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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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뜨개질은 이미 엮인 실을 풀어 정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실이 엉킨 채로 새로운 뜨개질은 할 수 없다. 새로운 옷을 위해선 엉킨 실을 차근차근 푸는 준비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대학에도 복잡하게 얽히고 꼬인 실뭉치가 있다. 바로 그간의 강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문화와 제도들이다. 그동안 강사는 대학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뽑고 해고할 수 있는 존재였다. 대학은 학과의 추천으로 필요할 때마다 강사를 뽑아왔다. 재임용 절차조차 보장하지 않았고 구두계약도 다반사였다. 오랜 시간 동안 이러한 강사에 대한 인식 위에서 대학의 교육은 이뤄져왔고 관련 규정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작년 고등교육법이 개정되면서 전국의 대학본부는 강사를 정기적으로 공개 채용해야 하고 재임용 절차가 보장해야 한다. 드디어 강사제도 개선 시도 8년 만에 강사를 공정하게 채용하고 안정적으로 고용하는 강사제도가 시행되는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의 혼선을 우려해 ‘강사제도 운영 매뉴얼(시안)’을 만들었다. 이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매뉴얼은 대학 강사제도가 대학에 효과적으로 안착하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그 내용은 작년 발표된 강사법 개선안에서 크게 변한 게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결국 각 대학의 본부와 강사들은 개별적으로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이에 강사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 지 우려된다.

강사법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기존의 강사에 대한 인식과 규정들도 새로운 법 시행에 맞춰 고쳐가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은 많은 부분을 결정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대학은 강사의 △임용, 재임용 절차 △심사방법 △노동조건 등 실질적인 부분을 자율적으로 정해 집행해야 한다. 대학 측은 강사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충분한 의견수렴과 검토를 거쳐야 된다. 기존의 대학에 있었던 강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조항은 없는지 확인하고 강사법 시행에 대비해야 한다. 지난 22일 열린 ‘강사법 시행에 따른 강사제도 운영 관련 설명회’에서 나온 지적과 같이 학과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관련 조항이 강사제도와 충돌하는 경우는 없는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또한 강사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이제 강사는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교원의 지위를 획득했다. 이는 강사가 법 보호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왔음을 의미한다. 더 이상 강사를 임의로 고용하고 해고하려는 시도는 없어야 한다. 각 대학은 강사 고용안정이라는 강사법의 취지를 받아들이고 적절히 학교 운영에 반영해야 한다. 

각 대학은 처음 시행되는 강사법을 준비하느라 분주할 것이다. 매듭을 풀지 않은 성급한 뜨개질로는 좋은 옷을 만들 수 없다. 각 대학이 오랫동안 안정적인 강사제도를 운영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기존 관행과 규정이라는 엉킨 실을 차근차근 풀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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