이 소화관에 세균을 죽이는 물질 프로티우스 미라빌리스(Proteus Mirabilis)가 상처 부위의 세균을 죽이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구더기가 저항성 포도상구균과 병원성 연쇄상구균류와 같은 물질로 미생물을 제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한 연구에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아쉽게도 한국에서 구더기 치료법의 사용이 제한적이라고 하는데요. 이 치료법의 효능은 긴 시간에 거쳐 증명돼왔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생소할뿐더러, 전문적으로 이를 사용하는 의료 기관도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성형외과 김지영 전공의는 “구더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군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구더기 치료법이 발전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치료법의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쌓이면 구더기 치료가 일반화돼 많은 환자들도 이 치료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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