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지난 14일 조국 법무부 장관이 스스로 물러났다. 8월 9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지 67일 만이다. 국민들은 여전히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부인의 기소로 불거진 ‘정부’와 ‘검찰’의 대결 구도, 여기에 ‘조국 수호’를 주장하는 서초동 집회와 ‘조국 퇴진’을 외치는 광화문 집회의 세(勢) 대결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조국 장관의 임명에 대해 진보진영은 ‘검찰개혁의 적임자’라고 옹호하는 반면, 보수진영은 ‘각종 의혹을 지닌 위선자’라고 맹비난했다. 이 주제라면 소셜미디어(SNS)에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시했다는 이유만으로 평소 가까웠던 지인에게서 차단당하거나 친구 관계가 끊기는 일을 여럿 보았다. 우리는 왜 정치적으로 나뉘어 타협하지 못하는 것일까? 정치성향을 바꾸는 일은 개종만큼이나 힘든 것일까?

미국 에모리대 심리학과 드루 웨스턴 교수와 캘리포니아대 인지과학 및 언어학과 조지 레이코프 교수는 “상대의 환심을 사려면 이성보다 감정에 호소하라”고 주장한다. 웨스턴 교수는 2004년 미국 대선 기간에 공화당 지지자 15명과 민주당 지지자 15명의 뇌를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들여다 보면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연설을 평가해 달라고 부탁했다. 예상대로 공화당 지지자는 존 케리 후보에게, 민주당 지지자는 조지 부시 후보에게 일방적인 혹평을 했다. 웨스턴 교수는 “실험 참가자들이 모두 논리적인 판단을 내리기보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믿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사로잡혀 있었다”라고 해석했다. 또 확증편향이 일어날 때 머리 앞쪽의 전두엽에서 이성과 관련된 영역은 침묵을 지켰지만, 감정을 처리하는 영역의 활동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침묵을 지킨 부위는 배외측전전두피질(DLPFC·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이다. 이곳은 사고와 판단을 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다. 이와 달리 뇌가 활성화된 부위는 복내측전전두피질(VMPFC·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로 공감, 동정, 수치, 죄책감 같은 사회적 정서를 관장하는 영역이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과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는 것은 배외측전전두피질이 침묵을 지켜 사고와 판단은 무뎌지고, 공감, 죄책감 같은 사회적 정서는 활성화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레이코프 교수는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말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았는데도 그것을 마치 ‘진실’인 것으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레이코프 교수는 “사람들에게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면 누구나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했다. 신경과학의 연구를 통해서도 이는 사실로 입증됐다. 짧은꼬리원숭이가 어떤 물체를 집으면 원숭이의 움직임을 계획하지만 몸을 직접 움직이지 않는 복측 전운동 피질에서 특정한 뉴런 집단이 활성화된다. 그런데 원숭이에게 그 물체를 잡지 말도록 훈련했을 때 이 뉴런의 대부분은 억제되지만, 물체를 집을 때 사용되는 바로 그 뉴런의 일부분은 여전히 켜진다. 바로 물체를 집지 않으려면 물체를 집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하는 셈이다. 어떤 프레임을 부정하면 그 프레임은 활성화된다.

마찬가지로 조국 사태와 관련, ‘조국 수호’를 주장하고 싶은 사람들과 ‘조국 퇴진’을 외치는 사람들 모두 자신들이 믿고 싶은 뉴스와 근거만 짜 맞추어, 그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지금의 현실은 오로지 자신의 프레임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실제로 조국 옹호자들은 촛불을 든 대학생들에게 ‘왜 그 잘난 정의감이 지난 정권의 권력형 비리 때는 침묵했다가 조국 장관에게만 작동할까?’며 비난하고, 조국 반대자들도 옹호자들에게 ‘진영 논리를 앞세워 조 후보자에 대한 반대 여론을 폄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국의 옹호자와 반대자 모두 자신의 주장에 대한 확증편향이 지나친 나머지 정서를 관장하는 부분인 복내측전전두피질을 두 달 넘게 켜서 과열시켰다. 이제는 타협점을 찾기 위해 침묵했던 배외측전전두피질을 활성화시켜 이성과 판단력을 높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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