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아 작가가 부산 현대미술작가 조명전의 첫 타자로 선정됐다. 그의 작품은 5개 공간에 분리돼 있으며, 평면부터 3차원 작품까지 다양하다. 방정아 작가는 정치, 사회적 문제에 끊임없이 귀 기울여 작품으로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작품을 알아보자.

부산시립미술관이 방정아 작가의 ‘믿을 수 없이 무겁고 엄청나게 미세한’ 전시회를 개최했다. 현대 미술작가를 조명하는 기획전을 시작했으며, 첫 번째 순서로 방정아 작가를 택한 것이다. 부산시립미술관 박진희 학예연구사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작가”라며 “미세한 사건을 계속 인지하고, 꾸준히 그려내는 것이 방정아 작가의 큰 장점”이라고 전했다. 일상적인 소재로 만들어진 그의 작품은 색채가 화려하고, 분위기가 경쾌하다. 하지만 작품이 뜻하는 바는 결코 가볍지 않다. 당시 사회 분위기나 사람들의 심리 등을 세밀히 묘사하고, 사회 곳곳의 부조리를 풍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이 담긴 방정아 작가의 120여 점 작품은 5개의 주제로 나눠져 전시돼 있었다.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파트는 1990년대부터 한국 사회의 풀리지 않는 △핵 문제 △4대강 사업 △환경 문제 등을 작품으로 보여준다. 박진희 학예연구사는 “당대 중요 사건이나 여러 사회적 문제에 대해 인지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전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작품 <폭격(착시)>(2018)이 먼저 보였다. 지나가던 까마귀가 입에 물고 있는 씨앗을 떨어트리자, 길을 다니던 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하고 있다. 이는 언제 터질지 모를 전쟁에 대한 당대 사람의 불안을 드러낸 것이다. 또 <피에타>(2015)로 세월호 사건의 슬픔을 표현하기도 했다. 

두 번째 공간 ‘치열하였다, 그러하였다’ 파트는 한국 여성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들이 돋보였다. 방정아 작가는 해당 파트에서 여성이 직면한 여러 상황을 표현했다. 아이를 낳고 변해버린 여성의 몸을 작품 <튼살>(2001)로 드러내기도 하고, 작품 <춘래불사춘>(2002)으로 여성 혹은 엄마로서의 소소한 삶을 보여주기도 했다. 박진희 학예연구사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다루기도 했다”라며 “90년대 여성의 위치나 상황을 반영한 작품도 많다”라고 말했다. 

‘불편하게 다독이는’ 파트는 검은 배경지로, 입구부터 압도되는 분위기였다. 해당 공간에는 관세음보살 형상을 한 여성이 작품에 등장했다. 이는 세상 속 아픔을 수면 위로 꺼내 다독이는 관세음보살의 역할을 여성에 투영한 것이다. ‘없으면 됐고요, 있으면 좋고요’ 파트는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재치 있게 표현한 작품이 많았다. 남은 새우깡 한 조각을 비둘기에게 던져 주려하자, 모든 비둘기가 그를 외면해버린다. 길거리나 바닷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비둘기로, 새우깡이 없으면 됐다는 의미를 표현한 것이다. 

마지막 파트인 ‘확장된 세계’에서는 실재하는 형상보다 추상적이고 모호한 사회적 모습을 작품으로 드러냈다. 폐허된 공간에 모자가 올라가는 모습을 담은 <복귀>(2001)로 다음 세대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박진희 학예연구사는 “우리 사회의 절망, 즐거움 등 추상적인 감정을 작품으로 표현했다”라고 전했다.

전시회에는 다양한 형식의 작품도 있었다. 목욕탕의 세면대나 샤워부스를 그대로 전시회장에 들여놨다. 박진희 학예연구사는 “방정아 작가는 자연 생태계의 요소이자, 정화하는 속성을 지닌 물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라며 “물이 충만한 공간인 바다나 목욕탕을 작품으로 많이 표현한다”라고 말했다. 또 <그녀가 손을 드는 순간>에 그려진 빨간색 기둥이 전시회 공간에 조형물로 설치돼 있다. 이외에도 독립영화나 애니메이션이 상영되기도 했다. 해당 작품을 보고 있던 A 씨 (중구, 46)는 “민중 예술이나 사회 현상 등을 반영한 작품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게 됐다”라며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 감동적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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