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곳곳에서 발견하는 즐거움과 성찰로 산만하게 뻗치는 생각. 그리고 꿈과 현실 사이에서의 갈등은 일상의 과제를 해내는 데 방해만 될 뿐이었다. 이런 생각을 혼자 품고 있으면 세상으로부터 도태되는 느낌이 들고 머리만 더 복잡해진다. 모두가 저마다 목표를 위해 달려가고 있기에, 타인에게 감정을 쏟아내는 것에 부담을 느껴 말수를 점점 줄이기도 한다. 책은 숨 가쁜 세상 아무것도 아니게 돼버리는 감정에 말없이 귀 기울인다. 내 감정과 맞닿은 구절에 흥분되다가도 이내 차분해진다. 문학은 다양한 생각을 품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고 말해주며, 오히려 재미있는 색채를 입힌다. 전과 다를 것 없이 주어진 일상을 살아감에도 나는 더 다채로운 사람이 된다. 그렇게 단단해진 나는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충격에 이전보다 초연해지며 소중한 것을 지켜나갈 용기를 얻는다. 더욱더 박차를 가하며 살아갈 힘을 준다. 이것이 평범한 대학생이 문학을 향해 표현할 수 있는 최대의 찬사이다. 

김소연 시인의 에세이 <시옷의 세계>는 일상의 사소한 일을 구체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평범한 단어가 그때의 기억과 만나 더욱 생생하게 회상되는 것처럼. 그가 마주하는 사건과 인연들은 하나도 무의미한 것이 없고 때로는 기적과도 같은 것으로 묘사된다. ‘뭐 하고 있었어요? 나 기다리는 거 말고요!’라고 묻는 아이의 물음에 시인은 생각한다. 사실은 아이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고 자기 시간을 보냈을지라도, 아이의 물음에 자신을 기다린 예쁜 사람이 된다. 아이와 같이 빨래를 개며, 통학버스에서 내려 걸어오는 2분 거리 동안 보고 들은 것들을 쉴 새 없이 말한다. 죽은 개미를 보았고, 가로수의 껍질에 어떤 무늬가 있었고, 민들레가 마당에 피었고, 구름이 어쨌고. 아이의 말로 우리는 어느새 놀라움과 아름다움이 가득한 세상에 있게 된다. 

선물 받은 에세이집의 마냥 괜찮다는 메시지에 피로를 느낀 적이 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한 채 건네는 일방적인 위로는 와닿지 않았다. <시옷의 세계>는 어른들이 겪는 다양한 일들을 아이 같은 세심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표현한다. 존경하는 선생님과의 관계를 진전하고 싶을 때, 소심함이 스스로 원망케 하다가도 다른 사람에 의해 사랑스러움으로 규정된다. 연인과의 이별은 거짓말을 이어 나갈 용의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러한 일화 뒤에 책은 이에 대한 감정을 최대로 느낄 수 있는 시를 준비해뒀다. 공허한 위로를 얻는 것이 아니라, 순간의 감정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우리 삶은 더 풍요로워진다. 이러한 역할을 시인이 가장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다. 그들은 다양한 경험을 보편적이면서도 마음 깊이 닿는 유려한 문장으로 표현해낸다. 책 속의 문장들로 개인과 더 넓은 세상은 연결되며 문학이 그 매개가 된다. 

점점 자신의 책을 출판하거나 SNS를 통해 생각을 표출하며 자아를 규정하고자 하는 욕구가 가시화되고 있다. 하루하루가 빠르게 흘러갈수록 더욱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일상에서 마주하는 것들에서 즐거움을 발견하고 유희할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혹은 말로 표현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서투른 사람들도 많다. 책은 우리의 이야기 그리고 이와 관련된 시가 함께 있어, 보다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시옷의 세계>는 위로나 삶의 지침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삶에 색을 덧대고 싶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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