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정 편집국장·문화부장

한국 사회에서 대학은 필수 교육과정이 됐다. 초·중·고등학교 할 것 없이 신학기가 되면 학생들은 담임 선생님에게 보여줄 자기소개서를 작성한다. 매번 자기소개서 양식에 빠지지 않는 항목이 있다. ‘진학하고 싶은 대학’ 란이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 입학은 필수다. 중등교육을 받은 사람 대부분은 대학에서 4년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러한 대학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교육기관인 대학이 인재를 ‘육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구조조정 사업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은 취업률이 높고, 연구 성과가 좋은 학과에 재정적 지원을 집중적으로 한다. 학부생의 취업률이나 교수의 업적 등 눈에 보이는 학습 성과가 없는 학과는 정원이 감축되거나 심지어는 다른 학과와 통폐합되기도 한다. 인재를 육성해야 하는 대학이 학교 운영을 위한 재정적 지원에만 목숨을 걸고 있다. 등록금이 동결된 지 10년이 됐으니 학교가 운영비를 확보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국가의 재정적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학령인구는 줄어들고 한국의 대학 수는 많다. 대학구조조정은 국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대학은 본래의 해야 할 역할을 못하게 됐다.

국가가 대학에 지원하는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학습 성과를 위주로 평가하는 방식을 멈춰야 한다. 가령 1999년부터 시작한 BK21사업이나 2013년 실시된 LINC 사업은 대학이 재정적 지원을 위해 경쟁하도록 바꿔놨다. 이는 대학이 높은 취업률을 보이는 학과만 지원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해당 사업의 문제는 재정적 지원이 수도권으로 과반 이상 몰렸다는 것이다. 지역 국립대학은 수도권 사립대학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교육부의 성과 지표를 위해 학사 과정을 재편하고, 인원을 감축시키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다. 이러한 사업들은 지역 대학이 해야 하는 인재 양성 역할을 못하게 만들었다.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의 역할이 휘청하고 있다. 특히 우리 학교와 같은 지역 국립대학은 인재 배출로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하지만 20여 년간 잘못 달려온 턱인지 학생과 시간강사, 교수가 피해를 입고 있다. 대학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지속적인 고정비 지출로 재정난에 허덕인다. 그 결과 계약직 교수인 시간 강사부터 해고하는 이기적인 선택을 하도록 내몰린다. 교수나 학생도 한순간 본인의 학과가 사라지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이제 초·중·고등학교 학생에게 ‘대학 진학이 필수’라고 말하는 게 부끄러운 시대가 됐다. 어렸을 적 희망차게 써내려간 ‘진학하고 싶은 대학’이 이제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대학의 역할과 방향성을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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