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언어정보학) 교수

얼마 전 신문에서 ‘상처밴드’라는 제품의 발명으로 성공한 젊은 청년 사업가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대학에서 언어학을 전공하였다고 해 더 관심이 갔다. 바늘과 실을 사용하지 않고도 상처 부위를 간편하게 봉합하고, 흉터를 걱정할 필요도 없는 상처밴드의 개발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을 깜짝 놀라게 한 이 젊은 청년 사업가의 성공담을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하였다. 기사를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이 청년 사업가가 대학에서 언어학을 전공했다는 것도 아니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을 매료시켰다는 것도 아니었다. 창업을 하는 과정에서 겪은 많은 어려움들 속에서도 이 젊은 사업가를 버티게 한 것은 바로 “이거 하나(상처밴드)는 제가 처음이란 사실이요. 누구도 못한 걸 제가 하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매우 즐겁습니다. 이게 바로 제가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라는 대목이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였다. 대학에서 언어학을 전공하고 제약회사에 취업해 의약품 영업을 하면서,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이 분명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의약품 영업을 하면서 제품 개발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되고, 제품 개발을 위한 정보를 발로 뛰어 찾고 배우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게 된 것이다. 주변에서 보기에는 무척 힘들고 고생스러운 일이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적어도 이 젊은 창업자에게는 이 모든 과정이 마치 놀이터에서 신나게 노는 것과 같았을 것이다. 그렇다. 놀이터에서 노는 것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이 젊은 청년 사업가의 스토리를 읽으면서 나는 지금 내가 있는 바로 이곳을 놀이터로 생각하고, 또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놀이터의 놀이로 생각하고 즐기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곳이 내게 놀이터가 되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습관처럼 매일매일 다니는 직장일 뿐일지 한참을 생각하게 하였다. 돈 없고 가난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웠고 행복했던 유학 생활을 떠올려 보았다. 즐거우면 열심히 하게 되고, 열심히 하게 되면 잘하게 되고, 잘하게 되면 즐거워 또 열심히 하게 되고…. 이런 선순환의 간단한 이치를 난 잊고 살고 있었다. 이것은 분명 지금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최대한 즐기면 결국 미래에 내게 더 유익하고, 좋은 가치로 이어진다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 정신일 것이다. 위대한 사람들의 삶이 대부분 그랬을 것 같다. 에디슨이 발명왕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실패를 하였는가? 하지만 실험실에서의 발명 과정 자체를 누구보다도 즐기고 사랑한 에디슨에게는 이것은 실패가 아니라 성공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선 것이었다. 

경쟁이 점점 더 심해지고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서 학업으로, 취업준비로 늘 애쓰고 노력하는 학생들에게 감히 말하고 싶다. 비록 어렵고 힘들어도 지금의 과정을 최대한 즐기고, 놀이터로 만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이제 중간고사도 끝나고, 단풍이 한창이다. 이 가을이 가기 전 우리 모두의 즐거운 놀이터인 캠퍼스의 단풍을 맘껏 즐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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