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이래저래 어수선하다. 부산대학교 교정에 번진 새 학기의 발랄함이 그래서 더 상큼하고 반갑게 다가온다. 저마다 아름다운 꿈을 지닌 대학생들 덕분이다. 감사한 일이다. 이참에 당부 한마디 하고자 한다. 단언컨대 대학 시절만큼 짧지만 특별한 시간은 두 번 다시 없어서다. 혹여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학교에 가듯,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니, 대학생이 되었다는 식은 곤란하다.

첫째, 자신의 권리 앞에 당당해 주길 바란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것이 불합리하다면 당당하게 문제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귀찮고 겁난다고 지레 포기하고 단념해서는 안된다. 대학생답지 못한 일이다. 아르바이트를 하고도, 임금을 제때 받지 못했다면, 마땅히 법적 구제에 나서야 한다. 속앓이만 하다가 말 일이 결코 아니다.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성희롱도 마찬가지다. 성희롱을 당했다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다투어야 한다. 혹여 다른 누군가의 성희롱을 목격하였다면, 그 자리에서 단호하게 항의할 수 있어야 한다. 부끄럽다고 숨기거나, 남의 일이라고 모른 척해서는 안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 그렇다. 권리 위에 잠을 자기는커녕 오히려 눈을 크게 부릅뜨는 것, 그게 바로 대학생다운 모습이다.

둘째, 정답의 굴레에서 과감히 벗어나 주길 바란다. 초중고 학생 시절 ‘교과서’라는 틀에 담긴 수많은 정답들을 암기하고 학습해야 했다. 대학은 다르다. ‘이 세상에 정답이란 없음’을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곳이 대학이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대학의 현실은 영 딴판이다. 대학은 이미 제2의 고등학교가 되어 버렸다. 취업과 자격증 그리고 공무원이라는 현실적 목표 앞에 정답 암기는 필수다. 그래도 이것 하나만큼은 잊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 세상의 진보는 다양성이 존중될 때 가능하다. 생각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또 달라야만 한다. 혹여 나와 다르다고 비난해서는 안된다. 내 생각을 강요해서도 안된다. 황당하고 어설프게 들린다고 타박하는 건 더더욱 금물이다. 그마저도 귀담아 들어 주고,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진짜 대학생이다.

셋째, 경쟁은 하되 늘 선의를 잃지는 말아 주었으면 한다. 지금껏 우리 사회는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식의 경쟁을 강요해 왔다. 경쟁의 끝은 늘 갑과 을로 ‘줄 세우기’였다. 학벌도 고시도 직업도 딱 그랬다. 부끄럽지만 엄연한 우리의 현실이다. 이제 부터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경쟁은 필수다. 다만 대학이라는 공간 안에서 만큼은 부디 우리 모두를 위한 경쟁이 되었으면 한다. 승부를 겨루는 경쟁이 아니라 각자의 장점을 찾아내는 경쟁이 되어야 한다. 혹여 타인 위에 군림하고픈 욕심이라면 애초부터 접는 게 낫다. 적어도 대학생 때만큼은 그래야 한다.

필자 스스로도 대학생답지 못한 대학생이었음을 고백한다. 남의 일에 관한한 너무나 현명하고 이성적이면서, 정작 자기 일 앞에서는 태도가 180도 바뀌고 마는 기성세대의 한사람임도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너무도 염치없는 노릇이지만, 부디 대학생다운 대학생이 되어주길 재삼 당부한다. 그대들만이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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