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경 대학·사회부장

‘어쨌든 서울에 가야 해’. 한 친구가 나한테 했던 말이다. 최근 그 친구는 다니던 학교를 휴학했다. 휴학을 하고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친구는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를 위해 서울에 있는 학원에 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 친구도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던 친구였다. 서울이 큰 도시인 것을 알지만, 부산이 서울보다 밀리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보진 않았었다. 그런데 현실은 내생각과 달랐던 것이다. 앞서 말한 친구는 패션을 전공하고 있다. 취업을 염두하며 스펙을 쌓고자 했던 친구에게 부산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한다. 많은 패션쇼와 박람회는 다 서울에서 열렸다. 간혹 부산에서도 열려도 원하는 기업을 볼 수는 없었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알려주는 학원도 부산에 없었다. 이에 친구는 부산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람은 서울로 가야 한다’. 내 주변 사람들이 모두 하는 말이다. 나 또한 부산으로 대학을 진학하고 재수해서라도 서울로 가라는 말을 들었다.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 대부분은 나와 같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고등학생 때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몰랐다. 서울이 아니더라도 광역시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몇몇 친구들은 서울에 있는 대학을 포기하고 지방에 있는 대학을 선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그 친구들은 재수, 반수를 결정하며 끝끝내 서울로 올라갔다. 그들이 바라던 대학 생활이 지방에서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서울로 올라간 친구들은 모두 재수해서 서울에 간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답했다. 서울과 지방에서의 생활을 비교하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이처럼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는 일은 흔하다. 부산만의 현상도 아니다.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나타나는 일이다. 지방의 청년들은 기회를 잡으려면 서울에 가야한다. 면접을 보기 위해서도 서울을 들락거려야한다. 전국 단위의 행사가 열린다면 보통 그 집합 장소는 서울이다. 스펙이 중요한 지금 사회에서 스펙을 위해서는 서울을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지방 청년들은 서울 청년들과 달리 단지 기회를 잡기 위해서라도 서울에 가야한다. 서울 사는 게 벼슬이라는 말도 나왔다. 서울에 산다면 서울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교통비나 월세를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지방 청년들은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비용을 더 지불해야하는 것이다.

계속해서 청년들은 서울로 올라간다. 때문에 지방은 계속해서 청년이 줄어든다. 지방에 남으려던 청년들도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할 사람들이 사라지자 결국은 서울행을 선택하게 된다. 이렇게 악순환은 계속 반복돼 지방에 남겠다는 청년은 사라지고 있다. 언제까지 이걸 마냥 두고 볼 것인가. 서울만이 그들에게 정답이 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도라서 당연히 인프라가 풍부하다는 변명도 듣고 싶지 않다. 서울이 대한민국 그 자체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이제는 지방 청년의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