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정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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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은 위기나 불행에서 시작한다. 1789년 파리 빈민가의 민중이 결심한 프랑스 대혁명, 20세기 전반을 휩쓴 세계 대전과 대공황은 위기와 불행으로 시대가 발전했음을 증명한다. 하지만 타락한 시대의 암흑기에 시대 소명을 부르짖는 민중, 기자, 정치인이 없었다면 세상은 나락으로 전락하고 말았을 것이다. 기득권의 무지와 도덕적 타락은 작은 사회에서도 늘 존재한다. 대학 재정과 연구, 학습을 하는 여러 주체가 모인 대학은 작은 사회이자 시대 도덕과 문명이 시작되는 곳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학생의 말을 대신 전해줄 변호사도, 정치인도 대학에는 없다. 그래서, 필자는 학보가 존엄하다고 되뇌었다. 시대 소명에 응답하고, 진리를 찾는 곳은 학보가 유일해서다. 하지만 편집국장을 하면서 이러한 믿음에 의심이 들었다. 부대신문의 노력이 불편하고, 공허하다.

학생들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역사를 부정한 이철순 교수의 발언과 ‘말 뿐인’ 총장직선제의 현실을 담은 기사에도 학생들은 입을 열지 않는다. 대학 내의 연이은 부조리들에 목소리를 내는 학생은 수만 명의 학생 중 극히 일부다. 어느덧 임기가 막바지에 달했지만 여전히 올해의 신문은 부족하고 답답하다. 하지만 이 답답함을 넘어 공허함을 느끼는 건 학생들의 무관심 때문이다. 우리가 있는 대학이 어떻게 변하는지, 무엇이 부당한지 목소리를 내는 이가 없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대학은 취업을 위해 스쳐 가는 곳이 되었고, 진리와 자유를 말하는 것은 낡은 가치로 치부 받은 지 오래됐기 때문일까. 지난 20일에 이철순 교수의 징계를 본부에 요구하기 위해 촛불 시위가 진행됐다. 많은 학생이 그곳을 지나갔지만 정작 참여한 자는 60여 명에 불과했다. 결국 진실은 묻히고, 기득권자는 대학 내 다수의 무관심에 본인들의 득을 챙긴다.

학보에 필요한 건 독자와의 소통이다. 진실은 쉽사리 사실에 가려진다. 기득권의 무지와 도덕적 타락은 진실 주변에 늘 있다. 기득권의 이해관계는 진실을 가리고 사람들의 관심을 흩어지게 한다. 이들의 철저한 은폐는 진실이 사실로부터 멀어져가는 흉흉한 상황을 초래한다. 따라서 학내 문제를 고발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나, 기사에 대한 지적과 같은 학생들의 따뜻한 응답이 필요하다. 응답이 기사에 대한 부정이어도 괜찮다. 이는 학생사회의 연대를 보여주는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연대는 기득권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압박이자 경고로 쓰임이 확실하다. 사람들의 관심과 날카로운 지적은 신문을 존재하게 하는 이유이자, 기자들을 움직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65주년을 맞은 부대신문은 얼마나 진실하고, 많은 이의 답답함을 해소해줬나. 신문의 가치와 질이 독자의 관심과 열독의 당락을 결정한다. 대학신문의 위기, 종이신문의 하락이라는 말이 당연해진 이 시대에 부대신문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방법은 ‘잘 만든 신문’일 뿐이다. 하지만 잘 만든 신문을 위해서 독자의 관심과 비판이 절실하다. 독자의 외침이 있고, 이에 우리가 답할 때 부대신문의 존재 이유가 증명된다. 학생들이여, 부대신문에 응답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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