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자주 다니는 길이 흡연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학내 흡연구역 시리즈]
간접흡연으로 인한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갈등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런 흐름 속에서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이에 <부대신문>이 2주에 걸쳐 우리 학교와 일본 대학교의 흡연구역을 점검하고 
간접흡연 문제의 대안을 알아본다.
▶❶ 우리 학교의 흡연구역 점검   
② 일본 대학교의 흡연구역 점검 

캠퍼스 대부분이 ‘회색지대’
흡연구역도 금연구역도 아니다

단과대학 대부분 
흡연구역 관리자 없어 

심지어 일부 단과대학 
흡연구역 파악 못해

흡연부스 설치 힘들어
설치장소 부족에 기피시설

학내 흡연을 두고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갈등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본부에서는 이에 대한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갈등을 발생시키는 학내 흡연 환경을 짚어보고 대책에 대해서 알아보자.

거리를 걷다 보면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사람 때문에 그 곁을 인상 찌푸리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담배 필때 생기는 담배 연기로 인해 간접흡연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임어진(경영학 15) 씨는 “길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 때문에 간접흡연을 많이 당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민신문고에도 흡연에 대한 건의사항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흡연자의 흡연을 제재해달라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에 흡연자는 개인의 행복을 위해 흡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흡연자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모킹 이연익 대표운영자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흡연권을 기본권 일부로 보장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4년 8월 헌법재판소는 흡연권도 헌법상 기본권 일부로 보장받아야 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우리 학교 캠퍼스 내에서도 간접흡연으로 인한 갈등이 자주 발생한다. 원인으로는 흡연 환경의 문제가 가장 먼저 지적된다. 우리 학교의 경우 이용하는 흡연자에 비해 흡연구역 및 흡연 부스가 부족하다. 흡연구역이 제대로 지정되지 않고 임의로 학생들이 담배를 자주 피우는 공간에 재떨이를 가져둔 경우도 있다. 이에 비흡연자 학생들이 간접흡연으로 인한 불만을 매번 표하고 있다. 조원영(경제학 16) 씨는 “국제관에 올라갈 때마다 간접흡연을 겪어 불편하다”라고 말했다. 

지정된 흡연구역 있더라도 접근성이 떨어져 불편을 초래하는 때도 있다. 지난 5월 건설관에서 흡연구역이 아닌 옥상에서 학생들이 흡연해 간접흡연으로 인한 갈등이 발생했다. 건설관의 경우 고층 건물임에도 흡연구역이 1, 3층에만 지정돼 있다. 고층을 이용하는 사람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는 밑으로 내려와야만 했다. 이에 흡연자들이 흡연구역으로 내려가기보다는 옥상에서 흡연하는 방법을 선택해, 옥상에서 흡연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담배 연기가 건물 내부로 들어오면서 간접흡연에 대한 민원이 발생해 문제가 됐었다.

기숙사도 흡연자들에게 불편한 공간이다. 장전 캠퍼스 기숙사의 경우 4곳 모두 내부에 흡연 구역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대학생활원 관계자는 “간접흡연 문제와 화재 위험이 있어 기숙사에는 흡연구역이 없다”라고 전했다. 학생들은 흡연하기 위해서 기숙사 밖으로 나가야 한다. 하지만 새벽 1시부터 5시까지는 통금시간으로 기숙사 출입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통금시간 동안 몰래 기숙사 방이나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또한 금연구역도 흡연구역도 아닌 이른바 회색 지대가 논란이 되기도 한다. 우리 학교의 경우 흡연구역은 아니지만 금연구역으로도 지정되지 않은 곳이 많다. 금연구역도 흡연구역도 아닌 곳을 회색 지대라고 일컫는데, 회색 지대에서의 흡연도 문제가 되고 있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4항에 따르면 대학교 건물은 금연 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에 따르면 학교 건물을 제외한 캠퍼스 대부분이 회색 지대에 속한다. 건물만 나가면 금연구역이 아니다 보니 건물 입구나 창문 근처에서 흡연이 빈번히 이뤄진다.

대학 본부(이하 본부)는 회색 지대에서 흡연하는 흡연자를 제재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본보 기자가 관계자에게 회색 지대에 대해 흡연이 많이 이뤄지는 곳을 흡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어떠냐고 의견을 제시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공과대학 관계자는 “제10 공학관의 경우, 건물 입구 근처에서 흡연자들의 흡연이 자주 이뤄진다”라며 “하지만 본부건물 옆에 있어 외부인이 자주 오고 가는 위치여서 흡연구역으로 지정하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또한 “금연구역으로 정해두면 흡연자들이 불편할 수 있어 금연 구역으로 지정하지도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본부건물 근처에 있는 제11 공학관, 제10 공학관의 흡연구역은 모두 옥상으로 지정된 상태다. 그 외의 건물도 유사한 이유로 임의로 흡연구역을 정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흡연구역을 관리할 인력이 없는 점도 간접흡연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우리 학교는 금연구역을 관리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장전 캠퍼스의 경우 단과대학 중 흡연·금연구역 관리자가 있는 곳은 공과대학뿐 이다. 공과대학은 다른 단과대학보다 관리할 건물이 많아 건물을 관리하는 기술직 직원이 배정돼 있어 흡연구역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단과대학의 경우 인력이 부족해 담당할 인력 배치가 힘들다는 태도를 보인다. 또한 단과대학 측에서 흡연구역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곳도 많았다. 취재 결과 명확한 담당자가 없어 인수인계 과정에서 흡연구역 관리가 빠져 파악이 안 되는 예도 있었다.

또한 학내에 지정된 흡연 구역이 대부분 개방형인 것도 문제다. 대부분 흡연구역이 개방된 공간에 지정돼 있어 주변을 지나가야 하는 비흡연자들에게 간접흡연이 발생한다. 밀폐형으로 만들어지거나 가림막이 설치된 흡연 부스 설치가 이런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장전 캠퍼스 내에 흡연 부스는 제3 공학관에만 설치돼 있다. 단과대학은 추가 설치가 힘들다는 태도다. 설치 장소가 부족하고 기피 시설이라는 것이 이유다. 단과대학 관계자는 “보통 주차공간을 없애고 만드는 경우가 많다”라며 “하지만 현재 장전 캠퍼스 내 주차공간 부족 문제가 심각해 공간 확보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한 흡연 부스가 기피 시설로 인식돼 구성원들이 단대에 설치하는 것을 꺼린다. 흡연 부스에 환풍기 등의 공기 정화 시설을 설치해도 담배 냄새 및 오물 투척으로 기피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흡연 부스를 설치하려면 구청에 신고해야 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가건물은 구청에 신고해야만 설치할 수 있다. 하지만 건물 주변에 가건물을 설치하는 것은 허가되지 않는다. 이에 작년 본부와 금정구청이 흡연 부스 설치를 위해 협의를 진행했으나 현재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본부 관계자는 “금정구청에서 검토를 더 해야 한다고 주장해 현재는 협의가 중단된 상태다”라고 전했다.

현재 학교에는 금연 구역에서의 흡연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간접흡연 문제가 발생해도 흡연자들을 통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학교 자체 규정에서는 흡연에 관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공권력으로만 제재가 가능하다. 하지만 본부 및 행정실 직원들에게는 행정처분 권한이 없어 금연구역에서 흡연해도 다른 곳에 가서 피라는 권고 정도만 가능한 상황이다. 

계속되는 학내 구성원 간의 흡연으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본부의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구성원의 합의를 통한 금연장소를 설정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건물 주변을 논의해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간접흡연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사범대학 행정실 이현근 팀장은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장소에 구성원과 의논해 금연 안내판을 설치했다”라며 “권고사항이지만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흡연 에티켓을 홍보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흡연 문화를 개선해야지 흡연권에 대한 동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러브스모킹 이연익 대표운영자는 “정부나 기관에서 금연 정책뿐만 아니라 흡연문화 캠페인을 주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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