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속에 새겨진 한국 영화사 100년의 물결을 그리다

한국 영화가 올해 10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각 연도 별 한국 영화의 대표작과 주목할만한 여성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또한 한국 영화 산업이 가진 전반적인 문제점과 함께 여성 영화인이 겪는 고충도 짚어본다.
한국 영화계에 여성이 설 자리가 없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영화 속 여성은 도구적으로 소모되고, 촬영 현장에서는 여성을 보기 힘들다. 이에 <부대신문>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영화인 3명을 만나봤다.

 

 

<전찬영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이시화 영화촬영 스태프>
<신나리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 자기소개 부탁한다.
신나리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하 신): 부산에서 독립영화를 찍고 있는 신나리 감독입니다. 현재도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이시화 촬영 영화스태프(이하 이): 영화 현장에서 촬영 스태프로 일을 하고 있어요. 사진을 찍고 영상을 만드는 일을 좋아하다 보니 이 일을 하게 됐어요.
전찬영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하 전):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찬영입니다. 자전적 다큐멘터리를 주로 찍어요. 요즘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영화 제작이나 촬영 현장에서 여성 인력이 적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전: 영화 현장이 남성 중심적 이에요. 예전에 촬영 스태프로 영화 제작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더니 여자는 안 된다는 말을 들었어요. 사실 20대초반까지 촬영팀에서 일을 했는데, 이러한 말을 듣다보니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결국 불안감 때문에 촬영 분야의 일을 포기했어요. 처음에는 제가 분위기를 견디지 못했던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까 남성중심적인 분위기의 구조적인 문제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처음 촬영 일을 시작했을 때 영화계에서 오랫동안 일을 한 사람들이 여자는 일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어요. 여성이 체력적으로 남성보다 부족하고 영화 제작 현장이 군대처럼 위계질서가 있어 견디기 힘들다는 거죠. 여자 선배가 ‘여성이니 너를 더 갈굴 것이다, 남자들은 알아서 다 잘 치고 올라간다, 그러니 네가 더 잘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촬영 장비가 무거운 것도 여성이 현장에 적은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아무리 장비들이 가벼워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영화 촬영에 쓰는 장비들은 무겁거든요.

△영화를 촬영하는 현장에서 여성으로서 힘들었던 점이 있는가.
전: 여성이 촬영 파트에서 살아남으려면 사회적인 여성성이 다 제거된 상태거나 남성성을 체득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촬영 현장이 위계적이면서 남성 중심적이기 때문이죠. 남성 중심적인 현장에서 오가는 성희롱 같은 농담도 촬영 현장을 포기하게 만든 이유에요. 
  
△페미니즘 운동의 영향으로 여성 서사가 늘거나 현장의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생각하는가.
신: 영화를 만들 때 제 내면의 이야기부터 꺼내려고 해요. 여성으로서 동성의 경험을 잘 알기 때문이죠. 여자 감독이 여성 서사를 만드는 것도 본인이 잘 아는 분야라서 그런 것 같아요. 또 페미니즘 운동이 일고부터 실제로 영화 제작 지원을 받으러 가보면 페미니즘을 소재로 기획된 영화들이 꽤 많아 보였어요.
전: 여성 서사를 강력하게 표현하려고 하는데요. 최근 여성 서사나 젠더 감수성에 대해 고민하는 독립영화가 영화제에도 나오는 추세에요. 감독들이 다양한 여성의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정동진 영화제에 갔을 때 한 섹션이 젠더 감수성이 풍부한 영화로 채워져 있기도 했죠.
이: 촬영 현장에서 성희롱이나 성적인 농담을 하는 것을 조심하는 분위기가 됐죠. 페미니즘과 미투가 대두되고 나서 영화 촬영에 들어가기 전 성희롱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듣기도 했어요.

△한국 영화 산업이 여성 영화인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으로 뭐가 있다고 생각하나.
전: 한국 영화가 여성과 함께 가는 것이 남성한테도 좋다고 생각해요. 누군가 문제를 제기했을 때 분위기를 망친다며 묻어버리자는 방식이 공동체 집단에서 관습화된 것 같아요. 문제 제기를 받아주는 영화 현장이 된다면 영화계가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성들도 자신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면서 영화 현장에서 살아남아야 해요. 동료들과 연대를 해 잘못된 점을 표현하는 것도 방법이겠죠. 그리고 여성 서사의 영화나 여성 감독에게 제작 지원의 기회를 많이 주는 것도 해결책이에요. 준비된 여성 감독들이 많기에 기회만 있다면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신: 사람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막연히 여자라는 이유로 지원을 받으면 그에 대한 반발도 있겠죠. 그렇지만 지금까지 여성들이 영화 산업에 진출하지 못해 피해를 받았으니 마땅히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아는 감독의 시나리오를 봤는데 가부장적이고 여성을 도구적으로 표현하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이럴 때마다 여성 영화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여성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이 확대되면 소모적인 수단으로 여성을 쓰는 경향이 사라질 테니까요. 언젠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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