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효(지구과학교육) 교수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라는 문구가 있다. 화장실에서 한번쯤은 본 문구일 것이다. 시민의식의 고양을 위해 만든 표어로, 그전까지의 표어들에 비해 상당한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부산대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은 아름답다. 그러나 머문 자리가 아름답지 못할 때가 있어 안타까울 때가 가끔 있다. 학교 인근에는 수많은 커피 전문점들이 있다. 모닝커피는 물론이거니와 식후 커피 한 잔은 이제는 이미 하나의 문화로 정착된 지 오래이며, 손에 들고 있는 커피는 바쁜 도시의 삶을 살아가지만 여유를 가지고 있는 멋쟁이의 필수 아이템이다. 이들의 손에 들려 매일매일 학교 안으로 들어오는 1회용 테이크아웃 컵은 그 수를 쉽게 헤아리기 힘들 것이다. 학생들은 졸음을 쫒기 위해 커피와 함께 수업을 시작하지만 수업이 끝나고 난 빈 강의실에는 녹은 얼음이 들어있는 플라스틱 컵만이 남아있다. 마치 직전 수업시간에 이 자리가 누군가에 의해 점유되었던 적이 있음을 나타내는 이정표처럼. 더구나 몇몇 사람들은 그 자리를 치우는 역할이 건물 청소를 담당하는 분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그러한가?
 

부산대학교 화장실에 휴지통이 없어진지도 꽤 된다. 외국에는 사실 화장실 변기 옆에 휴지통이 없고,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변기 옆 휴지통을 보면 기겁을 한단다. 이전에는 질 낮은 휴지나 신문지를 사용하던 시절 변기가 막히는 경우가 있어 휴지통을 비치해 놓았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요즘 나오는 휴지들은 물에 잘 녹게 되어 있고, 적당량을 사용하고 물을 충분히 내리면 막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나 화장실은 심심하면 변기가 막힌다. 그래서 때로는 뚜껑이 덮여 있는 변기를 보면 폭탄이 들어있을 까봐 겁날 때가 있다. 조금만 신경 쓰면 될 텐데, 내 것이 아니라 여기기 때문일까. 때로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누군가는 시민의식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이라 한다. 그러나 여기는 지식의 결정체인 ‘대학교’ 이다. 일단은 남보다 더 배운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 누군가는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만연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 한다. 그러나 개인주의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은 말하길, 개인주의는 고립된 개인의 방종 상태를 지향하는 이념이 아니라 개인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중시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즉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스스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은 개인주의가 아닌 이기주의인 것이다. 
 

누군가 이런 글을 남겼다. “관객은 일이 끝나면 외투와 가방을 챙기고, 주인은 일이 끝나면 빗자루와 걸레를 챙긴다” 부산대학교는 다른 누구의 것이 아닌 부산대인의 것이다. 학교에 머무는 시간은 여러분 인생에 있어 아주 소중한 시간이자, 여러분들이 관객이 아닌 주인공이자 주인인 시간이다. 꼭 화장실이 아니더라도, 머문 자리를 돌아보자. 가끔은 목줄과 비닐봉투를 챙기지 않고 교내에서 반려동물을 산책시키는 사람들이나 학교 시설물을 함부로 다루는 사람들에게 부산대학교의 주인으로서 일침을 날려보는 강단을 가져보길 권한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주인으로서 긍지를 가지고 주인 의식을 갖춘다면 부산대인의 인생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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