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부대신문>이 부산에서 활동하는 드랙퀸 ‘GoldenSour’(이하 골든사워)와 ‘MoonD Garcina’(이하 문디가르시나)를 만났다. 그들은 각각 6년차, 3년차 드랙퀸이다. 여느 문화처럼 드랙 문화도 서울에서 집중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스스로 부산 로컬 드랙퀸이라 말하며 이곳에서 드랙 활동을 이어가는 두 사람. 그들과 드랙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골든사워를 포함한 드랙퀸들이 한 자리에 모여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쾌하게
이분법 젠더를 부수는 방법

드랙은 사회가 기대하는 △성별 △지위에 따른 겉모습 △행위를 거부하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 활동이다. 단순히 남장여자나 여장남자가 아니라, 사회적 고정관념 전반에서 탈피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행적 의미가 크다. 이 때문에 여성이 여성성을 부각해 드랙퀸이 되기도 하고, 다큐멘터리 <Paris Is Burning> 속 가난한 흑인 게이가 잘나가는 기업의 샐러리맨으로 분장하기도 한다. 

드랙은 특히 사회적 성, 젠더(Gender)를 고민하고 이를 겉모습으로 드러낸다. 여자다운과 남자다운이란 성벌 규범에 저항하는 의미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골든사워와 문디가르시나는 이 점을 드랙의 매력으로 꼽았다. “드랙은 젠더라는 개념이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지 보여주면서 사회의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활동이잖아요. 사회적인 나가 100% 나는 아니잖아요. 드랙을 통해 진정한 ‘나’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거죠” 때문에 드랙 퍼포머의 활동은 사회가 정한 △젠더 △지위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과 잣대에 질문을 던지고 재정의 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문디가르시나는 자신이 지향하는 드랙의 모습을 드랙명에 담았다고 전했다. “문디는 경상도 사람을 말하고 가르시나는 가시나를 늘여 말한 건데요. 지역성과 남성성이 드러나지 않는 조합을 만든 거죠. 문디가 한센병을, 가시나가 여성을 혐오하는 말이라고 비판도 받아요. 어떻게 보면 그것도 단어에 대한 편견일 수도 있죠. 그렇기에 *맨박스를 파괴하고 탈코르셋을 하려는 제 드랙 활동의 목적을 이름에 담았어요” 

한편 드랙퀸은 여성성을 과장한다는 점에서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비흑인이 흑인을 분장하면서 흑인성을 희화하는 블랙페이스처럼 드랙퀸이 여성성을 다루는 데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드랙을 하는 주체는 여태 소외받고 차별받았던 성소수자다. 이들에게 드랙은 사회의 기준과 정상으로부터의 해방인 동시에 이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것이다. 때문에 분명한 차이가 있으며, 드랙의 의미가 가진 맥락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이어 드랙을 접할 때 갖춰야 할 태도에 대해 묻자 골든사워는 명쾌하게 답했다. “그냥 즐기면 돼요!” 그는 미국 프로그램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 진행자 루폴의 대사를 언급했다. “루폴은 You’re born naked, the rest is drag라고 말했어요. 다들 태어날 때는 알몸이고 나머지 삶은 드랙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뜻이죠.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되요. ‘저 사람은 저런 모습을 드랙했구나’라고 보고 즐기면 되는 거예요” 다만 드랙의 예술활동을 관람하면서 성희롱을 저지르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두 사람은 말한다. 골든사워와 문디가르시나는 관객이 가발을 잡아당기거나 가슴이나 *터킹 부위를 만졌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드랙 퍼포머를 성적대상화 하는 거 같기도 해요. 드랙이 하나의 문화로 존중돼야 하는 이유 중 하나죠”

부산에서
드랙으로 살아간다는 건

최근 늘어난 드랙의 인기를 실감하느냐에 둘 다 “그렇다”라고 답했다. “미국의 프로그램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가 알려지고, 이 프로그램에 우리나라 출신 드랙퀸인 김치와 소주의 출연이 한몫 하지 않았나 봐요” 또한 퀴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드랙을 알고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부산은 아직 멀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서울에는 △트렁크 △트랜스 △네온밀크 등 다양한 활동의 장이 마련돼 있고, 매주 드랙 쇼가 열려 새로운 드랙퀸들이 소개된다. 이에 반해 부산에는 장소는커녕 인력도 부족하다. “부산에 드랙 퍼포머 자체가 별로 없어요. 저희 둘을 포함해서 3명 정도?고정적으로 드랙 쇼가 열리는 장소도 없고요. 드랙 쇼가 열린다 해도 서울의 드랙퀸을 부르는 경우가 많기도 해요. 그러다보니 우리가 부산에서 활동할 기회는 많지 않아요”

부산 지역은 드랙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한 거 같다고 두 사람은 말한다. 매주 서울로 쇼를 하러가는 골든 사워는 “서울에서 드랙 분장을 하고 걸어가면 존경의 눈빛과 제스처를 받아요. 이와 달리 부산은 퀴어 마저 ‘저게 뭔가’라는 시선을 보내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드랙들의 등장도 느린 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는 고등학생 드랙이 등장하는 걸 생각해보면 부산에는 젊은 드랙 활동이 정말 부족한 편이죠” 그들은 부산에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좀 더 확산되고 관련된 커뮤니티가 활성화돼야 드랙 문화도 활발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척박한 부산 드랙씬에서 부산 로컬 드랙퀸으로 활동하는 이들의 행보는 어떨까. 두 사람은 오는 29일 부산드랙프롬 개최에 힘을 쏟고 있다. 생소한 문화로 드랙이 여겨지는 부산에서 부산드랙프롬은 500명의 관람객을 불러들여 흥행을 거둔 행사다. 행사 수익금은 부산성소수자모임과 딩동 성소수자 쉼터 등 성소수자 단체에 기부된다. 두 사람은 부산에서 열리는 가장 큰 드랙 파티인 부산드랙프롬에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맨박스 : 토니 포터가 제시한 개념으로, 맨 박스는 세대 간에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로) 전수되는, 특정한 내용을 담고 있는 남성성에 관한 집합적 사회화를 뜻한다. 가부장제 하에서 남성에게 씌워지는 억압, 즉 '남성이 남성다울 것'을 강요하는 것
*터킹 : 성기를 테이프로 고정시켜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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