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호(경제학) 교수

요즘 일어나고 있는 세상의 변화는 참으로 놀랍다. 우리가 경험해왔던 바와는 차원이 다른 깊고, 넓고, 빠른 변화다. IoT, 빅 데이터와 AI, 블록체인, 초산업, 초연결사회 등 새로운 용어들은 우리가 그 개념을 이해하기도 전에 다시 진화하고 혁신하면서 세상을 바꾸고 있다. 기술 진보가 상상력과 결합하여 새로운 미래사회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의 시대에 우리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은 것 같다. 저성장세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올해의 성장률이 2% 중반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며, 노무라증권은 1.8%의 믿기 어려운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한다. OECD(2012)는 한국의 고령화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진행될 것이며, 잠재성장률은 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경제사회시스템의 개혁은 더디기만 하다. 이런 불안한 현실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라는 다소 진부한 구호가 새삼 떠오른다. 변화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는 것은 물론 변화를 주도해야만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산업화가 시작되었던 1960년대 초 이후 지난 60여년 동안 대학은 사회로부터 주어진 책무를 비교적 잘 수행해왔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학진학률이 보여주듯이, 대학교육에 대한 높은 개인 및 사회적 기대 하에서 대학이 양성한 인재가 바탕이 된 인적 자원의 사회적 축적이 급속한 경제적 성장과 사회발전을 주도하는 핵심 경쟁력이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 시대에 어울리는 대학의 역할과 책무에 대하여 새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인터넷에는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서 학생들은 강의실에서 전달되는 지식의 상당 부분을 거의 공짜로 습득할 수 있다. 학령인구는 급속도로 줄어들면서 대학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면서 많은 학생들은 취업을 절대 목표로 삼고 있다. 우리 대학들도 시대적 요구를 따르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종종걸음으로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IMD가 매년 발표하는 경쟁력 순위에서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20위권을 유지해왔지만 대학의 경쟁력은 40~50위권(2018년 49위)에 머물렀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제 사회는 일정한 전공지식을 갖춘 맞춤형 인재보다는 융복합적 지식, 유연한 생각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도전정신과 문제해결역량을 갖춘 인재를 원한다. 때문에 대학은 어떤 인재상을 지향할 것인가에 관한 치열한 고민을 통해 교육과정과 시스템을 바꾸어나가야 한다. 혁신과 기술진보는 더 이상 단방향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며, 다양한 주체간의 긴밀한 연계와 상호작용을 통해 시스템적으로 활성화된다. 따라서 대학은 기초분야의 연구를 바탕으로 융복합적 연구개발을 선도하면서 활발한 네트워킹과 연계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윤활유이자 허브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경제사회와의 접점을 어떻게 형성하고 연계 협력을 촉진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새로운 산학협력과 사회 기여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차원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 서 있다. 19세기 초 영국에서 기계화에 저항하여 일어났던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 즉 기계파괴운동이 1차 산업혁명을 막지 못했던 것과 같이 지금의 변화도 불가역적이다. 등 떠밀려서 들어가기 보다는 준비된 채로 당당하게 그 문으로 들어가야만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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