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영어영문학) 교수

‘스라밸’, ‘이생망’, ‘막내온탑’, ‘아이엠그루트’, ‘롬곡옾높’ ... 스라밸은 공부와 삶의 균형, 이생망은 이번 생은 망했어, 막내온탑은 막내가 윗사람보다 강할때, 아이엠그루트는 할 말이 있는데 안해야 될 때와 말을 아낄 때, 롬곡옾높은 폭풍눈물을 일컫는 말이란다. 학생들에 따르면 2019년 신조어 중의 하나인데 이 정도는 알아야 핵인싸라고 한다. 핵인싸가 정확히 무엇의 줄인 말인지도 모르는 나에게 너무 어려운 말이다. 학생들은 왜 신조어를 사용할까?  

신조어는 기존 단어들을 결합하거나 줄여서 사용하는데 미디어 환경에서 많이 사용되고 점점 생활 속에 파고들어 사람들의 대화 속에 나타난다. 신조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몇 가지가 공감을 얻는다. 첫째는 신조어가 사이버 공간에서 사용이 많다는 점에서 익명성을 가지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하고자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경제적 측면에서 CF 등이 기업 이미지를 함축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게 신조어를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이미지를 짧지만 강하게 드러냄과 동시에 말을 줄임으로써 말을 하는 데 사용되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휴대폰에서의 SNS 사용의 확대는 휴대폰 자판기와 관련 있는데 작은 자판으로 글자를 입력하다 보니 신조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조어는 사실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권재일 서울대 교수는  ‘신조어가 많이 쓰일수록 새로운 어휘와 표현이 풍부해져 언어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보탬이 됐다’고 전했다. 신조어가 한글의 조어법을 무시한 약어나 외래어의 무분별한 합성 등 한글체계를 파괴하는 기능도 있어 세대 간 의사소통 장애뿐 아니라 같은 세대끼리도 의사소통 문제를 야기하는 역기능도 있지만 권 교수가 지적했듯이 그 사회의 언어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순기능도 있다. 

기성세대는 신조어를 잘 사용하지 못하고 사용함에 있어서도 어색함을 느낀다. 40대 직장인이 동료에게 “그 기획안 병맛이네요(한심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고 한다든지, 교수가 학생들에게 “오늘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어)”라고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가? 물론 무슨 말인지 알고 이미 사용하는 기성세대도 있지만 대부분은 의미는 이해하지만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다. 신세대는 감각적이고 다양성을 중시하는 특성상 톡톡 뛰는 신조어들을 짧은 시간 안에 습득하고 자연스럽게 사용하지만 왜 사용하는지,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는 기성세대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지고, 더하여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게 돼 오해와 불신까지 초래하기도 한다.

PASS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과의 만남이 빈번해지는 요즘은 신조어를 적어도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어야 대화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런 말을 왜 사용하니?”, “우리말을 보존해야지”라고 하는 것은 고리타분하고 ‘꼰대’라고 생각되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말이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듯 언어파괴가 이루어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면 신조어를 포옹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당장 자연스럽게 사용하지는 못하더라도 신조어 뜻을 알고 학생들이 왜 사용하는지 이해할 수만 있다면 세대 간의 거리도 좁혀지지 않을까? 새 학기를 시작하기 전, 어렵지만 당장 몇 개의 신조어 뜻이라도 외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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