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정 편집국장

1970년 와우아파트, 1994년 성수대교, 1995년 삼풍백화점의 붕괴 그리고 우리 학교 미술관 사고. 한국의 건축물이 부서지고 붕괴되는 사건은 셀 수 없이 많다. 건축물을 상품으로만 치부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건축에 자본의 논리를 적용하는 것을 이제 멈춰야 한다. 

한국=부실 공사. 필자는 이 등식에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은 1950년대부터 최저가 입찰제, 낙찰제로 시공사를 선정해왔다. ‘돈’을 기준으로 시공사를 택한 것이다. 시공사는 건축주에게 선정되기 위해 건축에 사용되는 뼈대나 외장재의 원가를 절감하거나 뺄 수 있는 자재가 무엇인지를 알아본다. 이 모든 과정은 부실 공사를 초래하는 순간들이며, ‘좋은 건축’을 위한 고민은 그들에게 사치일 뿐이다. 안전은 사고가 터진 후에야 고려되는 짬밥 신세인 것이다. 건축물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이 아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오늘날까지 한국의 건축물은 공장 물품과 다를 바가 없다. 정해진 가격에 맞춰 기계적으로 찍어내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상자를 낸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의 원인도 마찬가지였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자재 대신 대체품이 될 수 없는 저렴한 자재를 사용한 것이다. 와우아파트 붕괴 참사도 공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자재를 충분히 사용하지 않아 발생했다.

건축은 생활의 3요소인 의식주를 총족 하기 위해 꼭 있어야 한다. 옷을 생산하기 위해선 공장이 필요하다. 농사를 짓고, 식수를 얻기 위해선 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람은 살기 위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 이처럼 건축은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가 이뤄지는 데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축은 우리 곁에 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신중하고 진중하게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리스 철학가 아리스토텔레스는 ‘무엇인가 담을 수 있는 장소’를 공간이라고 했다.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을 위해 건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뜻을 10여년간 몸소 실천한 건축가가 있다. 故 정기용 건축가다. 그는 1996년부터 2006년까지 무주에 목욕탕과 운동장 등을 만들었다. 그가 동네 주민을 보고 먼저 꺼낸 말은 “그럼, 그동안 어디서 목욕을 하셨어요?”였다. 주민들의 삶을 살펴보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한 질문이다. 故 정기용 건축가를 움직이게 한 원동력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에겐 건축보다 사람이 먼저였다. 

‘사람을 위한 설계’가 건축을 할 때 우선으로 고려돼야 하는 기준이어야 한다. 이제 빠르고 저렴하게 건축하기 위한 오래된 습관을 버릴 때다. 건축물을 세우는 것에 급급하지 말고,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자본의 논리를 건축에 들이미는 건 이제 그만둬야 한다. 자본에 삶을 걸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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