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동한(물리교육) 교수

진리란 무엇일까?그리고 그것이 진리라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관념론자들은 어딘가에 실재하는 진리를 올바르게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고, 경험론자들은 경험으로부터 진리를 구성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관념론자들은 실재하는 진리를 인식하기 위해 경험에 의해 왜곡되지 않을 추상적이지만 이성적인 사고의 과정을 추구할 것이고, 경험론자들은 경험의 한계 밖에 존재하는 실재하는 진리란 없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자연의 근본적 법칙을 찾는 이론물리학도 오늘날 이런 두 가지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그중 하나는 정합적으로 세상을 설명할 수 있는 수학적 방법을 추구하는 경향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관측하고 실험하는 결과들을 현상론적으로 설명하고 비교 및 검토하는 경향이다.

오늘날 이론물리학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면, 우리가 수행 가능한 실험의 한계에 차츰 다다르고 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실험의 한계 안에서 자연의 근본 법칙을 추구하려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겠는가?수학적 정합성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면, 다른 한 편으로는 실제 세계와는 동떨어진 어떤 것을 다루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는 문제가 생길 것이다. 반면에 현상론적 접근만을 취하면, 우리가 어떤 하나의 이론에 도달한다기보다는, 반증 되지 않는 범위에서 살아남아 있는 다양한 이론들을 한없이 남겨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전망을 예상해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 되리라 생각한다. 어쩌면 어떤 혁신적인 실험이 나와서 인류의 경험 한계를 바꾸어 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수학적으로 정합적인 이론이 실제로 현실적인 우주를 설명하는 모델을 제공해줄 수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실험을 통해 살아남는 하나의 이론이 최종적으로 정합적인 것으로 판명이 날지도 모르겠다. 그 밖의 다른 가능성도 물론 있을 것이다. 여러분은 어느 쪽에 내기를 걸겠는가?

나는 문득 나 자신이 어떤 진영에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세상에는 각 진영의 엄청난 고수들이 포진하고 있는데, 나 자신은 이것도 잘 못 하고 저것도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혹시 여러분들이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 재산이나 목숨을 걸고 내기를 걸어야 한다면, 여기에 대한 도움은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분명히 자연의 근본 법칙에 대해서 향후 수십 년간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새로운 기본입자를 발견할 수도 있고,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수많은 가설을 제외할 수 있는 강력한 실험적 데이터를 얻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실험이나 관찰들이 수학적으로 정합적인 이론 중에서 어떤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이끌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복할 수 없는 실험적 한계에는 반드시 도달하게 될 것이다.

이때 나는 ‘칸트적 종합’의 지혜를 빌리고 싶다. 어쩌면 실험의 한계를 넘어서는 곳에서는 유일하게 참인 이론 하나를 남겨두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음, 물론 이 내기에서 틀린 것으로 판명이 나더라도, 내가 책임은 져 줄 수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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